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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 03 / 10 / 012]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베이커 감독의 신작 '플로리다 프로젝트'를 보고 왔습니다. 션 베이커 감독의 작품은 이번에 처음 감상을 하게 되었는데 이 작품을 통해서 앞으로 찾아보게 되는 감독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 만큼 이번 작품에서 보여주는 감독의 성향이 강렬했습니다. 다른 한 편으로 생각하면 통수를 맞은 듯한 느낌도 들었다고 할까요?


어느 정도 영화에 대한 정보는 알고 감상을 하기는 했습니다만 이 영화는 과거 기예르모 델 토로의 '판의 미로'가 생각날 만큼 영화의 홍보 내용과 실제 영화가 들려주는 이야기의 갭이 상상을 초월했습니다. 그래서 이 영화를 보고 나서 든 생각은 이 영화를 제대로 감상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직장을 생활을 하고 본인 소유의 집을 구하려는 연령대는 되어야 한다는 것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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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배경은 플로리다입니다. 그 중에서도 디즈니랜드가 들어선 뒷쪽 동네의 모텔촌이 주요 배경이죠. 집이 없어 모텔방에서 장기 거주를 하는 미혼모의 딸인 무디가 주인공입니다. 학교를 다닐 나이가 되었지만 학교를 다닐 수도 없고 그러다 보니 같은 호텔 혹은 인근 호텔에서 자신과 비슷한 상황에 놓인 아이들과 모텔 주위에서 노는 게 일상입니다.


그래서 성인 관객이라면 영화가 시작하고 30여분 정도의 상영 시간이 지나고 나면 대략적인 분위기가 눈에 들어옵니다. 직업도 없는 미혼모, 학교를 가야 할 나이이지만 학교를 가지 못하는 주인공, 빈곤층으로 무주택 지원을 받고자 하지만 그것도 불가능한 엄마와 주인공의 상황은 순진한 아이들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볼 뿐 절대 아름답지 않은 세상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슬프죠. 대단히 슬픈 영화입니다. 아무것도 모르고 순수하게 뛰어놓는 아이들의 모습과 종이 한장 두께의 벽을 두고 직면해 있는 현실의 모습을 대조적으로 보여줌으로써 3자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관객들에게 안타까움과 슬픔을 극대화하여 전달하는 듯 합니다. 특히나 이 영화는 그러한 상황에서 절대 해피엔딩으로 다가가지 않습니다. 더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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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 대한 정보를 감상 후에 찾아보니 2가지 프로젝트가 나오더군요. 첫 번째는 1976년에 월트 디즈니가 플로리다에 디즈니월드를 지을 때의 프로젝트가 '플로리다 프로젝트'였습니다. 이건 아이들의 시선과 일맥상통하는 듯하죠. 알록달록한 모텔들을 하여없이 뛰어노는 아이들의 모습은 그곳이 마치 디즈니랜드라는 생각이 들게 만듭니다. 오히려 디즈니랜드 따위는 필요없어! 라고 말하는 듯하죠.


그런 아이들의 시선과 반대로 '무주택 빈곤층에게 보조금을 지원하는 정책'을 플로리다 프로젝트라고도 합니다. 이건 미혼모이자 직업이 없는 무디의 엄마 입장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죠. 그녀는 항상 어떻게든 상황을 타계해 보려고 합니다. 친구의 도움으로 직장을 얻어보려고도 하고 지원금 받아보려고도 합니다.


하지만 무엇하나 그녀를 도와주는 구석이 없죠. 아이들이 사고를 칠 때마다 부모들의 관계도 멀어지고 친구의 도움으로 취업을 하려던 희망이 사라지면서 그에 따른 나비효과로 지원금도 받지 못하게 됩니다. 그러다가 결국 하지 말아야 되는 일을 하고 말죠. 관객들은 압니다. 그러한 최악의 상황이 절대 나아지지 않으리라는 것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엄마와 그녀의 딸은 어두운 기색을 보이지 않습니다. 항상 밝게 지내려고 하는 모녀의 모습은 오히려 모든 상황을 지켜보는 관객들에게 더 큰 안타까움과 슬픔으로 다가오죠. 무엇하나 도움을 주는 곳도 도움이 될 만한 상황도 나오지 않는 밑바닥에서 웃으며 발버둥치는 모습은 큰 여운으로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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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에서 디즈니랜드는 마지막에 딱 한 번 등장합니다. 아동복지국(?)에 신고가 됨에 따라 모녀가 헤어지게 되는 상황이 발생하죠. 그 상황에서 무디는 유일하게 남은 친구를 찾아갑니다. 이 영화에서 유일하게 오열을 하는 무디는 친구에게 힘겹게 한 마디를 하고 그 말을 들은 친구는 무디를 데리고 도주(?)를 하죠. 디즈니랜드로 말입니다.


현실 속에서 놀던 그녀들이 디즈니랜드라는 환상 속의 놀이공원으로 도피를 하는 것은 개인적으로는 해피엔딩이 아니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결국 현실을 벗어나고자 하는 그녀들의 뜀박질은 어른들이 만든 디즈니랜드라는 세상 속으로 좀 더 빨리 들어가게 될 뿐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녀들은 어쩌면 세상의 이치를 너무 어린 나이에 깨닫게 되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이 영화의 엔딩은 결국 베드엔딩이라고 생각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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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영화 속 캐릭터들을 연기하는 배우들의 힘은 대단합니다. 특히 무디 역의 브루클린 프린스라는 아역 배우는 크리틱스 초이스 역대 최연소 최우수 아역상을 수상한 것이 이변이 아니라는 것을 유감없이 보여주는 연기를 펼칩니다. 시종일관 순수함과 발랄함을 잃지 않았던 그녀가 마지막에 오열을 하면서 친구에게 외치는 한 마디는 모든 관객들의 코 끝을 찡하게 만들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그리고 어쩌면 관객의 입장을 대변하는 듯한 윌리엄 데포의 연기는 역시나 몰입감이 대단합니다. 대사 하나하나가 귀에 맛깔나게 들리며 그의 주름에서 느껴지는 연륜과 그에 비례하는 연기는 두말 할 필요가 없었죠무니의 엄마 핼리를 연기한 브리아 비나이테라는 배우는 세상에 대한 비관적인 생각을 가진 미혼모 연기를 잘 했습니다.


가지 놀란 점은 그녀의 몸에 있는 문신이 분장이 아니라는 점이었죠. 실제 문신이라는 정보가 있던데 과연 이게 진짜인지는 모르겠습니다. 그 외에 아역들의 연기는 대체로 모두 훌륭했습니다. 어른의 세상을 보여주고 있지만 시선은 아이들이었기에 아역 배우들의 연기가 중요하다고 생각되었는데 아역 배우들의 연기는 영화의 메인이 되기에 모자람이 없었습니다.


영화의 완성도와 별개로 추천하기 힘든 작품입니다. 내용적으로 다큐멘터리라고 할 만큼 현실성을 극대화한 반면 순수한 아이들의 모습을 교차로 보여주는 이 영화의 연출은 아무리 15세 관람가 영화라고 해도 쉽사리 중고생 자녀들과 보기가 쉽지가 않으리라 생각됩니다. 이 영화는 최소한 직업을 가진 성인 정도가 되어야 영화의 본질적인 메시지를 이해할 수 있지 않나 생각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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