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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숨]_2016/06/29

산다는건 2016. 7. 18. 21:00

 

 

배명훈 작가의 (나름) 최신작 '첫숨'을 완독했습니다. 이제는 한국의 대표 sf 작가라고도 할 수 있는 그의 작품 세계는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지만 자극적이지도 과장되지도 않으면서 뭔가 현실의 모습을 보는 듯한 느낌마저도 듭니다. 물론 sf 소설이 무조건 '미래'를 지향해서 미래라는 '시간'을 표현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만 그의 소설은 분명 미래라는 '시간'을 표현하고 있음에도 '현재'라는 시간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거기다가 문장의 느낌도 딱딱한 느낌이 들어서 이상하게 그의 책은 속독을 하기가 힘든데 (사실 속독의 속자도 어울리지 않지만요...) 그래서 읽는데 시간이 좀 걸리는 편입니다. 정말 '정독'을 한다는 느낌으로 책을 읽게 되거든요.

 

여튼 이번에 읽은 '첫숨'은 과거 요원이었던 하지만 지금은 아닌 한 사내가 어떤 의뢰를 받으면서 시작합니다. 최종적으로는 첫숨과 이어져 있지만 아무나 왕래할 수 없는 맞숨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에 대한 조사라고 할 수 있는데 그러한 맞숨의 정보를 얻기 위한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 밖에 없는 첫숨의 고위관계자, 뒷세계 정보원 그리고 미모의 무용수(?)와의 접점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사실 이 소설을 어느 정도 추리소설이나 범죄소설 혹은 장르소설로 규정하기가 쉽지 않은데 여튼 기본인 sf 소설로서의 형태를 취하면서 다양한 장르의 느낌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문장이 딱딱함에도 불구하고 이야기가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몰입감은 좋은 편이죠.

 

그리고 그런 딱딱한 문장은 어찌보면 세계관을 자세히 표현함에 있어 필요했던 부분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첫숨은 인류 최대의 정착지라고 불릴만큼 거대한 곳인데 그곳에서의 여러 인간들의 모습, 특히 화성과 달과 지구에서 태어남에 따라 달라지는 그들의 생활 모습, 생각의 차이점 그리고 그러한 차이점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이벤트들을 꽤 그럴싸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물론 sf인 만큼 과학적 기술에 대한 부분도 많이 언급이 되고 있지만 이 책에서 놀랬던 점은 인류가 지구인과 화성인과 첫숨 거주자들이 생활과 생각에 차이점이 있고 그 차이점으로 인해서 발생하는 내외적인 부분들을 꽤 많이 언급하고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제가 지금껏 읽어본 sf 소설 중에서 지구인과 화성인과 스페이스 콜로니에서의 인류의 모습을 꽤나 극명하게 보여준 작품은 처음이지 않았나 싶거든요. 그 만큼 책 속에서 그들의 모습을 확연히 구분지어 묘사한 부분은 재밌었습니다.

 

여러모로 흥미로운 소설이었습니다. 세계관의 설정과 묘사와 각각의 캐릭터들에 대한 표현과 누구도 생각하지 못 했던 (사실 조금의 단서라도 던져주기를 바랬던 부분이긴 하죠) 엔딩까지 딱딱했던 문장 덕분에 정통(?) sf 소설같긴 하지만 여러모로 트렌디한 부분도 많았던 만큼 끝까지 재밌게 읽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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