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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 09 / 16 / 040]


'뜨거운 녀석들'과 '황당한 새벽의 저주'의 연출을 맡고 '틴틴:유니콘호의 비밀' 등의 각본을 맡았던 에드가 라이트의 신작을 보고 왔습니다. 사실 연출자로서의 그의 실력은 이전까지의 작품들을 보면 그렇게 기대가 되지 않기는 했습니다. 연출작들이 모두 코미디 장르에 가까웠고 액션의 요소가 있긴 했지만 순수 액션 범죄 장르와는 거리가 있었기 때문이죠.


그런데 로튼 토마토 및 메타 스코어부터 국내 개봉 후 반응이 나쁘지 않게 흘러가서 일단 영화를 보러 갔습니다. 일단 예고편도 생각보다 느낌이 좋았거든요. 전작들과 완전히 다른 분위기의 작품을 만든 것인가? 라는 호기심도 있어서 바로 예매를 하고 보러 갔다 왔습니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재밌습니다. 그리고 잘 만든 영화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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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는 단순합니다. 어릴 적부터 차를 훔쳐오던 주인공은 어느날 건드리지 말아야 할 인물의 차를 건드리고 그의 일을 도와주면서 돈을 갚아나가게 되죠. 그러다가 점점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일을 하게 되고 결국 일당으로부터 벗어나려고 합니다. 사실 많이 보던 이야기 중에 하나죠. 이야기를 통해서 뭔가 쾌감을 느끼거나 반전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작품입니다.


이 영화는 일종의 하모니를 즐겨야 하는 작품입니다. 베이비 드라이버라는 제목에 맞게 어려보이는 주인공이 운전하는 드라이빙의 장면들과 그가 운전을 하든 안 하든 흘러나오는 배경 음악과의 하모니를 즐겨야하죠. 개인적으로 배경음악이 이렇게 많이 사용된 영화는 거의 처음 보지 않았나? 라는 생각이 들 만큼 이 영화에서 배경음악은 음악이자 효과음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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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렷을 적 사고로 이명이 들리는 주인공이 시종일관 끼고 다니는 이어폰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은 영화의 90% 이상을 차지합니다. 운전을 하는 장면이든 그렇지 않든 거의 모든 장면에서 이어폰을 끼고 있기 때문에 음악이 흘러나올 수 밖에 없죠. 그래서 그런 설정에 걸맞는 연출도 많이 나옵니다. 주인공이 끼고 있던 이어폰의 한 쪽을 빼면 사운드 자체도 한 쪽 위주로 나온다던지 혹은 볼륨이 작아지는 연출들을 보여주죠.


하지만 역시나 음악과의 하모니가 최고조로 올라가는 장면은 드라이빙 장면과의 조합입니다. 영화는 정말이지 상상 이상으로 음악과 드라이빙 장면을 절묘하게 매치시키면서 관객들에게 쾌감을 전달해 줍니다. 이 영화는 드라이빙 그 자체가 중요한 요소이긴 하지만 드라이빙 장면이 많이 나오지는 않는데 그런 아쉬움을 짧고 굵은 연출로서 무마시켜 줍니다. 그리고 그런 짧고 굵은 연출이 음악과의 하모니를 통해 극대화 된다고 할 수 있죠.


아마 이 영화의 ost 앨범은 과거 '가디언즈 오브 더 갤럭시 vol 1.'에서 등장했던 '끝내주는 음악 모음집 vol 1.' 정도 수준으로 팔리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음악만 들어도 충분히 흥겨운 노래들이 많았고 영화를 본 관객들의 경우는 영화의 장면들이 생각날 정도로 임팩트가 대단했다고 할 수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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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들의 연기도 나쁘지 않습니다. 사실 이 영화에서 아는 배우라고는 케빈 스페이시와 제이미 폭스 그리고 릴리 제임스 밖에 없었습니다. 케빈 스페이시와 제이미 폭스야 뭐 언급할 필요가 없는 배우들이었고 릴리 제임스의 경우는 신델레라에서도 예쁘게 나왔고 나쁘지 않은 연기를 보여줬던 만큼 이번에도 크게 실망을 주지 않으리라 생각했습니다.


조금 불안했던 것이 주인공인데 '다이버전트 시리즈'에서 조연을 맡았고 주연을 맡았던 작품 중에서는 '안녕 헤이즐' 밖에 기억에 남는 작품이 없었는데 뭔가 이렇다 할 인상깊은 연기를 보여주었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다행이도 그런 불안감을 어느 정도 해소시켜 주는 연기를 보여주었습니다. 무표정으로 일하는 그의 모습과 선글라스나 아이팟이 계속 나오는 코미디적인 연기 그리고 멜로의 달달함까지 꽤 다양한 모습을 자연스럽게 보여주더군요.


하지만 한가지 아쉬운 부분은 베이비 드라이버로서 베이비적인 모습은 충분히 보여주지만 극 중에서도 나오는 것처럼 뭔가 강인해 보이는 인상을 보여주지는 않습니다. 너무 베이비에 치중된 마스크의 배우를 캐스팅한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도 들더군요. 그렇다고 지금의 안셀 엘고트 배우가 잘못된 캐스팅이라는 것은 아닙니다. 아이러니하긴 하지만 베이비로서의 이미지와 강인한 이미지를 동시에 보여주었으면 어땠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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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이 작품으로 인해 감독의 명성이 더 올라가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이 작품에서 감독은 다양한 연출을 시도하면서 관객들을 끌어들이는데 롱테이크 장면과 짧게 나눈 장면들을 적재적소에 이용하면서 액션의 재미와 멜로의 달달함과 드라이빙의 쾌감을 전달함과 동시에 그 모든 것을 음악과 즐겁게 하모니를 이루는 영화를 보여줍니다.


그 힘이 후반부까지 전달이 되었다면 어땠을까 싶기도 하지만 이 정도 수준의 작품이라면 올해 본 영화 중에서는 top10 안에는 들 만하지 않을까 싶기도 한 생각이 듭니다. 그 만큼 재미를 충분히 주는 작품이었어요. 미국에서는 성인이 보호자로서 동반되는 경우 관람할 수 있는 r등급을 받았는데 국내에서는 15세 등급을 받아서 뭐 애들(?)끼리도 보러 갈 수 있긴 합니다만 의외로 폭력적인 장면들이 좀 있으니 참고는 하셔야 할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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