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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 07 / 02 / 027]

 

이준익 감독의 신작 '박열'을 보고 왔습니다. 사실 작년에 동주를 보았기 때문에 올해 또 이준익 감독의 신작을 그것도 비슷한 배경의 이야기를 보게 될 줄은 몰랐는데 참 열심히 작품을 만드시는 듯해서 기분이 좋더군요. 특히나 요즘에는 역사물에 관심이 있으신 것 간던데 그것도 마음에 들구요.

 

'박열'은 1920년대 일본이 배경입니다. 배경이 배경인만큼 일본 강점기에 있던 시기인데 이 시절 일본 동경에 있었던 '박열'이라는 인물과 '후미코'라는 여인의 이야기를 영화는 들려주고 있습니다. 사실 좀 의외이긴 했습니다. 한국인 독립운동가와 일본인 그것도 일본 여인의 이야기라니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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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사실 이러한 관계는 전작 '동주'에서도 나타납니다. '김동주'라는 한국인 시인과 함께 이 작품에서는 조연이긴 하지만 '쿠미'라는 일본인 여인이 등장하죠. 이상하게 독립운동가와 관련된 두 인 물 모두 일본인 여인과의 썸이 있었거나 결혼을 했는데 지금 생각해도 좀 놀라운 부분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 당시 일본인이라면 콧대가 하늘을 찌를 뻔 했던 시기인데 그런 그들이 속국이라고 생각할 만한 나라의 남자를 흠모하거나 결혼을 한다? 생각이 굉장히 깨어있던 여인들이 아니었나? 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특히 박열에서 등장하는 후미코라는 여인은 오히려 박열보다도 더 임팩트 있는 캐릭터인데 단순히 독립운동을 도운 것만이 아니라 일본의 근본적인 문제점을 이야기하며 일본이라는 나라의 구조가 잘 못 되었다는 얘기를 영화 속에서 합니다. 천황이라는 존재가 무의미하며 빨리 없애버려야 한다고 하죠. 물론 그 당시 그런 생각을 했던 인물이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겠지만 과연 내가 저 상황이라면 저런 생각과 행동을 할 수 있었을까? 라는 생각이 들 만큼 대단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박열이라는 인물로 넘어가 보면 진짜 골 때리는 인물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인력거를 몰면서 독립운동을 도모하고 일본 경찰과 검사와 판사를 가지고 노는 인물인데 '이런 캐릭터가 있었다니?'라는 생각이 들 만큼 당당하고 호쾌하고 소신이 있으면서 재미도 있는 인물이었습니다. 사실 저 정도면 거의 즉결 사형이 되어도 이상하지 않은 시대였음에도 일본의 상황을 교모하게 이용하여 자신에게 유리한 상황을 만들어가는 박열의 모습은 대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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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박열과 후미코라는 인물은 스스로를 아나키스트라고 주장하는데 사실 무정부주의자죠. 하지만 영화 속에서 무정부주의자로서의 모습이 얼마나 표현이 되었는지는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 천황의 존재를 부정하는 후미코도 아나키스트라기보다는 천황의 존재에 대해 부정적이라는 느낌이 들었고 박열 또한 독립운동가로서의 모습을 기본으로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아나키스트, 무정부주의자로서 그들을 보여지는 장면은 그들의 사상을 이야기하는 장면에서나 볼 수 있었습니다.

 

물론 일본 강점기라는 시대이기에 한국에서 무정부주의를 외쳐봤자 그건 결국 일본 정부를 없애는 것부터 시작해야 할 일이니 일본 교토에서 무정부주의자로 행동하는 것은 어쩌면 독립운동으로 이어지는 것이라 생각하고 둘의 교집합에 해당하는 활동을 했었겠지만 무정부주의자로서 행하는 일의 과정이나 결말이 보여지지 않은 것은 조금 아쉬웠습니다. 만약 실제로도 그런 활동 과정이나 결론이 없었다면 더더욱 의아함이 생길 것 같네요.

 

여튼 그런 박열과 후미코의 이야기는 꽤 흥미롭습니다. 영화는 대부분 팩트에 근거한 이야기를 들려주려고 하는데 동경대지진과 그것을 이용하여 근거 없는 소문을 퍼트려 한국인들을 벼량끝으로 내모는 일본 정부의 모습 그리고 그러한 상황을 이용하여 자신의 사상과 자신의 주장을 펼치며 한국인들에게 힘을 주려고 하는 박열의 모습을 과장 없이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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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영화는 사실보다 순화해서 보여줬을 가능성이 많겠죠. 어떻게 고문이 없을 수 있었을까요? 하지만 사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버티며 싸워 온 그들의 모습이 더 중요하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그래서 이준익 감독도 일부러 넣지 않았을 수 있겠죠. 애초에 일본 법정에 한복을 입고 등장하는 박열과 후미코의 모습은 이미 그것만으로도 좌중을 압도하며 한국인에게 사기를 주기에 충분했다고 봅니다.

 

영화는 이런 박열과 후미코의 모습을 무겁지 않게 보여줍니다. 사실 예고편에서부터 느껴졌던 부분이기도 하지만 동주에 비하면 정말 한없이 가벼운 작품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엔딩으로 다다를 수록 무거워지기는 하지만 영화 처움부터 대단한 무게감을 전달해 주었던 동주에 비하면 박열은 코미디에 가깝다고 생각될 정도로 가볍습니다.

 

하지만 영화의 그런 연출은 장점입니다. 박열과 후미코라는 인물의 성향과 정말 잘 어울리는 연출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 사진을 남길 때 후미코의 가슴에 살포시 손을 얹는 박열의 성격을 본다면 이 영화는 무겁게 만들어서는 안 되는 작품이라고 생각됩니다. 어디로 튈 지 모르는 그의 눈빛과 항상 확신에 차 있는 그녀의 눈빛은 관객들에게 잘 전달되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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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모를 수도 있지만 개인적으로 역사물에서 처음 보았다고 생각하는 이제훈은 그런 박열의 모습을 잘 보여주었습니다. 사실 실제 박열의 모습은 류승범과 좀 더 매치가 되지 않았나 생각되는데 류승범이 연기했다면 음......좀 더 양아치의 느낌이 강했겠죠.....그래서 이제훈의 캐스팅은 괜찮은 캐스팅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한 가지 의외였던 것은 후미코 역의 최희서인데 동주에서도 일본인으로 등장을 했었고 이번 옥자에서도 통역사로 나왔었음에도 이번 작품에서 보았을 때 진짜 일본인 줄 알았습니다. 일본인이 한국말을 했을 때의 연기를 너무 잘 하더군요. 영화 막판에 되어서야 어디서 봤는지 기억이 났던....인상적인 연기를 잘 보여주었습니다.

 

영화는 재밌습니다. 재미만을 생각했을 때도 나쁘지 않은 작품이고 한 남자와 한 여자가 자신의 사상을 어떻게 보여주고 어떻게 행동했는가를 보여주는 작품으로서도 나쁘지 않은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가 끝내 일본 교도소에서 22년을 복역하고 고국으로 돌아왔을 때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 궁금해지는 결말에서는 아마도 22년이 지났음에도 후미코를 생각하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아마 이번주 아니면 다듬주가 거의 막바지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한 번 조시기 나쁘지 않은 작품이니 극장에서 보셨으면 좋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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