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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 12 / 15 / 049]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변호인의 양우석 감독의 신작 '강철비'를 보고 왔습니다. 재밌군요. 오랜만에 시사회 반응과 일치하는 느낌을 받지 않았나 싶습니다. 솔직히 개봉 전에 접했던 예고편만 봤을 때는 이 영화는 이제는 흔해빠진 북한이라는 소재를 이용한 B급 영화가 아닐까? 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영화를 감상한 뒤의 느낌으로는 12월 개봉하는 기대작들 중에서 가장 흥행할 만한 작품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그리고 이 작품으로 인해서 양우석 감독이 변호인을 만든 것도 우연이 아니라 실력임을 증명하게 되지 않았나 싶구요. 변호인과 강철비 모두 양우석 감독 스스로 만들었던 웹툰을 기반으로 제작한 영화라고 알고 있는데 그런 점을 보면 이야기, 연출, 각본을 구성하는데 있어서 탁월한 능력이 있지 않나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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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영화는 앞서 말했듯이 이제는 흔해빠진 북한이라는 우리나라와는 휴전 상태의 국가를 소재로 이용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내용은 그렇게 흔해빠진 내용이 아닙니다. 우선 북한 내부적으로 쿠데타가 발생하고 이로 인해 퇴역 군인이 북한 1호를 데리고 남쪽으로 내려옵니다. 그리고 이 이후의 일들은 쿠데타를 발생시키고 나름 성공의 길로 접어든 군사 집단과 남한의 대치 그리고 남한 내부에서도 임기를 얼마나 남기지 않은 보수 세력과 새로운 대통령으로 선출된 진보 세력과의 대립 등 꽤 다양한 대립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영화의 재미는 북한과 남한의 대립, 북한 내부적인 대립, 남한 내부적인 대립, 그리고 중국, 일본, 미국 등 현 우리나라를 둘러싼 주변국과 우방국들간의 대립 상황을 굉장히 그럴듯하게 보여주고 있다는 것입니다. 어찌보면 완벽한 판타지지만 그 판타지 내면에 현실적인 상황을 잘 녹여내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이 영화는 보고 있으면 마냥 가상의 이야기로만 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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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처음에는 뭔가 국수주의 속된 말로 국뽕이라고 불리는 느낌을 잠시 불러 일으키는가 싶었는데 그 선을 적절히 넘지 않으면서 국내외의 상황을 잘 조율하고 있습니다. 물론 감독의 전작에서부터 느껴졌던 감독의 성향이 어느 정도 반영이 되긴 했지만 솔직히 영화 속 상황을 이 정도로 보여준 것은 정말 어느 세력에 치중되지 않은 상황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보수는 보수대로 타당성 있는 의견을 펼치며 진보는 진보대로 타당성 있는 의견을 펼치는 장면은 남한산성의 두 인물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죠. 그리고 중국과 일본, 미국은 어쩌면 그들의 이익을 위해서 움직일 수 밖에 없는 모습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사실 이 영화에서는 누구하나를 콕 집어서 욕할 만한 집단이 없습니다. 그들이 그렇게 움직이는 타당성이 충분하기 때문이죠.


물론 그래도 이 영화는 어느 정도 가상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개연성이 좀 떨어지는 부분도 있긴 합니다. 하지만 그러한 부분들을 앞서 말했던 부분들이 충분히 무마하고 있죠. 결과적으로 이 영화는 잘 만들어진 남북한 영화입니다. 아마 이후에 개봉할 북한 소재의 영화들은 최소한 이 정도 퀄리티로는 나와줘야 관객들을 만족시킬 수 있지 않을까 싶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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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는 곽도원과 정우성 투탑이 주연을 맡고 있으며 연기파 배우들이 조연으로서 열연을 펼치고 있습니다. 곽도원은 곡성 이후 오랜만에 메인 주연으로 연기를 펼치는데 역시 이 분의 연기는 연기인 듯 연기 같지 않은 연기를 보는 맛(?)이 아주 좋아요. 애드립인지 실제 대사인지조차 구분되지 않는 그런 연기를 보여주는 곽도원의 연기는 자칫 시종일관 진지로 넘어갈 수 있는 극의 흐름을 조율하는데 있어서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조금 의외였던 것은 정우성이었는데 최근 들어 시종일관 진지한 캐릭터들로 밀고 나가던 정우성은 이번 영화에서도 여전히 북한 군인으로서 진지한 연기를 펼칩니다. 하지만 매사 진지한 연기만 보여주는 캐릭터는 아니고 종종 코믹한 연출을 담당하기도 하는데 이 두 연기의 폭이 그렇게 어색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꽤 잘 어울리구요.


정우성의 이런 연기 덕분에 곽도원과의 호흡도 괜찮았습니다. 뭔가 버디무비 혹은 로드무비 같은 느낌도 나는 것이 두 배우가 대사를 주고 받는 장면들은 재밌습니다. 그것이 진지한 장면이든 코믹한 장면이든 상관없이 말이죠. 투톱으로서 두 배우의 역할을 충분히 해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마 연기로 까일 일은 없을 듯 하군요.


외에 김갑수, 김의성, 이경영, 조우진 등 어디 가서 연기로 비판 받을 일은 없는 분들이 조연을 맡았으니 아마 연기력 논란이 있을 만한 영화가 되지는 않을 듯 합니다. 다들 자기 연기에 맞는 캐릭터들을 그대로 연기했다는 생각이 강해서 오히려 조금은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어땠을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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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재밌습니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무기들에 대한 부분들도 괜찮았고 특히 남북한 대립을 다룬 영화에서 핵폭탄이 터지는 장면을 볼 줄은 생각도 못 했는데 이 영화는 생각 이상으로 스케일이 큰 영화였습니다. 이야기도 재밌었고 배우들의 연기도 괜찮았고 사운드도 괘찮았습니다. 어찌보면 엔딩이 너무 판타지로 넘어간 것이 아닐까? 라고도 생각되는데 뭐 어차피 판타지로 시작한 영화니까요.


스타워즈도 경쟁작으로 개봉하긴 했지만 차라리 지금처럼 일주일 먼저 개봉한 것이 신의 한 수가 될 듯 합니다. 스타워즈도 이 영화 감상 후에 보긴 했습니다만 경쟁작이라고 할 수 있을 영화가 아니었거든요. 여튼 이 영화는 적절한 드라마와 적절한 액션과 적절한 판타지가 결합되어 꽤 괜찮은 작품으로 나왔습니다. 누구에게나 추천할 만한 작품이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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