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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 10 / 21 / 045]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일단 대런 아로노프스키라는 이름을 확실히 알린 작품인 '블랙 스완'과 '더 레슬러'라는 작품으로 인간의 기본적이 욕망에 대한 이야기를 보여주었던 대런 아로노프스키 감독의 신작 '마더!'는 오히려 전작들과는 완전히 다른 작품이었습니다. 들려주는 이야기부터 영화의 상징적인 비유까지 이전 작품에서는 보지 못 했던 부분들이었죠.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이번 작품에서도 주인공은 굉장히 고통을 받는다는 것입니다.


영화의 이야기는 어느 한적한 숲 속에서 살던 부부에게 어느 날 한 남자가 찾아옵니다. 의사라고 밝힌 그는 죽음을 앞두고 있죠. 그러다가 그의 부인도 차아오면서 이상한 일들이 벌어지게 되고 부인은 급격한 사건들로 인해 점점 지쳐가면서 영화는 하일라이트로 치닫게 됩니다. 그야말로 대폭발의 시점으로 다다르게 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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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영화는 너무 직접적이고 직설적입니다.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서 전달하려는 메시지를 전혀 숨기고 있지 않습니다. 명확하게 이 영화의 모티브가 무엇인지 그리고 무엇을 들려주고자 하는지를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래서 좀 의외였죠. 블랙스완이나 더 레슬러는 이 정도로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편은 아니었거든요.


남편의 존재와 부부의 존재 그리고 처음에 찾아 온 남자와 그 뒤에 찾아 온 부인 그 후에 생겨난 많은 신도들(?), 아이의 탄생과 아이의 죽음 그리고 새로운 부인. 이야기의 재미 여부를 떠나 신과 그 신을 따르는 인간들 그리고 성경이라는 이야기의 일부분을 이토록 압축하여 밀도 높게 그리고 긴장감 있게 만들 줄은 생각도 못 했습니다. 과연 누가 이런 작품을 만들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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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인물들은 이름이 없습니다. 남편일 뿐이고 부인일 뿐이고 그 남자, 그 여자일 뿐입니다. 아들 1과 아들 2일 뿐이고 남편을 따르는 신일 뿐이죠. 그리고 여기서 남편은 '신'입니다. 누가봐도 신이죠. 사실 중반까지는 많은 의문을 가지게 만들지만 중반을 지나면서 그냥 모든 것을 오픈해 버린 감독의 연출로 인해서 그냥 해석의 여지가 없이 남편은 그냥 '신'이라는 존재입니다.


그렇다면 처음 찾아 온 손님과 두 번째 찾아 온 여성은 누굴까요? 첫 번째 찾아 온 손님은 '아담'이라고 볼 수 있고 두 번째 찾아 온 손님은 '이브'라 볼 수 있겠죠. 아담은 신과 굉장히 호의적입니다. 얘기가 잘 통하죠. 그런데 이상하리만치 아픕니다. 기침을 계속하고 어딘가 불편해 보입니다. 그러다가 부인은 우연히 남자를 진정시키는 남편을 보다가 그 남자의 오른쪽 갈비뼈 부근의 상처를 보게 되죠.


다음날 남자는 멀쩡한 모습으로 등장하고 그 직후에 등장하는 한 여성. 이브죠. 그녀는 뭔가 처음부터 낯선 집을 방문한다는 느낌을 풍기지 않습니다. 그리고 눈치를 보지 않으며 자기가 가고 싶은 곳은 가려고 하고 마음대로 집안 물건들을 이용합니다. 남편이 소중하게 여기는 보석도 맘대로 보려고 하죠. 그러면서 부인과 점점 트러블이 생깁니다. 당연히 트러블이 생길 수 밖에 없다고 생각됩니다. 신의 여자인 부인과 최초의 여성 인류인 이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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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뒤로도 이러한 상황의 연속입니다. 왜 그들은 남편의 보물인 보석을 부순 후에 쫓겨나시피 방으로 들어가서는 뜬금없이 섹스를 했으며 그 뒤에 또 뜬금없이 등장하는 두 아들은 어떤 존재였는가는 영화를 보면 너무나도 확실히 다가옵니다. 솔직히 좀 더 비꼬아서 만들었다면 관객들이 해석하는데 여지가 많지 않았을까 생각이 되는데 전혀 그런 의도가 없어서 조금 아쉽더군요.


그렇다면 중요한 것은 부인의 존재 이유입니다. 왜 부인이라는 존재를 만들었을까요? 일단 부인의 존재는 유한하지 않습니다. 무한이죠. 영화 첫 장면에서 등장하는 불 속의 여성은 제니퍼 로렌스가 맡은 마더일 수도 있지만 그 이전의 존재일 가능성이 큽니다. 왜냐면 그런 화재 장면 이후 제니퍼 로렌스가 연기한 '마더'가 등장하기 때문이죠. 이러한 해석은 이 영화의 엔딩을 보면 확실히 느껴집니다.


어찌보면 윤회일 수도 있고 순환이라고도 할 수 있을 듯 한데 이러한 메시지는 영화의 연출에서도 꽤 많이 느껴집니다. 특히 카메라의 움직임에서 많이 느껴지는데 영화의 거의 첫 장면에서부터 카메라를 중심으로 부인이 집을 도는 연출을 보입니다. 이 장면은 1층에 제한된 장면이 아니라 계단을 올라가거나 내려갈 때 그리고 다른 사람과의 대치 장면에서도 많이 나옵니다. 그런데 이러한 카레 움직임은 다른 사람들에게는 사용되지 않더군요. 순전히 마더에게만 적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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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에 가서는 당연히 그러한 메시지를 확실한 비쥬얼을 통해서 보여주고 있는데 단순히 그렇게만 보여주기에는 심심했던 것인지 영화 중간중간 연출을 통해서 관객들에게 조금씩 전달하고 있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물론 이건 영화를 보고 나서 결과론적으로 생각한 부분이기 때문에 의미는 달라질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여튼 그렇게 신 스스로가 계속 만들어내는 마더라는 존재를 통해서 신은 무엇을 얻으려고 했던 것일까요? 어쩌면 영화 속 대사처럼 파라다이스를 만들려고 했는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과연 파라다이스를 만들려고 했다면 어째서 그렇게 신 스스로 일을 크게 만들고 있는 것일까요? 그러한 일련의 과정을 마더가 겪으면서 극복해야지만 파라다이스가 완성되는 것일까요?


그러기에는 스스로 '인간'이라 생각하는 마더에게 너무 가혹한 일들이 많이 일어납니다. 자신의 일부분 혹은 본인 스스로일 수도 있는 집은 항상 신의 추종자들로 인해서 망가지고 최후에는 자신의 실제 분신조차 추종자들에 의해 무참히 살해당합니다. 그런 일들을 마더에게 극복하라는 것은 어쩌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죠. 결국 마더는 또 다른 자신이라고 할 수 있는 집을 스스로 파괴함으로써 해방되려고 하죠.


어찌보면 2번의 자살을 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영화 중간중간 등장했던 집과 동기화 되는 듯한 심장 박동의 연출은 마더 스스로가 집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는데 그 집을 스스로 부숴버리죠. 그리고 그 화염 속에서 그녀는 그녀 스스로의 목숨도 끊습니다. 문제는 그러고도 마음대로 죽지 못 하죠. 신이라는 존재 때문에요. 신이라는 존재가 그녀에게서 '사랑'이라는 것을 빼가는 순간 죽음을 맞이하는 그녀의 모습은 처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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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이 작품에서 신의 모습은 뭔가 유희를 즐기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자신이 만든 집과 그 집과 동일한 마더 그리고 스스로 완성시키려고 하는 시처럼 파라다이스를 만들려고 하지만 또 다시 반복되는 추종자들과 전쟁터가 되어가는 집. 영원히 집을 벗어날 수 없는 마더라는 존재. 이 모든 요소들을 스스로 만들어 내면서 과연 이번에는 어떤 변수가 생기고 그 변수로 어떤 일이 생기는지를 즐기는 듯한 느낌마저 듭니다.


영화는 굉장히 파워풀합니다. 이게 뭔가 막 터지고 부숴지고 하는 파워가 아니라 정말 눈에 보이지 않는 기압이나 수압처럼 관객들을 짓누르는 힘이 엄청납니다. 그래서 보고 있으면 엄청난 피곤함과 긴장감에 사로잡히죠. 심지어 단순한 효과음으로 대체되는 연출은 상상 이상으로 영화의 긴장감에 시너지 효과를 가져다 줍니다.


최근 감상한 아니 올해 감상한 영화 중에서 이 정도로 배경음악이라는 것이 없는 영화가 있었나 싶었을 정도로 이  영화는 배우들의 대사와 효과음으로 모든 음향을 대체하고 있습니다. 긴장감을 유발시키는 기계음이라든지 하는 멜로디가 포함된 그 어떤 음악도 들리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런 음악들이 삽입된 영화들보다 긴장감에 몸서리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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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배우들의 연기가 대단했죠. 마더의 제니퍼 로렌스는 연기 잘하는 배우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습니다. 심리적인 표현과 고통받는 마더의 모습 그리고 자식을 잃어버렸을 때의 분노 등을 보면 왠지 케리의 주인공으로 나쁘지 않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학생 버전이 아닌 성인 버전으로 말이죠. 이 정도 연기라면 내년 오스카 시상식의 여우주연상 부문에 충분히 이름을 올릴만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하비에르 바르템.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에서 연기한 희대의 살인마 안톤 쉬거죠. 그야말로 무감정의 살인마를 제대로 연기했던 그는 이번 작품에서는 선과 악이 동시에 존재하는 듯한 신의 모습을 잘 보여줍니다. 자비와 분노를 동시에 보여주는 그의 연기는 신임에도 불구하고 '미친놈'이라는 소리가 나올 정도로 제정신이 아닌 듯 합니다.


그 외 남자 역에 에드 해리스와 여자 역에 미셸 파이퍼 두 배우는 뭐 수식어가 필요없죠. 그냥 그 캐릭터 자체가 된 듯한 연기를 보여주는데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필요없지 않나 생각됩니다. 오히려 이 둘은 주연으로 들어갔어도 손색이 없는 연기를 보여줄 정도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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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라....절대 재밌는 영화는 아닙니다. 남한산성과 블레이드 러너 2049처럼 완성도 높은 영화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하지만 추천하기 힘든 영화입니다. 지루하지는 않지만 앞서 말했듯이 관객들을 압박해 보이는 긴장감으로 보고 나서도 피로가 극에 달할 만한 영화에요. 선정적이거나 잔인한 장면이 없지만 이 영화가 청소년 관람불가인데는 그 만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그러니 같이 보러 가실 분이 있으면 굉장히 공을 들여서 설명을 하고 그러고도 상대방이 보겠다고 하면 그 때 가서 보시기 바랍니다. 아마 이 글을 적는 시점에서는 이미 다 내렸겠지만 이후 IPTV나 블루레이를 통해서 보실 때도 말이죠. 아무 얘기도 안 하고 보게 되면 친구한테 보여줘도 욕 먹을 가능성이 많은 작품이라 생각됩니다.


덧. 이 영화도 곡성처럼 포스터가 많은 부분 설명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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