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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도 사랑도 없다. 자신의 짝을 만나기 전까지는..."
마크 웹 감독의 '500일의 썸머'가 재개봉을 했다고 해서 얼른 보고 왔습니다. 와~~ 이걸 왜 이제서야 봤나 싶네요. 굉장히 독특한 멜로 영화였습니다. 여러가지로 많은 것들을 생각나게 하는 멜로 영화가 아니었나 싶군요.
이 영화를 보고 나니 어째서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의 멜로가 그렇게 달달했는지 더 실감이 되더군요. 마크 웹 감독은 그냥 멜로를 찍는 게 훨씬 이득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듭니다. 그 만큼 영화는 독특하면서도 대중적인 재미를 모두 지니고 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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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이야기는 간단합니다. 운명을 믿는 남자와 운명을 믿지 않는 여자가 만나는 이야기죠. 사실 메인 캐릭터를 남자 쪽으로 봐야 하는가 여자 쪽으로 봐야 하는가도 애매합니다.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것은 어디까지나 남자이지만 그 남자가 겪는 일들은 모두 여자에 의해서 벌어지거든요.
여튼 그렇게 '여자'에 의해 하루하루의 분위기가 달라지는 '남자'가 500일 동안 어떠한 심경의 변화가 생기는지를 보여주는데 시간의 순서는 뒤죽박죽입니다. 그런데 그런 뒤죽박죽인 시간 순서에서 보여지는 과거와 현재 혹은 미래와 현재 사이의 연관성을 굉장히 절묘하고 교묘하게 보여줌으로써 '그 땐 그랬구나' 혹은 '나중에는 저렇게 되는구나' 등의 생각을 관객들이 생각할 수 있도록 만들어 놨습니다.
또한 중간중간 날짜의 변화를 보여주면서 배경의 색깔도 변하는데 그러한 색깔의 변화는 주인공 남자의 심경의 변화를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장치로서 꽤 흥미롭게 작동하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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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보면 영화는 주체가 남자인 만큼 남자의 시각으로 보여지는 부분이 대부분입니다. 하지만 영화의 후반으로 가면 정반대의 시각이 등장하죠. 그러한 것들을 보면 사랑과 연애라는 것이 단순히 일방적인 시각만으로 판단할 수 없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리고 비록 이 커플은 깨지긴 했지만 결국 둘은 서로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되었죠. 운명을 믿었던 남자는 운명을 믿지 않는 사람이 되었고 운명을 믿지 않았던 여자는 운명을 믿는 여자가 되어서 뜬금없이 만난 남자와 결혼을 하게 됩니다. 그러한 이야기들을 보고 있자면 '쓸모없는' 혹은 '영향이 없는' 연애란 존재하지 않는 것 같기도 하더군요. 비록 그 결말이 해피엔딩이든 베드엔딩이든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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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들의 연기가 대단히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조토끼의 연기는 언제나 실망을 시키지 않지만 지금까지 보아왔던 캐릭터와는 사뭇 다른 캐릭터를 보여주었는데 캐릭터를 잘 소화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랑에 빠진 남자와 실연에 빠진 남자 캐릭터 그리고 찌질함이 느껴지는 모습 등을 자연스럽게 보여주더군요.
그리고 주이 디샤넬이라는 배우는 본 적이 있었던 것 같아서 찾아보니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와 '예스맨' '해프닝'에 나왔었더군요. 뭔가 대작에는 출연을 못 하는 것인지 스크린에서 좀 더 보고 싶은 배우인데 아쉽더군요. 여튼 '예쁘다'라는 느낌보다는 '매력적인' 느낌을 가지면서 썸머라는 캐릭터를 사랑스럽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솔직히 좀 '왜 저럴까?' 싶은 부분도 있었는데 그건 여자 관람객들이라면 공감할 수도 있지 않았나 싶더군요.
놀라운 점은 힛걸 수준(?)의 클레이 모레츠가 등장한다는 점이었죠. 역시 커서도 예쁘긴 하지만 어릴 때의 클로이 모레츠는 귀염귀염했습니다. 그리고 묘하게 힛걸 캐릭터 때도 그랬지만 성인을 제압하거나 조언을 하는 캐릭터를 잘 소화해내고 있어요....지금도 그런 캐릭터를 좀 해 줬으면 좋겠는데 말이죠.
재밌습니다. 현재 커플이든 아니든 상관없이 재밌게 볼 수 있는 작품이지 않을까 싶어요. 남자끼리 보는 것은 좀 그렇긴 한데 그 외에는 뭐 적당한 데이트용 영화나 (여자)동성친구끼리의 관람에도 나쁘지 않고 부모님들이 딱히 취향을 타지 않으신다면 가족용으로도 크게 나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