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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 02 / 24 / 009]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2008년에 개봉했으니 벌써 10년 전에 개봉했던 클로버필드는 모든 것이 비밀에 감춰졌었던 영화였습니다. 예고편에서부터 개봉 후 영화 내용까지 이 영화가 제대로 모든 것을 보여준 것이 없다고 할 수 있을 만큼 신비주의의 극대화를 이룩한 작품이었죠. 감독이 감독이었던 만큼 떡밥도 장난 아니었고 1인칭 헬드헬드 카메라 기법을 이용하여 여러모로 수작이라는 평이 많았던 작품이었습니다.


8 뒤에 개봉한 클로버필드 10번지는 완전히 스타일을 달리하여 폐쇄된 공간에서의 긴장감을 잘 표현했었는데 이 영화도 사실 마지막의 엔딩만 아니었더라면 전체적인 평가가 더 좋았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드는 작품이었습니다. 신비주의를 너무 과감히 벗어버렸죠. 그리고 아직까지도 의문인 것은 이 작품이 과연 오리지널 클로버필드와 연관성이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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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튼 그렇게 끝날 줄 알았던 클로버필드 시리즈는 넷플릭스를 통해 3번째 시리즈를 보여주는데 제목부터가 심상찮은 클로버필드 패러독스입니다. 이 영화는 제목부터 모순된 관계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데 영화를 보기 전 의문이었던 것은 1,2편의 경우 신비주의가 있었을 뿐이지 모순된 관계를 통한 역설과는 아무런 접점이 없었단 것이죠.


그러한 역설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자하는 이번 작품은 일단 시대 배경은 근 미래에 가깝다고 봅니다. 에너지원이 사라져가는 지구의 인류는 새로운 에너지를 찾고자 하고 우주정거장을 지어 그 곳에서 새로운 에너지원에 대한 실험을 실시합니다. 영화의 초반 이야기만 보면 과연 이것이 클로버필드 시리즈와 무슨 관계가 있나 싶죠.


그러다가 극적으로 실험은 성공 궤도에 오르나 싶었는데 실험 마지막에 실패로 끝납니다. 그리고 우주 정거장은 어딘가로 사라지죠. 영화는 그 때부터 제대로 시작을 합니다. 우주 정거장 속에서 실험용으로 쓰이던 벌레가 사라지고 정거장 배선 덕트에서는 누군지 알 수 없는 인물이 등장합니다. 그런데 그 인물은 장소를 묻기 이전에 당신들은 누구냐는 질문을 던지고 있죠. 마치 우주 정거장을 알고 있다는 듯이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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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정거장이 일련의 사태를 겪는 동안 지구에서도 무언가 잘 못된 일이 발생합니다. 미확인 생명체에 의해서 도시가 파괴되어 가고 있죠. 주인공의 남편은 이러한 현장에서 주인공과 통신을 시도하지만 당연히 통신이 될리가 없습니다. 그리고 건물 잔해 사이에서 한 소녀를 구하고 이 소녀를 데리고 안전한 곳으로 피신합니다.


영화는 상영 시간의 80% 정도를 거의 스릴러 장르로서 소비하고 있습니다. 사라진 벌레들 갑자기 나타난 미지의 여성 그리고 가까스로 연결한 지구에서 들려오는 뉴스들. 여기는 본인들이 알고 있던 지구가 아님을 인식하게 되고 미지의 인물이 누구인지 알게 되면서 이 영화는 점점 스릴러로서의 장르적 특성을 강하게 드러내고 있습니다. 마치 클로버필드 10번지처럼 말이죠.


사실 이 영화의 구성은 거의 클로버필드 10번지와 비슷합니다. 영화 전반에 깔려 있는 스릴러적인 연출과 미지의 장소, 미지의 인물, 이해할 수 없는 현상 등 이 영화는 오리지널 클로버필드가 아닌 클로버필드10번지의 성향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죠. 물론 그러한 답습이 잘 이루어진 덕분에 영화는 꽤 몰입감 있는 영화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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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제는 너무나도 익숙해져버린 연출들이 너무 많았어요. 그것도 가장 크게 미스터리 요소로 작용했던 '벌레' '미지의 인물'에서 말이죠. 특히 벌레를 이용한 연출은 최근 개봉했었던 '라이프'와 거의 유사합니다. 모든 부분이 똑같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전반적인 연출이 너무나도 유사했어요. 그리고 굳이 '벌레'가 등장했었어야 했나?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구요.


그리고 미지의 인물 같은 경우 그 정체가 너무나도 아쉽습니다. 차원 이동이라는 단계까지 설정을 이끌고 갔고 패러독스라는 제목을 달고 만든 영화라면 차라리 미지의 여성을 다른 차원의 주인공이라는 설정으로 하는 편이 막판 반전으로 더 강력하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뭐랄까 현 작품에서 미지의 인물은 그냥 주인공의 가족애를 복돋워주고 늘어질 수 있는 후반에 긴장을 주기 위한 장치밖에 되지 않았다고 생각됩니다.


마지막 엔딩에서는 클로버필드와 클로버필드 10번지를 합친 듯한 결말인데 굳이 이렇게 직접적으로 보여줄 필요가 있었을까 싶더군요. 앞서 말했지만 클로버필드의 가장 큰 장점은 신비주의였어요. 클로버필드의 경우도 괴물의 전체적인 모습을 드러낸 것이 거의 중후반 이후였죠. 그런데 이 작품은 영화 내내 밝힐거 다 밝히더니 마지막 엔딩에서도 굳이 벗어버릴 필요가 없는 신비주의를 벗겨버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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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구름 속에 그림자 형태로 보이면서 그 속으로 떨어지는 우주선의 모습을 보여주었다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 영화는 전작들의 장점을 너무 쉽게 벗어버립니다. 최소한 클로버필드라는 제목을 달고 나왔다면 전작들과 궤를 같이하는 그 어떤 성향이 있었어야 했다고 생각되는데 이 작품은 클로버필드라는 제목을 달고 나온 독자적인 sf 스릴러라는 생각 밖에 들지 않더군요.


떡밥도 없고 괴수가 어디서 왔는지 모를 뿐 정체도 크기도 다 밝혀버리니 뭐 보고 나서 여운을 남길 만한 부분이 전혀 없습니다. 그냥 이것으로 끝!이라는 생각이 들죠. 그래서 좀 아쉬웠습니다. 조금 더 다듬었더라면 신비주의를 벗겨내지 않고도 재밌는 영화를 만들 수도 있었으리라 생각되는데 이 영화는 장점을 다 날리고 단점이 크게 남은 작품이 된 것 같습니다. 그냥 클로버필드라는 세계관만 공유하고 있을 분이었죠.


특히 패러독스라는 역설에 관하여 과연 이 영화가 던지는 메시지가 무엇인지 명확하게 파악이 되지 않는 것은 개인적으로 영화를 제대로 이해 못 한 것도 있겠지만 영화 속에서 명확히 보여주지 못 한 부분도 있지 않았나? 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왜 패러독스라는 부제를 달았을까요? 이 영화 어디에서 "나는 거짓말을 했다"에 부합하는 연출이 있었던 것일까요?


넷플릭스에 가입하면 한 달간 무료로 사용이 가능하니 한 번 감상해 보시는 것도 나쁘지는 않으리라 봅니다. 하지만 전작들에서 느꼈던 감정을 느끼시기에는 부족한 부분이 많으니 가벼운 마음으로 보셨으면 좋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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