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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뭣이 중헌지도 모르면서!!!"

 

 

처음 이 작품의 예고편을 봤을 때는 과거 윌 스미스 주연의 '에너미 오브 스테이트'와 비슷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어느 정도 자국의 국방력 과시와 더불어 약간의 범죄나 스릴러에 가까운 장르적 성향을 지닐거라고 생각했었죠.

 

하지만 막상 영화를 보니 그런 작품과는 완전히 다른 작품이었습니다. 이 작품은 어쩌면 현 정부의 비판과 함께 전쟁으로 인해 발생하게 되는 피해자에 대한 이야기에 더 큰 의미를 두고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이야기 자체가 꽤 무거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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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야기 자체는 어렵지 않습니다. 반전을 유도하는 작품이 아니었고 음모나 배신이 등장하는 작품도 아니었습니다. 그냥 테러리스트의 소굴에서 테러를 준비하는 주요 인물들이 모인 시점에서 미국은 자신들의 국방력을 이용하여 이를 정찰합니다. 프레데터와 같은 무인 폭격기를 이용해서 말이죠.

 

그리고 그들을 막으려는 시점에서 폭격의 피해 반경 안에 민간이 소녀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 때부터 이야기는 하일라이트로 진입하게 됩니다. 사실 그 전까지의 내용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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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튼 그런 상황에서 일단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현실은 '누구도 책임을 지려고 하지 않는다'입니다. 처음 피해 상황을 측정하는 일반 사병부터 그 팀을 꾸려나가는 장군 그리고 그들을 통솔하는 국방부 장교와 법무부 인원, 외교부 장관을 거쳐 수상에 이르기까지 누구도 피해자에 대한 책임을 직접적으로 안고 가려 하지 않습니다.

 

그들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지금 국내 영화들이 맨날 까기 바쁜 정부의 모습과 별반 다를 것이 없습니다. 피해 규모는 축소하고 책임은 전가하는 그들의 모습은 어찌되었든 테러만 막으면 그만이라는 식의 행동을 보이고 있죠. 뭐 그래도 조금 나은 것은 그들은 그 한 소녀를 살리기 위해서 어떻게든 생각은 했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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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런 책임 전가가 이루어지는 상황에서 가장 정신적 타격을 입는 사람들은 고위층이 아닌 실제로 드론을 이용해서 폭격을 실행하는 일반 사병들입니다. 학자금 대출을 받기 위해서 2년째 근무하고 있는 병사와 이제 갓 전출을 받은 신입 병사. 이 둘은 실질적으로 피해를 인식하고 그것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계급적 차이를 넘어 이의를 제기합니다.

 

결국 폭격은 이루어지고 소녀의 피해를 직접적으로 와닿는 사람들도 그 둘이었죠. 마지막에 컨트롤 센터를 나가면서 보이는 그들의 표정은 굉장히 회의적인 느낌으로 가득차 있습니다. 고위 관계자들은 손자에게 줄 선물을 가지고 가는 그 시점에서 말이죠. 영화는 이처럼 굉장히 아이러니한 장면들을 배치함으로서 전쟁의 실태를 비꼬고 있습니다.

 

영화는 전반부와 후반부의 성격이 꽤 다릅니다. 그들이 폭격을 준비하는 과정은 약간 지루합니다. 사실 그 자체가 그다지 중요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몰입하기가 쉽지가 않죠. 하지만 후반부 직접적으로 폭격 허가가 나고 이의를 제기하면서부터 이야기는 긴장감이 흐르기 시작합니다.

 

현장 요원을 이용하여 소녀를 폭격 범위에서 벗어나게 하려고 하는 작전도 실패하고 소녀가 파는 빵의 갯수가 조금씩 사라지는 것을 지켜보는 것 자체도 꽤 긴장감을 고조시키도록 연출되어 있습니다. 마지막에 현장 요원에 의해서 소녀의 빵을 모두 팔고 소녀가 정리를 하는 장면과 함께 폭격 카운터가 줄어드는 소리는 몰입감이 대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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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영화는 어느 정도 미국의 국방력에 대한 부분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긴 합니다. 과연 어느 나라가 그렇게 컨트롤하면서 드론에서 폭격을 할 수 있을까요? 하지만 영화는 그러한 부분이 중요하게 보이지 않습니다. 영화는 어디까지나 반전쟁주의적 메시지가 강하게 느껴지는 작품이거든요.

 

눈에 보이는 한 명을 살릴 것인가 눈에 보이지 않는 추측되는 수십명을 살릴 것인가라는 인도적인 문제에서부터 정부의 책임 전가와 조작 그리고 결과론적 태도까지 영화는 꽤 많은 부분에서 관객들을 생각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고 있습니다. 그래서 여운이 꽤 남는 영화였죠.

 

사실 극장에서 보시기는 쉽지 않으실 겁니다. 애시당초 개봉관도 적었고 현재는 수요일 개봉작인 부산행의 사전 반응이 좋아 스크린을 독점하는 수준으로 갈 가능성이 많아 보여서 아마 수요일까지가 상영할 수 있는 마지노선이 아닐까 싶군요.

 

그리고 사실 재미라는 측면에서 보면 재밌는 영화는 아닙니다. 많은 것을 생각나게 하기는 하지만 '재밌다'라고 말하기에는 애매한 작품이죠. 혹시나 케이블이나 공중파에서 한 번 방송을 하게 된다면 놓치지 마시고 보시라는 정도로 추천할 수 있을 것 같기는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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