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이제는 어느 역사에 이름을 올려야 하는지 누구나 알고 있기에 좀 더 그 시대의 이야기가 나왔으면 한다."

 

김지운 감독의 신작 '밀정'을 보고 왔습니다. 국민배우 송강호와 부산행에서 몸값을 올린 공유 그리고 한지민을 비롯한 여러 배우들이 나옴으로서 꽤 기대감을 키웠던 밀정은 시대적 배경이나 내용에 있어서 약간 '암살'이 생각날 수 밖에 없었던 작품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시대적 배경만이 같았을 뿐 두 영화가 들려주고자 하는 이야기는 완전히 다릅니다. 물론 어쩔 수 없이 겹치는 소재가 있긴 합니다. 스파이와 배신. 뭐 나오지 않을래야 나오지 않을 수 없는 소재이죠. 하지만 그것을 이용한 이야기의 과정 또한 두 영화는 완전히 다릅니다. 여튼 두 영화가 비슷하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일단 감상을 해 보시기 바랍니다.

 

>>

 

영화는 의열단의 총잡이 김상옥이 일본 경찰과의 시가전 끝에 자결하는 장면을 보여줌으로서 시작합니다. 사실 이 부분은 어느 정도 역사적 견해 그러니까 사실은 아니지만 그렇지 않을까? 라는 여사가들의 시선이 반영된 부분이 아닐까 싶은데 (사실과는 좀 다르지만) 김상옥이 시가전을 벌이고 자결을 하게 된 역사적 사건으로 인해서 이후 의열단의 독립 투쟁에 더 불이 붙었다....라는 견해가 있습니다.

 

따라서 그가 자결을 맞이하게 된 사건을 처음에 보여주고 이후 의열단의 본거지를 보여줌으로서 그가 자결을 하게 된 사건이 결국 의열단의 행동에 영향을 주게 된 것이다....라는 것을 연출을 통해서 보여준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또한 그의 사건은 오프닝으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고 김우진과 이정출의 관계의 시발점이 되기도 하는 등 단순히 사라진 인물로서 그려지지 않습니다. 매우 중요한 인물이죠.

 

>>

 

여튼 본 이야기로 돌아가서 영화는 생각보다 '밀정' 그 자체에 집중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물론 서로서로의 숨겨진 밀정이라는 존재가 이야기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는 않습니다. 큰 흐름에서 밀정이라는 존재는 서로서로에게 막대한 영향을 주고 있고 이야기의 반전을 노리고 있기도 하죠.

 

하지만 그러한 이야기가 영화의 대부분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영화는 생각 외로 인간의 관계에 대한 부분들을 꽤나 많이 보여주고 있습니다. 물론 그 중심에는 이정출과 김우진이 있죠.

 

둘의 관계는 굉장히 이상한 관계입니다. 오히려 초반에 자신의 존재를 밝혀버리는 김우진과 그런 김우진을 바로 잡아들이지 않는 (매국노) 이정출의 관계는 단순히 이정출을 밀정으로 이용하려는 그리고 김우진을 이용하여 정보를 캐내보려고 했던 극초반의 관계와 완전히 달라져 형과 동생으로 불리는 그 자체에 집중하는 듯한 느낌마저 듭니다.

 

>>

 

이성적이었던 둘의 관계과 감성적으로 그려진다는 느낌이 들었죠. 그리고 이러한 느낌은 단순히 이정출과 김우진만이 아닌 연계순과 그의 남편의 관계에서도 분명히 보입니다. 의열단이라고 하면 그들은 사실 감성적이라기보다는 이성적인 판단하에 움직여야 할 단체인데 경성역에서 연계순이 보여준 행동은 분명 굉장히 감성적인 측면이 강했습니다. 잘 못 하면 모든 것이 끝나버리게 되는 행동이었죠.

 

그래서 이 영화는 의외로 의열단이 의열단으로서의 활동을 보임으로서 느끼게 되는 감정보다 개개인의 감정을 드러내는 장면들로 받게 되는 감정이 더 많았다고 생각됩니다.

 

>>

 

그런데 이런 연출이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의열단들이 의열단 활동을 하게 되면서 죽임을 맞게 되는 장면이나 결국엔 터트리지 못 했던 폭탄을 어찌어찌 터트리려고 했다는 등의 장면들을 넣었다면 요즘 흔히 말하는 국뽕의 느낌을 지울 수 없었을 거라 생각합니다.

 

사실 감독의 의도였는지는 나중에 블루레이를 통해서 봐야 알겠지만 그런 개인의 감정들을 제외한 나머지 장면들에서는 굉장히 무감각하다는 느낌이 들 때가 많았습니다. 무감각이라고 하면 좀 이상해 보이기도 하는데 굉장히 감정적인 부분을 절제했다고 하는 게 맞을 수도 있겠군요. 여튼 그런 감정의 절제를 굉장히 노리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분명 관객들을 울컥시킬만한 요소가 굉장히 많았는데 그런 부분들이 전혀 없었거든요.

 

그리고 또 한가지 놀란 점은 생각보다 가볍습니다. 정말 엄청 무거운 영화가 될 줄 알았는데 꽤 가벼운 분위기의 연출이 많이 보입니다. 코미디 요소도 생각보다 많고 진지함과 코믹함을 꽤 자주 왔다 갔다 하는데 의외로 거부감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연출적인 부분에 있어서는 그렇게 얘기할 만한 부분이 없어 보이더군요. 서스펜스와 코믹함과 진중함과 감성적인 부분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

 

하지만 이런 부분들로 인해서 '밀정'이라는 제목이 무의미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사실상 이 영화는 밀정으로서의 송강호가 맡은 이정출이라는 캐릭터의 변화가 가장 주 내용인데 그가 김우진에 의해 의열단의 밀정이 되고 그 후로 생각과 행동에 변화를 가지는 과정은 꽤 흥미롭습니다. 하지만 새롭지는 않죠.

 

한 인물의 변화에 대해서 그려지는 작품들은 많습니다. 그리고 이 영화에서의 이정출이란 캐릭터도 그러한 노선을 크게 벗어나지는 않습니다. 갈등과 선택의 연속에서 관객들이 어느 정도 예상한 노선을 그대로 따르고 있죠. 하지만 역시 그러한 인물을 표현하고 있는 송강호라는 배우가 대단한 것이 굉장히 상반된 모습의 연기를 자연스럽게 바꾸어 나간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다양한 감정과 액션과 표정을 연기할 수 있는 배우가 얼마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송강호-이병헌-공유가 모여 있는 자리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연기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

 

그리고 투톱 중에 한 명인 공유도 극의 흐름에 문제가 있을만한 연기를 보여주지는 않습니다. 감정 표현도 좋았고 표정 연기도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거의 무표정으로 일관했던 부산행에 비해 훨씬 좋은 연기를 보여주지 않았나 생각되더군요.

 

그 외에 신성록이나 한지민 등 주조연 배우들의 연기도 나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한지민과 신성록의 경우 발성에 있어서 왠지 어색함이 들더군요. 뭔가 둘은 따로 노는 듯한? 혹은 다른 시대에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의외로 굉장한 연기를 보여주었다고 생각되는 캐릭터는 하시모토인데 이 캐릭터를 연기한 엄태구입니다. 송강호와 대립되는 캐릭터를 그것도 꿀리지 않게 연기를 하는데 굉장히 인상에 남더군요.

 

까메오를 얘기를 안 할 수가 없는데 역시 김상옥을 연기한 박희순부터 얘기를 해야겠죠. 굉장히 인상깊은 연기를 보여주었습니다. 어느정도 역사적 사실에 따르면 김상옥은 격투와 사격에 능하다고 하는데 그러한 모습을 오프닝의 짧은 시간 동안 잘 연기해 주었다고 생각됩니다.

 

그리고 정채산 역을 맡은 이병헌은 뭐 여전히 매력적인 목소리로 카리스마를 뿜어내고 있으면서 연기를 잘 해주었는데 왠지 모르게 광해가 생각이 나더군요. 묘하게 광해 때와 비슷한 목소리가 아니었나 싶더군요. 하지만 그의 역할은 무시할 수 있는 비중이 아니었다고 생각됩니다. 그의 존재 자체는 의열단의 분위기를 바꾸는 정도로 꽤나 묵직한 캐릭터를 꽤 많이 장면에서 보여주고 있죠.

 

>>

 

영화는 잘 나왔습니다. 지금 시점에서는 비교할 만한 작품이 생각나지 않는군요. 대단한 재미를 주는 작품은 아니지만 월메이드라고 하기에는 부족함이 없습니다. 역시 김지운 감독은 기본 이상은 한다는 얘기를 하고 싶군요. 분위기, 음악, 이야기, 연기 전반적으로 기본 이상의 퀄리티를 보여주고 있으니 극장에서 감상하셔도 아니 감상하셔야만 하는 작품이 아닐까 싶습니다.

 

 

덧 1. 박희순이 연기한 김상옥이란 인물에 대해서도 영화로 제작되면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덧 2. 그 시대였기에 나왔을 것 같은 좀 더 잔인한 현실을 보여주는 작품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더군요.

«   2024/04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Total
Today
Yester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