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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 09 / 23 / 042]


어떻게 보면 전혀 감상을 할 생각이 없었던 작품이었습니다. 예고편을 꽤 흥미롭게 보긴 했지만 상영관도 많지 않았고 그로 인해 시간이 맞지 않아서 굳이 찾아 볼 생각을 하지 않았었죠. 그런데 영화 후기들이 생각보다 괜찮았고 단순히 판타지 영화가 아니라는 이야기를 듣고는 한 번 볼 생각으로 어떻게 시간을 내어 극장을 찾아 갔습니다.


시작.


영화의 시작에서는 몬스터를 그리기 좋아하지만 아픈 엄마와 함께 사는 한 소년이 등장합니다. 영화 나레이션처럼 소년이라고 하기에는 많이 컸고 어른이라고 하기에는 아직 어린 사춘기 소년의 모습을 가진 그런 소년의 등장이 영화의 시작입니다. 그리고 이 소년의 상황을 보여주기 시작하죠.


어쩌면 아픈 엄마를 돌보면서 혼자 아침을 차려 먹고 빨레를 하면서 등교를 하는 소년의 모습은 꽤 성숙해 보입니다. 엄마를 보살필 줄 알고 자신이 할 일을 알고 있으며 누구에게 의지하려는 모습도 찾아보기 힘듭니다. 오히려 스스로 모든 일을 해결하려고 하는 모습이 강하게 보이죠.


하지만 학교에서 소년은 아웃사이더입니다. 심지어 몇몇 친구들에게는 괴롭힘을 당하고 있죠. 괴롭힘을 당하고 있으니 친구라고 하기에는 부적합하겠군요. 그냥 동창이라고 생각하면 될 듯 합니다. 여튼 소년은 몇몇 동창에게 괴롭힘을 당합니다. 하굣길에 골목에서 수시로 폭행을 당하죠. 하지만 그 역시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습니다. 그냥 참을 뿐이죠.


그러다가 어느 날 밤 몬스터가 등장합니다. 사실 그 시점에서 이게 현실인지 환상인지 긴가민가합니다. 특히나 영화에 대해서 아무런 정보 없이 보러 간 저로서는 현실이라는 생각도 하게 되었죠. 소년에게 뭔가 특별한 힘이 있고 그 힘으로 인해서 몬스터를 불러냈다고 생각했죠. 그리고 등장한 몬스터를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과정.


몬스터의 이야기를 듣는 부분은 이 영화의 중반에 해당되는데 사실 왜 그런 이야기를 들려주는지 처음에는 이해하기 힘듭니다. 애매하죠. 소년과 무슨 상관이 있는 이야기일까? 라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영화가 진행될 수록 몬스터가 들려주는 이야기로 인해 소년은 변화하기 시작합니다.


이전까지 드러내지 않았던 자신의 감정을 폭발적으로 드러내기 시작하면서 할머니의 거실을 완전히 박살을 내버리기도 하고 자신을 괴롭히던 동창의 우두머리를 줘 패서 병원으로 보내기도 합니다. 그러는 와중에도 몬스터는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자신이 들려주는 3개의 이야기가 끝나면 소년의 이야기를 들려주어야 한다고 합니다.


그래도 아직까지 아리까리합니다. 분명 몬스터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소년에게 메시지를 주기 위한 이야기라는 것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는 단계로 넘어왔지만 왜 소년의 이야기를 들려주어야 하고 무슨 이야기를 들려달라는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그리고 소년의 이야기를 들려주지 않으면 큰 일이 생길 것이라고 하는데 사실 그 일도 어떤 일인지 잘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그렇게 이야기는 결론으로 흘러가죠.


결론.


결말에 다다르면서 영화는 이전까지 보여주었던 복선들을 하나씩 회수해 나가기 시작합니다. 일단 소년의 악몽. 악몽 속에서 소년은 깊은 구덩이로 떨어지려는 엄마를 놓치 않으려 합니다. 그러다가 놓치려는 찰나에 잠에서 깨는 악몽을 반복합니다. 이 장면은 영화 속에서 가장 중요한 복선 중에 하나이죠. 그리고 몬스터가 듣고자 하는 이야기도 이 장면과 연관이 있습니다.


앞서 말했듯이 소년의 엄마는 아픕니다. 사실 관객들 누가 봐도 많이 아파 보이죠. 그리고 영화 속 소년은 그러한 사실을 인지하고 있고 언젠가는 엄마가 떠날 것이라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음으로서 악몽이 시작된 것이죠. 소년 스스로 엄마를 보낼 수 없다는 무의식에 의해 악몽이 시작된 것이고 몬스터가 등장하게 된 것입니다.


그래서 마지막에 몬스터는 소년에게 외치죠. 속마을 이야기 하라구요. 그리고 이야기를 한 소년은 그제셔야 악몽의 끝을 볼 수 있게 됩니다. 소년이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 장면을 통해 우리는 몬스터의 존재가 완벽히 판타지이고 소년에게만 보인다는 것을 알 수 있게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또 한 번의 반전은 엄마의 마지막을 보러 간 소년의 두에 몬스터는 다시 나타나고 숨을 거두기 직전 엄마가 몬스터를 보는 듯한 연출이 이어지면서 또 다시 혼란에 휩싸입니다. '뭐야 진짜인가?'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죠. 그리고 이러한 복선에 대해 감독은 이어지는 장면에서 답을 주는데 할머니와 같이 살게 되면서 소년의 방을 정리해 준 할머니가 소년의 책상 위에 올려둔 엄마의 그림책 속에는 몬스터가 했던 이야기들이 들어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소년이 악몽으로 벗어나게 될 수 있었던 것은 엄마의 바람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자기 자신으로 인해 아들이 힘들어하는 모습을 본 엄마가 자신의 그림책을 통해 몬스터를 구현하고 그런 몬스터를 통해 소년은 여러가지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되었죠. 그렇게 소년은 소년에서 벗어나기 시작합니다.


마지막.


영화는 판타지로 알고 가시는 분들은 조금 실망할 수도 있습니다. 이 영화는 순수 판타지가 아니거든요. 앞서 말했듯이 이 영화는 한 소년의 성장기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장르적으로 드라마에 가까운 영화죠. 물론 아름다운 연출들도 많고 판타지로서의 효과도 어느 정도 있지만 기본적인 이야기는 드라마라는 것을 알고 가셔야 어느 정도 재밌게 볼 수 있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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