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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장소가 익숙하지 않음에서 오는 공포....대단하다"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연상호 감독의 시작이자 첫 실사 영화 '부산행'을 보고 왔습니다. 사전 유료 시사회로 아이맥스관에서 감상을 했는데 실제 포맷은 아이맥스가 아니다 보니 1.85:1의 꽉 찬 화면을 볼 수 있더군요. 뭐 그것도 그것대로 나쁘지는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여튼 '돼지의왕'이나 '사이비'로 오히려 성인용 애니메이션으로 이름을 알린 연상호 감독이 실사 영화 그것도 좀비 영화를 들고 왔다고 했을 때 조금은 의아함이 있었습니다. 사회 고발적인 성격과 잔혹한 현실을 애니메이션을 통해 보여주던 연상호 감독 좀비 블럭버스터라니? 조금은 어울리지 않았죠.

 

하지만 예고편이 공개되고 칸 영화제에서의 반응이 나쁘지 않게 흘러나와서 기대감이 올려가던 중에 유료 시사회를 알고 보게 된 부산행은 아마도 이후로 만들어질 이런 장르(?) 영화들의 표준이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잘 만들어진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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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야기 자체가 어려운 영화는 아닙니다. 오히려 전작들을 생각해 본다면 굉장히 단순하고 아무런 곁가지가 없이 만들어진 영화입니다. 마치 부산행 급행 열차처럼 그냥 엔딩을 향해서 보이는 것에 집중하고 있을 뿐이죠. 감독은 이런 영화를 만들 때 무엇에 집중해야 하는지를 잘 알고 있었다고 생각됩니다. 그래서 감독으로서의 능력이 대단하다고 생각되더군요.

 

따라서 이 영화는 좀비의 등장과 그것들에 의해 주는 공포감, 긴장감을 느끼기 위한 영화라고 볼 수 있는데 꽤 잘 살렸습니다. 일단 배경 자체가 KTX 열차 안인데 이러한 배경 설정은 잘 선택한 부분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좀비와의 거리가 짧아질 수록 공포와 긴장을 좀 더 쉽게 전달할 수 있었을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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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단순히 배경을 잘 선택해서 영화가 공포나 긴장을 줬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물론 익숙했던 공간이 익숙하지 않음으로써 오는 공포나 긴장은 분명 존재합니다. 하지만 그것들을 표현하는 것은 결국 감독의 역량이죠. 그래서 연상호 감독이 대단하다고 생각됩니다.

 

익숙했던 공간을 익숙하지 않게 느껴지도록 굉장히 생각을 많이 했다고 보여지거든요. 텅빈 대합실, 컨테이너로 막힌 기찻길, 생존을 위해 들어갈 수 밖에 없었던 화장실 등등 '평소'와 다른 분위기를 관객들이 느끼게 하도록 노력한 부분이 많이 보입니다.

 

그리고 그러한 상황을 연기하는 배우들의 연기도 좋았습니다. 고생을 많이 했을 것 같은 육첵적인 연기 뿐만이 아니라 감정적인 변화를 연기하는 부분도 많았기에 여러모로 힘들게 촬영한 부분이 많지 않았을까 생각이 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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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 마동석이 주축인 남성 캐릭터가 메인으로서 극을 이끌어 가면서 정유미, 김수안이 주축인 여성 캐릭터가 서브로서 메인 캐릭터를 받쳐주는데 어디까지나 서브 캐릭터들의 역할이 꽤 중요했다고 봅니다. 영화의 마지막까지 말이죠.

 

그 외 조연 캐릭터로 김의성, 최우식, 안소희 정도인데 각자 맡은 역할들을 끝까지 잘 살렸다고 생각합니다. 안소희의 연기가 좀 거슬렸다고 하시는 분들도 계셨는데 개인적으로는 안소희라는 전직 걸그룹 출신의 배우도 충분히 할 만큼은 했다고 보여지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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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쩔 수 없이 신파가 있긴 합니다. 사실 이미 알고 있는 인물관계를 보면 신파가 안 나올 수가 없는 구조였다고 생각합니다. 아버지와 딸, 임신한 아내와 남편.....이것만 봐도 이 영화에서는 신파가 무조건 나올 수 밖에 없었죠. 다만 영화를 보기 전 생각한 것은 '니들이 이래도 안 울래?'와 같이 억지로 신파를 만들어내느냐 하는 것인데 영화는 그 정도까지는 아닙니다.

 

물론 주인공의 패시브 스킬로서의 버프가 없다고는 못 합니다. 분명 그러한 부분은 느껴집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러한 부분이 뜬금이 없다거나 너무나도 과장되어 있다고는 생각되지 않습니다. 그럴 수 밖에 없는 부분을 영화 시작부터 조금씩 던지고 있거든요. 그렇다 하더라도 '결국에는 신파냐?'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과감히 패스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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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딩에 있어서 조금은 의견이 갈리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하지만 제가 생각하기에 이 작품의 엔딩은 베드엔딩에 가깝지 않을까 생각되더군요. 세월호 초기를 생각나게 하는 정부의 무능력한 모습과 그것을 또 커버하고 있는 언론들의 언론 플레이 그리고 종종 비춰지는 전국의 모습들....사실 어느 것하나 긍정적이라고 볼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고 생각됩니다.

 

재밌습니다. 이 영화를 보고 나면 왜 감독이 부산행에 이어 서울역이라는 프리퀄 애니메이션을 바로 개봉을 하려고 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자신의 작품에 대한 자신감이 있었고 그러한 자신감이 관객들에게 먹혔다고 생각됩니다. 좀비물로서의 긴장감은 관객들을 놀래키기에 충분했고 그러한 긴장감과 몰입감은 영화의 재미로 이어지기에 충분했습니다.

 

앞서 말했듯이 앞으로 만약 이런 장르의 영화가 나오게 된다면 최소한 이 영화보다는 재밌게 만들어줬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이 작품을 표준으로 삼기에는 기준이 꽤 높다고 생각되지만 그렇지 않으면 기껏 개척한 새로운 장르에 대한 앞날이 또 어두워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조심스럽기는 해도 천만 가까이 갈만한 작품입니다. 마땅한 경쟁작도 없고 전작들과 달리 대중성이나 재미가 확실한 작품이기 때문에 호가 더 많은 입소문이 퍼지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이 작품을 아이맥스로 찍었다면 어땠을까 싶더군요....

 

 

. 이 영화의 엔딩이 베드엔딩이라고 생각한 부분 중에 하는 초반에 등장하는 첫 좀비의 존재가 이 영화의 프리퀄인 서울역에서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캐릭터이기 때문인 부분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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