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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 08 / 19 / 032]


혹성탈출 프리퀄 시리즈의 마지막 작품을 보고 왔습니다. 이미 오리지널 시리즈를 통해 결말이 어떻게 될 것이라는 것을 많은 관객들이 알고 있는 상황이기에 이 영화에서 궁금한 것은 결국 유인원과 인류의 마지막 결말이 어떠한 과정을 통해서 다다르게 될 것인가?가 최대 관심사였습니다. 심지어 종의 전쟁이라는 부제까지 달려 있으니 관객들이 상상하는 무언가가 반드시 있어야만 했던 작품이었죠.


그런데 사실 이 작품은 프리퀄 3부작 중에서 가장 의미가 없어 보이는 작품 중에 하나입니다. 조금의 의미를 찾자면 이후 오리지널 시리즈에서 인간들이 어떻게 본능만이 남아있는 일종의 비 사회적인 동물로서 존재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이유를 밝힌 것 정도이죠. 결국 인류는 자신들의 과학 기술로 인해 스스로 파멸에 가까운 길을 걸어가게 되었다. 라고 해석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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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저 부분을 제외한다면 이 영화는 마지막 작품으로서의 의미가 전혀 없어 보입니다. 일단 이야기 자체가 이전까지의 장엄함을 완전히 없애버리는 수준으로 떨어졌어요. 2편까지만 해도 시저는 유인원들의 안위를 걱정하고 발전을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번 작품에서는 부인과 큰 아들이 죽자 유인원 무리는 따로 보내버리고 자신은 복수를 위해서 떠납니다. 2편의 시저였다면 과연 저랬을까? 싶은 행동을 보이죠.


이 영화가 무슨 복수와 용서에 관한 영화도 아니고 뜬금없이 복수혈전을 찍고 있는데 그 때부터 이미 영화가 이상해지기 시작합니다. 차라리 분노를 잠재우고 무리와 함께 이동을 하다가 인류에게 잡히고 그 곳을 탈출 후 터전을 찾아내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인류가 멸망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나오고 복수를 용서로 바꾸면서 어느 정도 마무리되었다면 오히려 지금보다는 낫지 않았을까 싶더군요.


여튼 그런 이야기 진행에서 이미 실망을 하게 되는데 뜬금없는 연출들의 향연으로 이 영화는 정말 아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만듭니다. 말 못 하는 소녀는 시종일관 귀여움을 담당하는데 아니 뭐 그건 그렇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어느 정도 인간과 유인원 사이의 관계를 중화시키는 역할도 조금 하고 있고 유인원들끼리의 관계도 진전시키는 역할도 하고 있죠. 하지만 후반부에 이 소녀를 이용하여 탈출의 시발점을 마련하는 연출은 어이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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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엘리트 병사만 모아놓았다던 군인들은 소녀가 입구를 당당히 들어오는데 한 번도 못 봤고 그 많은 유인원 무리가 구멍을 통해서 전부 탈출을 하는 동안 단 한 명의 병사도 그걸 보지 못 했다는 것이 과연 개연성을 떠나서 말이 되는 연출인가 싶더군요. 심지어 마지막에는 더 뜬금없는 눈사태로 그 많은 병사들이 몰살을 당하는 데우스 엑스 마키나적인 연출도 보여주죠.


이 영화에 비하면 오히려 전작들의 평가가 상대적으로 훨씬 올라가야 하지 않을 정도로 이 영화는 이야기의 개연성이나 시리즈 마무로서의 장엄함이 전혀 없습니다. 그럼에도 상영시간이 2시간 40분이나 된다는 것은 여튼 들려줄 이야기가 많았다는 뜻인데 그러면 차라리 1,2부로 나누어서 좀 더 자세하고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시리즈를 마무리 해야 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현재의 연출은 너무 많은 이야기를 넣으려다 보니 중간중간 잘려나간 이야기들이 많아 보이는 것 같고 그렇다 보니 이해가 가지 않은 이야기 구조가 되지 않았나? 라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의 작품은 감독판이 나온다고 해도 영화 만족도가 올라갈 것 같지 않은 상태거든요. 좀 더 길게 생각해서 작품을 만들었어야 했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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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의 전쟁이라는 부제를 달았지만 사실상 '우리'가 아니면 '적'이라는 상황을 보여주고 있기에 이 영화는 유인원과 인간의 싸움 외에도 인간과 인간, 유인원과 유인원의 싸움을 모두 보여줍니다. 그렇기에 이 영화는 더더욱 2편으로 나누어서 만들었어야 했죠. 아니면 순수하게 유인원과 인간의 갈등만을 보여주었어야 했는데 결국 영화는 그러지 못 했고 여러가지로 아쉬움이 많이 남게 되었습니다.


사실 엔딩에서 시저의 죽음으로 마무리가 되는 것은 어느 정도 예상이 되는 부분이긴 했지만 중간 과정을 생각해 본다면 차라리 죽이지 않고 살아서 유인원 세계를 좀 더 발전시켜 나가는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어땠을까? 라는 생각이 듭니다. 시저의 탄생에 비해 죽음에 대한 임팩트는 상대적으로 악한 편이었거든요.


특히 일부 관객들은 생각했을지도 모를 오리지널 1편과의 연계를 살짝이라도 던져줄 줄 알았는데 그 마저도 없었던 영화의 엔딩은 더더욱 임팩트가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영화는 추천하기 어렵네요. 지루함을 느끼기도 쉽고 이야기 완성도도 부족하고 액션도 별로 없습니다. 종의 전쟁이라는 부제를 굳이 붙였어야 했는가 싶을 정도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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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캐릭터들과 배우의 연기는 좋았습니다. 특히 이제는 하나의 생명을 가지게 되었다고 생각되는 앤디 서키스의 시저는 그냥 그 캐릭터를 보는 것만으로도 감정이 느껴집니다. 분명 100% 그래픽인 것을 알지만 말이죠. 그리고 우디 해럴슨은 무게감 있는 중령 역할을 잘 보여줍니다. 이성적인 생각을 가지고 인류가 멸종하지 않을 방법을 찾아서 실행하려고 하죠. 물론 그 방법이 잔인하긴 하지만요.


입소문이 좋게 날 만한 영화는 아닙니다. 다크호스가 될 줄 알았는데 여전히 택시운전사가 대박을 향해서 가고 있고 청년경찰이 나름의 굳히기 시점으로 돌입한 상횡인 것 같거든요. 아마 한동안은 죽 이 상태가 이어지리라 생각되구요. 굳이 보시겠다면 말리지는 않겠습니다만 그래도 재미에 대한 기대감과 프리퀄 시리즈의 마지막이라는 기대치를 낮추고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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