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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 02 / 04 / 006]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프리즈너스'와 '시카리오'의 감독 드니 빌뇌브의 신작 '컨택트(어라이벌)'을 보고 왔습니다. 원작은 테드 창의 SF 소설 '당신 인생의 이야기'인데 원작은 읽은지가 한참 전이라 원작 내용과의 비교는 좀 힘들 것 같네요. 그냥 전체적인 분위기를 잘 표현했다....라는 정도로 끝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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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줄거리는 어느 날 갑자기 12척(?)의 외계인 비행선이 지구 곳곳에 등장하고 이들과의 대화를 위해서 언어학자와 물리학자를 섭외하여 그들이 왜 지구에 왔는지에 대해서 알아보려고 합니다. 거기에 섭외된 언어학자가 주인공 루이스(에이미 아담스)이고 물리학자가 이안(제레미 레너)입니다.


이 영화의 주인공이 언어학자라는 점에서 이 영화의 방향이 다른 SF 영화들과는 좀 다를 것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이 영화는 물론 전반적인 틀에서 외계인이 등장했을 때의 상황을 보여주고 있지만 그러한 상황 속에서 기본적으로 '대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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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기에 이 영화는 외계인을 공포의 존재가 아닌 하나의 다른 생명체로서만 보여주고 있습니다. 영화에서 외계인을 이용하여 공포감을 조성하는 장면은 단 한 장면도 없는 것을 보면 영화는 외계인을 단지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존재'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존재로서 표현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그런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존재로서 다른 두 종족은 대화를 하고자 합니다. 상형 문자에 가까운 그래서 '시제'가 없는 언어를 사용하는 외계인의 언어를 분석하여 그들의 언어와 대화를 하려고 하는 과정은 이 영화의 핵심이며 그래서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언어를 분석'하는 과정이 지루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흥미롭습니다. 마치 인간의 호기심이라는 본능을 마구 건드리는 듯한 느낌이 들죠. 이러한 호기심 자극은 역시나 기본적인 영화 구성의 차이가 기존의 영화들과의 차이에서 온다고 볼 수 있는데 외계인이 지구에 오든 인간이 외계에 가든 그 바탕에는 기본적으로 탐색과 탐험이 깔리고 그 후에 전쟁이나 조우가 이루어지는 편이었죠.


그런데 이 영화는 그러한 기존의 구성과 다르게 처음부터 만났고 대화를 시도하려고 합니다. 외계인의 존재가 인류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존재라는 것을 사전에 관객에게 던지고 그 이후의 과정을 외계의 낯선 언어를 해석하는 과정과 동일시하게 전개해 나가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언어의 해석'은 어느 부분으로 해석을 해봐도 이 영화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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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지 더 흥미로운 점은 외계인의 낯선 언어에 대한 가장 중요한 점을 시각적으로도 보여주고 있지 않나? 라는 생각이 든다는 것입니다. 영화 속에서 루이스는 외계의 언어는 시제가 없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과거와 현재와 미래의 구분이 없다는 얘기를 했습니다.


영화는 초반 어딘지 모를 장소의 천정을 수직적인 카메라 구도로 훑으면서 내려옵니다. 시점이 언제인지는 이 때는 알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연출은 외계인의 우주선을 들어갈 때도 마치 위와 아래가 없는 듯한 구도를 잡고 있죠. 하지만 중요한 것은 주인공 루이스의 집의 천장을 수직적으로 보여줄 때입니다.


똑같은 각도로 내려오는 카메라의 시점은 지금 보여주는 시점이 언제인지를 알 수 없게 만듭니다. 마치 똑같은 장면이 반복되면 듯 하면서 돌고 도는 듯한 연출은 이 영화에서 언어의 해석이 진행 됨에 따라 밝혀지는 사실과 굉장히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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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계의 언어를 해석해 나감에 따라 주인공 루이스는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동기화라고도 할 수 있는 상태에 들어갑니다. 과학적 용어로도 존재하는 것 같던데 사실 그것까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여튼 모든 시점에서의 루이스는 하나의 루이스로서 존재하게 되죠.


그리고 모든 생애를 보게 됨에 따라 모든 생애에서 느끼는 감정도 느끼게 됩니다. 처음 오프닝에서 루이스는 딸의 탄생에서 죽음까지를 지켜보는데 어쩌면 본인일 수도 있는 당신의 인생에 대한 것을 짧고 굵게 보여주는 장면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영화를 보고 나면 어째서 이 영화의 원작의 제목이 당신 인생의 이야기인지 알 수 있습니다. 본인이라고 할 수 있는 당신 인생의 이야기를 루이스 나레이션과 함께 연출을 통해서 관객들에게 최대한 알기 쉽게 전달해 주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사실 소설의 이야기가 잘 기억이 안 나지만 쉽게 이해할 수 없었다고 기억하는데 영화는 단 번에 해석이 가능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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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들의 연기는 인상적이었습니다. 최근 녹터널 애니멀스에서도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주었던 에이미 아담스는 뭔가 그 연장선에 있는 듯한 느낌도 드는 루이스의 역할을 잘 연기하고 있습니다.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이어지는 과정에서 보여지는 연기나 낯선 존재와 낯선 대화를 하면서 다양한 감정을 느끼는 캐릭터를 안정적으로 보여줍니다.


최근 아메리칸 허슬이나 이민자를 제외하고는 거의 몸쓰는 연기를 많이 했던 제레미 레너는 이성적인 이공계(?) 캐릭터를 나름 어색하지 않게 보여줍니다. 처음에는 이성적인 성향을 보였지만 이후로 가면서 루이스에 대한 감정적인 부분이 커가며 변화하는 캐릭터를 잘 보여주었다고 생각합니다.


그 외에 조연으로서 기억나는 캐릭터는 포래스트 휘태커 정도가 끝이라고 할 수 있는데 아카데미를 비롯하여 다양한 시상식에서 주연상을 상당수 받은 배우인만큼 연기에 있어서는 논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되더군요. 조연으로서의 역할을 잘 해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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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는 영화였고 인상적인 영화였습니다. 과학적인 이론은 전혀 나오지 않습니다. 어쩌면 과학적인 영화지만 과학이 중요하지 않은 영화라는 생각도 듭니다. 대화와 소통과 인생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있는 작품인 만큼 오히려 감정적인 부분이 강한 영화라는 생각도 들거든요.


이러한 부분은 과거 개봉했던 97년작 콘택트와 비슷한 부분도 있다고 생각되는 부분이었습니다. 97년 작품에서도 많은 과학적인 과정의 결말 속에 아버지와의 조우를 통해 감성적인 부분은 건드리는 장면이 있었죠.


여튼 그래서 외계인과의 조우와 그 과정에서 오는 긴장감을 느끼고 싶어서 이 영화를 보실 분들은 좀 패스를 했으면 합니다. 영화의 소재와 연출은 분명히 호불호가 갈리는 스타일이라고 생각도 들며 생각보다도 더 정적인 영화이기에 차분하게 진행되거든요. 이건 프리즈너스부터 이어져 온 감독의 스타일이라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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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영화는 개인적으로 완전히 추천하는 작품입니다. 과학적인 소재와 감성적인 결말을 자연스럽게 이어갔으며 비쥬얼적으로나 음향적으로도 모자란 부분이 없습니다. 다들 콘택트와 비슷한 제목으로 개봉을 해서 괜히 과거에 개봉했던 명작의 이름을 빌리는거 아니냐는 이야기도 있던데 이 정도면 콘택트에 버금가는 작품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믿고 보는 드니 빌뇌브라는 생각이 들 만큼 오랜만에 보는 진지한 SF 영화였습니다. 혹시나 감독판이 있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작품은 오랜만이기도 했구요. 다만 역시나 소재와 스타일 때문에 괜히 데이트용으로나 가족용으로는 신중히 선택하시기 바랍니다.



덧. 97년도 작품은 '콘택트'라는 제목으로 검색되고 2017년 작품은 '컨택트'라는 제목으로 검색되더군요.....왜 이런 한끗차이를 둔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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