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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 12 / 20 / 051]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주호민 작가의 '신과 함께'를 영화화한 '신과 함께 - 죄와벌'은 사실 기대가 그렇게 큰 작품이 아니었습니다. 일단 원작의 스케일이 상당했고 들려주는 이야기도 단순히 죽은 망령의 환생을 위해 차사들이 고군분투하는 내용 외에 다양한 인간 세상의 이야기가 들어 있었으며 일단 저승에 대한 표현이 대단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 작품이 영화화된다고 했을 때 특히 전작인 '미스터고'가 다양한 이유로 흥행 실패가 되고 난 이후 다시금 연출을 맡은 작품이었기에 과연 연말 3파전에서 얼마나 흥행을 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12월 기대작으로 등장하는 강철비와 1987이 여러모로 기대작이었기에 어설프게 만들면 쪽박차기 쉽다고 생각되는 상황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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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3차사의 등장 외에는 거의 모든 부분을 각색하였습니다. 원작에서는 3차사와 별개로 주인공의 변호사가 따로 대동하여 7개의 재판을 받는다는 내용이죠. 그리고 3차사는 재판과 별개의 사건을 조사해 나갑니다. 그 별개의 사건이 영화에서도 등장한 악귀에 대한 내용이죠. 원작에서는 이 악귀와 주인공은 별개의 이야기로 진행이 됩니다만 영화에서는 가족의 이야기로서 등장합니다.


그리고 차사는 팀을 나누어 대장은 현세에서 악귀를 잡는데 주력하고 나머지 멤버는 주인공과 함께 각각의 재판을 진행하는데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사실상 저승과 차사의 개념만 가져왔을 뿐 나머지 설정과 이야기들은 모조리 각색을 통해 변화를 주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 정도면 큰 틀과 제목만 빌려왔다고 해도 이상하게 생각할 사람이 없을 정도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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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어느 정도 이해도 됩니다. 웹툰으로 볼 수 있었던 원작은 분량이 너무 방대합니다. 아무리 영화를 1,2부로 나누어 만든다고 해도 원작의 분량을 따라가기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런 각색은 반길만 하죠. 괜히 원작 내용 그대로 이어가겠다고 억지로 설정들 다 집어넣고 하면 이도 저도 안 되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반지의 제왕처럼 3시간 짜리로 3부작을 만들 게 아니라면 말이죠.


그리고 일단 각색이 완전히 실패한 정도는 아닙니다. 나름 구성을 잘 했다고 봅니다. 메인 이야기의 흐름을 이어가면서 사이드 이야기를 적절하게 연계시켜서 두 이야기가 어색하지 않게 노력한 흔적이 보입니다. 물론 그렇다고 굉장히 완성도 높은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은 아닙니다. 그냥 이런 류의 블럭버스터에서 크게 문제되지 않을 정도의 수준은 유지하고 있었다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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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의 흐름이 크게 나쁘지 않아서인지는 몰라도 비쥬얼이 눈에 띕니다. 아마 이 작품은 한국 영화 중에서도 가장 많은 CG가 사용된 작품이 아닐까 싶은데 저승부분은 대부분이 CG로 구성되어 있다고 할 수 있을 듯 하고 현세부분에서도 꽤 많은 CG가 사용되었습니다. 특히 악귀가 된 주인공의 동생을 쫓아가는 장면과 대결 장면은 원작에서도 등장하지 않는 부분인데 상당히 수준 높게 만들어져 있었서 좀 놀랬습니다. 굉장히 잘 활용을 했더군요.


물론 애초에 실사와 똑같은 CG를 구현하는 것이 목적이라도 보여지지 않았기에 CG와 실사와의 이질감은 좀 느껴지는 편이었습니다. 특히 모래 사막에서의 악귀(?) 악령(?)들은 그냥 누가 봐도 그래픽이라고 느낄 정도였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보여준 그래픽의 비쥬얼은 액션과 배경에서 꽤 괜찮게 사용이 되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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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들의 연기는 뭐 눈에 띄게 못 하는 배우는 없었습니다. 물론 반대로 눈에 띄게 잘하는 배우도 잘 모르겠구요. 그냥 영화를 감상하는데 있어서 방해를 받지 않을 정도의 연기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차태현은 본인이 잘 하는 캐릭터를 항상 보여주던 연기로 표현하고 있으며 하정우도 지금껏 보여주었던 몇몇 캐릭터와 비슷한 성격의 캐릭터를 연기하고 있습니다.


주지훈이 조금 예외이긴 한데 껄렁껄렁한 모습의 한량 같은 저승사자를 그래도 이상하지 않게 연기하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김향기는 귀여웠군요. 여튼 연기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캐릭터들이 너무 평면적이에요. 전혀 변화가 없습니다. 차태현이 연기한 김자홍이란 인물만이 과거 밝혀짐에 따라 캐릭터 기복이 생기긴 하지만 그것도 그렇게 크지 않습니다. 그냥 이 작품의 캐릭터들은 뭔가 주어진 역할만 하는 NPC 같은 느낌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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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한 느낌은 영화의 전체적인 부분에서 느껴지는 점인데 너무 많은 부분을 쳐내고 단순히 저승의 모습에 집중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야기의 흐름에 문제는 없지만 부실하죠. 붕어빵을 사서 먹는데 앙금이 몸통 가운데만 있는 느낌입니다. 사실 상영 시간이 짧지 않은 편이기 때문에 오히려 조금 더 집중해서 이야기를 각색했더라면 괜찮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리고 액션에 있어서 저승 부분을 좀 더 화려하게 만들든지 아니면 아예 드라마 중심으로 가든지 노선을 명확하게 했어야 했습니다. 저승 부분에서 보이는 액션들이 오히려 현세에서 보이는 액션보다 감흥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뭔가 그렇게 화려하지도 않은 듯하고 그렇다고 박력이 느껴지지도 않습니다. 바로 앞에서 말한 것처럼 강림차사와 원귀 간의 액션이 훨씬 박력있고 멋졌어요.


저승 부분에서는 굳이 넣지 않아도 되는 부분에 CG를 투자함으로써 관객들에게 전율을 선사해야 할 부분에서 전율을 느끼지 못하게 만든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액션을 못 만든 것은 아니지만 영화 내에 등장하는 액션을 비교해 봤을 때 저승 부분에서 보이는 액션이 아쉬운 것은 어쩔 수 없었습니다. 스케일보다는 밀도에 집중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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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요. 기대치를 낮추어서 그런지 똥덩어리 같은 영화는 아니었습니다. 영화 시작부터 느껴지는 신파의 기운은 어쩔 수 없이 후반부에서 관객들을 강타하지만 7번방의 선물처럼 영화 상영시간 내내 울어봐라는 식으로 연출되지는 않아서 뭐 그냥 그러려니 넘어갈 정도입니다. 뭐 부산행 마지막에 잠깐 등장하는 신파 요소에도 치를 떠는 분들이 계시는 만큼 부산행을 능가하는 신파는 도저히 못 봐주겠다 싶으면 과감히 패스하시기 바랍니다.


그래도 연말에 등장하는 블럭버스터 오락 영화로서 나쁘지 않았습니다. 마지막에 등장하는 이승편을 보았을 때 어쩌면 이승편이 훨씬 재밌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지만 그건 일단 나와봐야 알 일이죠. 우선 저승편에서 보여준 느낌으로는 이승편도 나쁘지는 않으리라 생각됩니다. 그래도 영화 자체는 40대 이후보다는 10대에서 20대까지가 잘 먹힐 것 같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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