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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다 폭주기관차들이니 대형 사고가 날 수 밖에..."

 

김성수 감독의 신작 '아수라'를 보고 왔습니다. '비트'와 '태양은 없다'로 나름 감독으로서의 입지를 굳혔던 과거에 비해 최근 감독한 작품들은 좀 안 좋은 평가들을 꽤 받었었기에 사실 좀 긴가민가했습니다. 특히나 이상하리만치 홍보를 많이 하는데다가 거의 주조연에 해당되는 모든 배우들이 무한도전에 나올 만큼 홍보에 굉장한 투자를 하는데 이게 단순히 홍보를 할 만한 작품이라서 홍보를 한 것인지 아니면 그렇게 홍보를 해야만 흥행할 영화이기에 홍보를 하는 것인지 아리송했죠.

 

사실 영화를 보기 전에는 '부당거래'나 '베테랑' 혹은 '내부자들'과 비슷한 이야기를 들려주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런 영화들과는 완전히 궤를 달리하고 있더군요. 이 영화는 단순하게 말해서 그냥 악과 악의 대결 그 자체를 순수하게 보여주고 있을 뿐입니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죠.

 

따라서 이 영화에서 권선징악 혹은 선과 악의 대립을 생각했던 분들이라면 감상을 적극 말리고 싶습니다. 이 영화는 어떻게 보면 '강남 1970'이나 '저수지의 개들' 혹은 '악마를 보았다'와 같이 그냥 자기 이익을 위해 질주하는 악들의 폭주 장면들을 보여줄 뿐이니까요. 그리고 그런 폭주에서 오는 폭력만이 그냥 이 영화의 전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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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과거 유행했던 '조폭' 영화들과 같냐면 그것도 아닙니다. 과거 엄청 유행했던 조폭 영화들은 그냥 조폭들의 이야기를 보여줬을 뿐이지만 이 작품은 조폭들의 대립과 같은 단순함만을 보여주고 있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순수한 악의 대결을 보여주면서 한 편으로는 다양한 계층의 다양한 인간군상을 보여주고 있기도 하죠.

 

덤으로 정경유착이니 언론 조작들과 같은 현실 세계의 부패를 보여주기도 하지만 그것들은 그렇게 큰 의미는 없습니다. 일종의 소도구로서 악들이 어떻게 악의 모습을 가리는지 보여주기 위한 수단으로서 조금씩 등장할 뿐이죠. 다시금 말하지만 이 영화는 순수하게 악과 악이 만나서 죽고 죽이는 과정을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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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아수라장 속에서 주인공은 벗어나려 합니다. 하지만 벗어나지 못 하죠. 물론 관객들은 그가 '악'이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결말도 대충 짐작할 수 있죠. 하지만 주인공이 '악'이 아니었다 하더라도 아수라장을 벗어날 수 있었을까? 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리고 주인공이 선이라고 하더라도 결국엔 아수라장을 벗어나지 못 했으리라 생각됩니다.

 

'악'인 주인공은 다른 '악'을 죽이지 않으면 자신이 죽을 수 밖에 없기에 피터지게 싸우지만 만약 주인공이 '선'이었다면 그 아수라장에서 다른 악들이 도망가지 못 하도록 자멸하는 길을 택했으리라 생각됩니다. 결말에서 주인공이 약간은 선으로 느껴질만한 연출들이 보여지는데 그건 선이든 악이든 아수라장을 벗어나지 못 한다는 결말을 보여주기 위함이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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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수라를 표현하는 배우들의 연기는 대단합니다. 그냥 누가 더 카리스마를 폭발시키는지를 겨루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화면에서 보여지는 그들의 연기는 어느 것 하나 버릴 것이 없습니다. 부패 경찰 역을 처음으로 한 정우성은 시종일관 욕을 남발하며 카리스마를 뿜어내는데 거친 표정과 함께 마구잡이로 굴리는 그의 액션 연기를 볼 때면 아마 다시는 이런 작품을 찍지 못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돕니다. 이제 나이도 있으니까요. 여튼 이번 작품에서 정우성은 그의 필모에 중요한 작품을 남긴 것은 틀림 없습니다.

 

그리고 정우성과 가장 큰 대립을 이루고 있는 황정민은 뭐 역시나 이런 악인의 캐릭터를 굉장히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달콤한 인생'에서 보여주었던 비열한 캐릭터를 넘어서 그야말로 그냥 순수 악의 캐릭터를 보여주는데 화면에 비치는 표정들을 볼때마다 소름이 돋을 지경이더군요. 나쁜 캐릭터를 더 나쁜 놈처럼 보이게 하는데는 뭔가 도가 튼 듯한 느낌입니다.

 

곽도원은 '범죄와의 전쟁' 이후로 오랜만에 검사 역을 맡았는데 그러다 보니 과거의 이미지와 거의 비슷합니다. 캐릭터도 그렇게 큰 차이가 보이지 않구요. 하지만 역시나 연기는 잘 합니다. 중얼거리는 듯 하면서도 힘이 실려있는 발성은 거의 모든 대사가 귀에 쏙쏙 들어올 정도로 또렷하더군요. 곡성에서 보여주었던 뭔가 나약한 경찰에서 다시금 먹이를 노리는 검사의 눈빛을 보여준 그의 연기는 뭐 다른 말이 필요없겠죠.

 

가장 놀랬던 것은 주지훈입니다. 그가 과거 이토록 강렬한 이미지를 보여준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순수했던 경찰에서 돈으로 더럽혀져 가는 과정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어쩌면 주연 캐릭터들 중에서는 가장 입체적인 캐릭터라고 할 수 있는데 그런 입체적인 변화를 잘 보여주고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의 망설임은.....여러모로 찡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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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모로 강렬한 영화입니다. 그렇기에 호불호가 분명히 나눠질 것이라 생각되구요. 일단 잔혹한 영화는 아니지만 피가 낭자하는 아수라장을 보기 싫으신 분들은 전혀 재미를 느끼기 힘드실 겁니다.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절대로 권선징악이나 내부고발이나 사회고발적인 영화가 아닙니다. 그냥 나쁜 놈들끼리 치고 박는 더러움을 보여주는 영화죠.

 

그렇기에 그냥 오래만에 매 장면마다 강렬함과 긴장감을 느끼고 싶으신 분들은 감상을 하셔도 괜찮을 듯 하지만 왠만하면 데이트용으로는 감상하지 마시고 혼자서 보시거나 동성 친구와 보시기 바랍니다. 당연히 가족들과 보기에도 불편한 작품이니까요...

 

덧1. 황정민의 팬티 연기는....와우!

 

덧2. 개인적으로는 좀 더 끝을 달려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되던데 말이죠...

 

덧3. 여러모로 여성 캐릭터의 비중이 많이 아쉬운 영화였습니다. 아무리 남자 영화라지만 여성 캐릭터의 비중이 아예 없는 수준이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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