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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 02 / 27 / 012]


맬 깁슨 감독에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의 앤드류 가필드가 주연을 맡은 '핵소 고지(ridge)'를 보고 왔습니다.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꽤 여러 부문에 후보로 올랐던 작품인데 개봉한지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상영관 수가 정말 턱없이 줄었더군요. 이런 상황 때문에 블럭버스터의 사전 개봉이 더더욱 싫어지더군요.


이 영화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 오키나와에서 벌어진 핵소 고지 전투에서 무기 없이 부상자 76명을 구해낸 데스몬드 도스의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제작된 작품입니다. 그렇기에 '과장'은 있을 수 있지만 기본적인 사건은 사실에 기반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죠. 당연히 무기 없이 76명을 구해낸 것도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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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사실 이 영화는 그런 76명을 구하기 이전에 도스라는 인물이 '왜' 그런 행동을 하게 되었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부터 시작하는 것으로 시작됩니다. 도스는 여호와의 증인의 절실한 교인으로서 어릴 적부터 종교 활동과 몇몇의 사고로 성인 되어서는 그것이 스스로의 신념으로 변하게 되었죠.


그리고 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시절 그는 자신만 편하게 있는 것을 거부하고 입대를 신청하죠. 아마 그런 입대 신청은 그의 형의 입대가 어느 정도 영향을 주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는 일종의 양심적 병역 거부자로서 병역을 대신해서 일종의 병역 대체를 하고 있었지만 소총을 비롯한 살인 도구의 교육을 받지 않는 의무병으로서의 입대를 신청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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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그가 자신의 신념으로 인해서 가장 큰 고통을 받는 부분은 영화으 초장에 해당하는 입대 후 훈련을 하는 부분입니다. 그는 사람을 죽이지 않겠다는 스스로의 신념으로 소총 교육을 받지 않게 되고 그로 인해 군 내부적인 압박을 받습니다. 동기들의 괴롭힘을 비롯하여 그 이상의 압박이 가해지죠.


그는 결국 그로 인해 사랑하는 연인과의 결혼식도 가지 못 하게 되고 독방에 갇혀 괴로움에 몸부림칩니다. 영화를 보고 있으면 과연 저렇게까지 자신의 신념을 지킬 수 있는 인물이 과연 몇 명이나 될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영화 초반에서 그가 자신의 신념을 지켜가는 과정은 대단합니다. 존경스러울 정도로 말이죠.


하지만 다행히도 (사실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버지의 도움으로 인해 무기 교육을 받지 않는 의무병 교육을 받게 된 그는 모든 교육을 이수하고 연인과의 결혼도 무사히 마친 후 오키나와로 파병을 가게 됩니다. 그리고 현실을 마주하게 되죠. 중반에서는 치열하게 벌어지는 전투와 그 전투 속에서 무기 없이 전투를 치러야 하는 도스의 심리 상태를 보여주는데 주력합니다.


악몽을 꾼 그가 스스로 "적들이 총과 칼을 겨누는데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어서..."라고 말할 정도로 그는 심리적 압박을 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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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전세는 약간 연합군에게 우세한 것처럼 진행이 되지만 곧 일본군의 저항 세력에 의해 후퇴를 하게 됩니다. 영화의 종장에서 감독은 초반과 중반에서 자신의 신념을 지킨 한 명의 평범했던 인물이 올바른 길로 다다랐을 때 어떠한 결과를 낳고 그 결과가 어떠한 영향을 주게 되는지에 대해서 보여주고 있습니다.


대단하죠. 보고 있으면 저게 가능한가 싶을 정도로 그는 자신을 포기하고 부상자들을 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합니다. 그 상황에서 7명을 구한 것도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는 76명의 부상자를 구해내죠. 더 놀라운 것은 이것도 사실인지는 모르겠는데 일본군까지도 구해냈다는 것입니다. 그가 가진 신념은 그 누구도 예외일 수 없었던 것이죠.


그가 한 사람 한 사람을 고지 아래로 내리면서 기도하는 장면은 그 자체로 관객들을 울컥하게 만들기에 충분한 장면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대사는 엔딩 크레딧 전에 나오는 인터뷰 영상을 보니 본인이 직접 그 당시에 했던 독백이었더군요. 그래서 더 뭉클했습니다. 얼마나 도망을 가고 싶었을까요? 얼마나 갈등을 했었을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신념을 벌지 않았기에 그는 영웅이 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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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스가 그렇게 많은 부상병을 구하고 대위는 내일이 토요일이기에 안식일인 것은 알지만 모두가 너의 신념을 믿는다면서 그가 참전을 해 주기를 원하죠. 그리고 토요일 당일에도 그의 기도가 끝날 때까지 공격을 하지 않습니다. 타 부대에서 왜 공격을 하지 안햐고 무전을 해도 대위는 기다립니다. 그 조차도 몰랐던 영웅의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이죠.


전투는 전쟁 영화를 좋아하는 전쟁 영화를 좋아하는 맬 깁슨답게 참혹함을 전달하기 위해서 사지 절단이나 특수 효과에 공을 많이 들인 듯 합니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제 전투에 비하면 새 발의 피 수준이겠지만 그 어떤 전쟁 영화보다도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모습을 꽤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편입니다. 그래서 그런 장면에 거부감이 드시는 분들은 영화 관람을 좀 자제해 주셔야 할 듯 싶더군요.


하지만 그러한 부분을 제외하더라도 음향적으로도 대단한 작품입니다. 물론 전체적인 연출도 잘 구성이 되어 있어서 재밌는 영화라는 생각도 듭니다만 그 연출 중에서도 음향적인 부분에 있어서는 정말 대단했습니다. 많은 공을 들였다는 것이 느껴질 정도로 전쟁에서의 다양한 소리를 관객들에게 잘 전달해 주고 있습니다. 그래서 감상을 하실 때는 음향 시설이 좋은 상영관을 가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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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드류 가필드라는 배우를 얘기 안 할 수가 없는데 점점 발전하는 연기파의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고뇌하고 갈등하며 자신의 신념을 지켜나가는 인물의 심정을 관객들에게 잘 전달해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조만간 개종하는 사일런스에서는 더 대단한 연기를 보여주었다고 하니 앞으로의 행보가 굉장히 기대되는 배우입니다.


영화는 앞서 말했듯이 재밌습니다. 관객들이 쉽게 이해하고 즐길 수 있도록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오락 영화로서의 재미는 괜찮습니다. 한 개인의 신념이 어떤 것인가를 보는 것과 전쟁 영화로서 감상하는 것 어느 쪽으로 봐도 나쁘지 않은 영화입니다. 아쉬운 것은 앞서 말한 것처럼 사전 개봉으로 인해 상영관 수가 급격히 적어지는 것과 잔혹함이 어느 정도 있는 작품이기에 선택을 잘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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