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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 08 / 08 / 031]


류승완 감독의 신작 '군함도'는 이제는 누구나 어느 정도 알고 있는 과거의 아픈 기억을 소재로 만든 픽션입니다. 영화 오프닝 전에도 '이 영화는 역사적 사실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픽션입니다.'와 비슷한 문구가 나왔는데 그렇다면 감독은 처음부터 역사적 사실에 기반한 작품을 만들 생각이 없었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그냥 군함도가 배경인 작품을 만들 생각이었던 것 같더군요.


사실 군함도라는 작품은 오락 영화로서는 나쁘지 않습니다. 블럭버스터라고 부를 만한 요소들이 많이 산재되어 있죠. 그런데 감독과 배우들의 인터뷰 내용들을 보면 이 영화는 마치 역사적 사실에 기반하여 당시 착취를 당했던 한국인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처럼 들리기도 하고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등의 이야기를 해서 문제가 되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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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전부터 너무 쓸데없는 홍보를 하고 말았던 것이죠. 만약 영화 자체로서 개봉을 했다면 지금과 같은 비판을 받지는 않았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단순한 오락 영화를 만들어 놓고 개봉 전에는 민족의 아픔을 보여주기 위한 작품이라는 식의 홍보를 하다가 개봉 후에는 이상한 인터뷰를 하니 영화를 보려던 관객들과 영화를 본 관객들에게까지 반발심을 불러일으켰다고 생각되는군요.


하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이 영화는 그런 역사적 인식에 대한 문제 이전에 영화 자체도 꽤 문제가 있어 보입니다. 일단 영화가 재미가 없어요. 어마어마한 제작비로 어마어마한 세트장을 만들어놓고 어마어마한 배우들을 데리고 영화를 찍었는데 영화가 재미가 없다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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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당한 신파와 적당한 액션과 훌륭한 연기가 있는데 감성적으로 다가오는 부분이 전혀 없습니다. 뭔가 긴장감을 받아야 되고 슬픔을 느껴야 되고 웃음을 지어야 되는데 그냥 밍밍합니다. 물론 어떤 장면들이 어떻게 연출이 될 지를 대략 감이 잡히니 그럴지도 모르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감정적이 무언가를 불러오는 연출이 거의 없어요.


개인적으로 감정이 연결될 만한 연출을 보여주지 않아서라고 생각되는데 대포적으로 눈에 띄는 부분이 욱일기를 가로 질러서 자르는 장면입니다. 예고편에서 보면 그 장면은 굉장히 임팩트가 있는 장면으로 보여지죠. 그리고 뭔가 감정을 끌어 올릴 것 같은 장면이라는 생각이 들게 보입니다. 하지만 영화 속에서 보면 그 장면은 그냥 그렇게 단발성으로 끝나버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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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들은 그 장면을 보면서 감정적으로 뭔가 끓어오르려고 하는데 그 뒤에 이어지는 장면은 어이없게도 단순히 사다리를 올리기 위한 도구로서 사용되는 장면입니다. 완전히 찬물을 끼얹어 버리죠. 한낱 도구로 사용될 만한 가치를 가지고 있는 깃발일 뿐이다....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면 좀 더 과감한 연출을 보여주었어야 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장면들이 영화 속에서 좀 보이더군요. 그리고 그러다 보니 감정이 끝까지 끊어 오르지 않습니다.


오히려 감독의 전작들에서는 통쾌함이라든지 울분 같은 감정이 잘 느껴졌다고 생각되는데 이번 작품에서는 그런 게 없습니다. 피해자를 피해자로 그리지 않고 피의자를 피의자로 그리지 않아서 그런 것인지는 몰라도 영화 전체에서 느껴지는 감정이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영화의 재미조차 느낄 수가 없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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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는 픽션이라는 것을 생각한다면 나쁘지 않습니다. 적절히 흥미로울 법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야기에 대한 몰입도는 나쁘지 않습니다. 반전을 어느 정도 생각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마무리 짓는 과정이나 결말이 나쁘지 않았습니다. 그냥 깔끔하고 단순하면서 무난하게 마무리 지었죠.


글세요. 이 영화를 무슨 역사 의식이나 역사 인식의 변화를 알고자 보시려면 과감히 비추천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 영화는 그냥 블럭버스터 영화입니다. 오락영화구요. 영화적 재미야 개인에 따라 다르겠지만 감독의 전작들에 비해서 재미도 없다고 생각되는 작품이었습니다. 스케일만 화려하게 커진 작품이라는 생각도 들구요.


손익분기점이 800만인가 될 만큼 어마어마한 제작비가 들었는데 800만은 간당간당하지 않을까 생각되더군요. 택시운전사는 1천만이 넘은 만큼 군함도 자체에 대한 관객들이 평도 좋지 않고 이제 끝물이기에 (영화를 본 시점은 이미 2주나 넘었지만...) 더 상영을 할 수 있을까 싶기도 합니다. 최종 흥행은 당연히 밀리겠죠. 뭐 밀리지 않다고 하더라도 개인적으로 추천할 만한 작품은 아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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