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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 02 / 11 / 008]


크리스틴 스튜어트 주연의 '퍼스널 쇼퍼'를 보고 왔습니다. 크리스틴 스튜어트는 트와일라잇 이후로 생각보다 많은 작품에서 보아왔는데 사실 트와일라잇 이후의 작품들을 보면 연기력이 없어서는 안 되는 캐릭터들을 잘 연기하는 모습들을 보여주었죠.


그래서 사실 트와일라잇의 그늘에서 많이 벗어났다고도 생각하는데 여전히 트와일라잇의 영향이 큰 것인지 아직도 연기력에 대한 불신과 배우로서의 불신을 가지고 계신 분들이 있더군요.


하지만 그런 걱정들과 달리 이번 작품에서도 그녀는 연기력이 없어서는 안 되는 캐릭터를 상당히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입체적이지는 않지만 심리적 변화가 큰 인물의 변화를 잘 연기하고 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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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그녀는 항상 불안합니다. 죽은 오빠를 언제 만날 수 있을까 하는 초조함과 죽은 귀신들을 볼 수 있는 능력에 의한 두려움 그리고 낯선 인물로부터의 연락으로 변해가는 자신의 모습에 대한 긴장감으로 항상 예민한 상태입니다.


영화는 그런 그녀의 상태를 표현해주는 수단으로서 몇 가지를 이용하는 듯 한데 첫 번째 수단이 문자를 입력하는 그녀의 손으로 생각하고 두 번째가 그녀가 항상 남기고 떠나는 물건입니다. 정확히는 마시다 만 음료수라고 해야 할 것 같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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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설정은 어떻게 보면 영화 중반 이후 낯선 인물로부터의 문자가 오노 나서부터 그 감정이 직접적으로 전달되는 수단입니다. 처음에는 무시하려는 그녀는 점점 호기심과 두려움과 자신을 지켜보는 것 같은 긴장감에 사로 잡혀 많은 문자를 보내고 그러한 문자를 보내는 그녀의 손 또한 처음 문자를 입력하던 모습과 이후 문자를 입력하던 모습의 차이가 나타납니다.


그리고 두 번째 설정은 영화 전반에 걸쳐서 나오는데 그녀는 자신이 주문한 (혹은 구입한) 음료수를 끝까지 마시고 버리는 모습을 보인 적이 없습니다. 항상 급하게 마시고 뭔가에 쫓기듯 자리에 남겨두고 서둘러 일어서죠.


이러한 긴장감은 영화를 이끌어 가는 원동력입니다. 그 대상이 무엇이 되었든 주인공이 느끼는 긴장감을 고스란히 관객들이 느낄 수 있도록 연출하고 있으며 때문에 영화는 극적인 상황이나 카메라 기법이 없어도 무거운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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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이 영화는 불편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주인공이 시종일관 긴장감에 사로잡혀 있다고 해도 아무런 극적인 연출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인 압박감을 관객들에게 전달해 줄 필요가 있었을까? 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야기의 불친절함도 얘기를 안 할 수가 없는데 주인공이 귀신을 볼 수 있거나 느낄 수 있고 그럼으로 인해서 죽기 전 서로가 약속한 것을 오빠가 지키리라 생각하고 오빠를 기다리는 것까지 충분히 이해를 합니다. 그건 어쩌면 이 영화의 시작을 알리는 것과 동시에 마지막을 장식하는 가장 큰 이야기이니까요.


그런데 오빠와 관련된 이야기와 더불어 갑자기 발생하는 낯선 인물과의 에피소드가 과연 어떤 상관관계가 있느냐가 제일 의문이더군요. 처음에는 주인공의 오빠 영혼을 기다리는 것이 주 이야기인 것처럼 보였고 또 그렇게 진행을 합니다.


문제는 중반을 넘어서면서 낯선 인물의 연락과 함께 이야기의 방향이 완전히 바뀝니다. 실존하는지 실존하지 않는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완전히 다른 메인 이야기가 진행이 되는데 그 이야기가 기존의 이야기와 아무런 관계가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는 것이 문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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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낯선 인물로부터 연락 이후는 영화는 갑자기 주인공 내면의 본질에 대해서 이야기하기 시작합니다. 주인공의 욕망을 끄집어내라고 외치는 낯선 인물의 도발과 그것을 어느 정도 수긍하고 받아들이는 주인공의 모습을 보여주죠.


그러다가 살인 사건이 발생하고 낯선 인물의 정체가 밝혀지고 난 뒤에는 급격하게 결말로 다가가는 느낌이 들더니 뜬금없이 오빠 이야기를 다시 끄집어내더니 주인공의 의문의 시선과 의문의 대사와 함께 영화는 끝납니다.


영화가 주려는 메시지나 의미는 논외로 하더라도 도대체 들려주고자 하는 주 이야기가 무엇인지 모르겠습니다. 낯선 인물이 주인공의 고용주를 죽였고 그 범인을 잡는데 오빠가 도움을 주었다? 라고 해도 이 두 이야기의 접점은 너무나도 없습니다.


때문에 영화의 분위기와 상반되게 들려주는 이야기는 산만한 편입니다. 왜 주 이야기를 하나로 계속 이끌고 가지 않았을까요? 오빠를 찾는 과정은 결국 자기 자신을 찾고자 하는 과정이었다는 것일까요? 두 이야기의 부조화로 인해 영화가 던지는 메시지조차도 부조화가 되어버리는 듯 했습니다.


이 영화를 추천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무거운 분위기, 산만한 이야기 하지만 열연이 돋보이는 배우의 연기. 이야기의 구성과 연출을 조금만 더 다듬었더라면 좋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쓸데없이 어렵게 만들려고 한 영화가 아닌가? 라는 생각이 떠나지 않는 작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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