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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 03 / 02 / 011]



징검다리 연휴에서 끼인 금요일을 쉬는 덕분에 왠지 차주가 되면 보기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던 '더 포스트'를 보고 왔습니다. 개봉 첫 주인데도 불구하고 상영관이 정말 별로 없더군요. 저희 동네 근처 cgv와 메가박스에서도 딱 한 개 상영관에서만 상영을 하길래 평일이기도 하고 해서 조조로 보고 왔습니다.


이 영화는 감독이 개봉시기를 위해서 정말 최대한 촬영을 빨리 끝낸 작품인데 현 시국에 개봉할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3개월이라는 짧은 기간만에 촬영을 종료하고 편집을 거쳐 개봉을 하게 되었습니다. 심지어 이 작품은 조만간 개봉 중인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또 다른 작품 '레디 플레이어 원'이라는 작품과 동시에 촬영을 하기도 했다더군요. 역시 명장은 명장인 듯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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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펜타곤 페이퍼' 사건이라는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작품인데 펜타곤 페이퍼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여기서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내용이 상당하거든요. 여튼 이 영화는 국가가 국민을 속인 일련의 사건을 바탕으로 하고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사건 자체를 파헤치는 과정을 보여주지는 않습니다. 사건 자체가 진실이냐 아니냐를 밝히는 영화가 아니라는 것이죠.


그렇기 때문에 이 영화는 2016년 오스카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수상한 '스포트라이트'와는 사뭇 다른 작품입니다. 스포트라이트의 경우는 사건 자체가 진실이냐 아니냐를 파헤치는 일련의 과정을 보여주는 과정이었다면 이 영화는 실제 사건 이면에 존재했던 '언론의 자유'와 '여성의 인권'에 대한 이야기를 해 주고 있습니다. 따라서 비교가 좀 힘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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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미국 여성 최초의 워싱턴 포스트 발행인 캐서린 그레이엄(메릴 스트립)과 워싱턴 포스트의 편집장 벤 브래들리(톰 행크스)가 펜타곤 페이퍼라는 진실을 국가의 억압이라는 상황에서 어떻게 그리고 어떤 마음으로 발행을 하게 되는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국가의 권력에 맞서서 진실을 알리고자 하는 벤의 상황과 최초의 여성 발행인으로서 다양한 상황에 휘말리는 캐서린의 이야기가 큰 줄거리입니다.


따라서 영화는 사건의 진실과 국가의 억압을 보여주는 상황 외에도 캐릭터들의 개인사도 조금씩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특히 캐서린 그레이엄의 경우 어떤 식으로 미국 여성 최초의 워싱턴 포스터 발행인이 되었고 그러한 자리에 오른 이후 그녀가 수많은 남성들 사이에서 어떠한 상황을 겪게 되는지를 알려면 그녀의 개인사가 필요할 수 밖에 없었기 때문이죠.


중요한 것은 이렇게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지만 불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 영화가 이야기라는 부분에서 까일 만한 부분은 존재하지 않았다고 생각되더군요. 다양한 상황을 적절한 비중으로 조절하여 관객들이 지루하지 않게 만든 것은 순전히 감독의 역량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연출이 잘 못 됐다면 난장판이 되었으리라 생각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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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이 작품은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왜 명장인지를 다시금 생각나게 하는 작품입니다. 3개월이란 촬영기간만으로 (물론 제작기간은 훨씬 길지만요) 이 정도 작품을 만들어낸 것은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니까 가능했던 일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감독의 연출력은 정말이지 그가 왜 예술영화와 상업영화를 휘두룰 수 있는지를 여감없이 보여주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롱테이크와 숏테이크를 자유자재로 넘나들면서 긴장감과 유머를 조율해 나가는 영화 속 연출은 그리 짧지 않은 상영 기간을 더 짧게 느껴지게 만들 정도로 몰입감이 대단합니다. 그리고 그러한 연출과 더불어 배우들의 연기는 이 영화의 몰입감을 한층 높임과 동시에 명장만큼이나 대배우의 힘이 대단하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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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릴 스트립과 톰 행크스 두 주연 배우의 연기는 둘의 호흡을 말할 필요가 없었고 그들 연기에서 풍겨오는 포스가 정말 사뭇 다릅니다. 메릴 스트립은 초반에 단지 여성 최초의 발행인이라는 자리에 오른 인물의 연기와 중반 이후 진실을 밝히고자 하는 신념으로 직진할 때의 연기가 정말 다르더군요. 단지 여성으로서의 최고의 위치에 오른 자부심을 가진 인물에서 신념을 지닌 여성으로 변화하는 과정이 굉장히 자연스럽게 이어집니다.


특히 그녀가 거의 울분을 토하면서 로버트 맥나마라와 대화를 주고 받는 장면이나 벤(톰 행크스)에게 발행하라고 지시하는 장면은 연출도 연출이지만 그녀의 감정이 관객들에게 직접적으로 전달되는 최고의 장면이자 최고의 연기가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캐릭터를 능수능란하게 연기하는 그녀의 모습은 괜히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줍니다.


벤을 연기한 톰 행크스는 언론이 무엇을 해야하는가를 명확히 가지고 절대 휘둘리지 않는 올곧음과 신념을 제대로 보여줍니다. 설리에서의 연기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여주죠. 뭔가 읊조리는 듯한 대사는 마치 일상 생활에서 얘기하는 듯한 모습이지만 그 대사 속에서 캐릭터의 감정이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이러한 배우들과 촬영했기에 3개월만에 끝나지 않았나 생각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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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언론이 권력의 왓치맨이 되어야 하는 이유를 보여줍니다. 언론조차 권력 앞에 무릎을 꿇으면 안 된다는 것을 여감없이 보여주고 있죠. 앞서 말했듯이 감독은 현 시국에 필요한 영화라고 생각하여 개봉시기를 맞췄다고 하는데 이 영화는 국내에서도 분명히 필요한 작품이라고 생각됩니다. 아마 많은 언론사들이 찔릴만한 작품이죠.


재미도 있지만 영화가 내포하는 메시지가 강렬합니다. 그러한 메시지를 전달 받는 것만으로도 이 영화를 보는데 더 이상의 설명은 필요 없다고 생각합니다. 상영관이 많지 않은 데다가 앞으로 상영관 수가 늘어날 것 같지도 않아서 감상을 하고자 하시는 분들은 최대한 빨리 보셔야 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추신1. 백악관에서 전화로 지시하는 닉슨 대통령의 모습을 멀리서 뒷모습만 보여주는 것은 분명 의도된 것이겠죠. 소리만 키웠더군요. 아무래도 그 사건의 연장선에 있는 연출이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추신2. 실제로 금지까지 시키지는 않았지만 억압을 하려고 했던 닉슨 대통령은 결국 강렬했던 마지막 연출에서 등장한 그 사건으로 인해서 물러나죠. 정말 아이러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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