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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 03 / 28 / 016]


*스포일러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신작 '레디 플레이어 원'을 보고 왔습니다. 동명의 원작을 가지고 있는 이 작품은 올해 개봉한 '더 포스트'를 감독한 동일 감독의 작품이 맞습니다. 정말 살아있는 전설이자 레전드이자 천재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은 감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렇게 다른 성향의 작품을 일년의 1분기가 끝나기 전에 개봉을 시키다니요...


어떻게 보면 이 작품은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스스로가 좋아할 만한 요소들의 집합체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 작품을 영화화하려고 했던 것일지도 모르죠. 만화와 영화와 게임이라는 컨텐츠를 비롯하여 대중문화라는 큰 틀을 보여주고 있는 이 작품은 좋게 말하면 대중매체에 대한 찬사이고 속된 말로는 오덕의 성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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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어떤 캐릭터들이 나오는지는 열거하지 않겠습니다. 너무 많은 캐릭터가 나오는데다가 어떤 캐릭터가 나오는지 신경쓰면서 볼 필요는 없다고 생각되거든요. 그냥 알고 있는 캐릭터가 나오면 '와~~~'하면서 속으로 감탄하면서 즐기면 됩니다. 괜히 어떤 캐릭터가 나오는지 일일이 생각하면서 보다 보면 영화에 집중하기가 힘듭니다.


그래도 좀 신기하기는 하더군요. 이 많은 캐릭터들이 그 비중이 크든 작든 한 편의 영화에서 볼 수 있다는 것이 가능한 일인가? 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이렇게 많은 캐릭터들이 나올 수 있었던 것은 순전히 감독이 '스티븐 스필버그'이기 때문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원작자들이 제발 좀 넣어주십쇼~라고 하지 않았을까? 라고 생각되기도 할 정도의 네임밸류를 가지고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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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튼 영화 얘기로 들어가서 이 영화는 미랩니다. SF에 기반한 작품이니만큼 미래가 될 수 밖에 없겠죠. VR 게임이 거의 모든 인류에게 영향을 미치는 세상을 보여주고 있는데 주인공도 그 중에 한 명입니다. 그냥 평범한 캐릭터들 중 한 명이라고 볼 수 있지만 사실 평범하지 않다고 볼 수 있죠. 그가 보여주는 모습들은 매니아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게임 자체보다 게임 제작자에 대한 매니아라고 볼 수 있죠.


그리고 그는 5년간 지속되었던 세 개의 미션 중 첫 번째 미션을 클리어합니다. 제작자에 대한 모든 것을 파악했던 그였기에 클리어할 수 있었죠. 그리고 혼자였던 그는 일종의 크루를 만들게 되고 두 번째 미션까지 클리어합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그들을 저지하려는 무리들의 방해가 심해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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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야기는 단순합니다. 어려울 것이 없죠. 그리고 던지고자 하는 메시지도 지극히 무난합니다. 어찌보면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트레이드마크라고도 할 수 있는 메시지일 수도 있다고 보는데 그런 메시지가 진부하게 느껴지긴 하지만 영화와 잘 어울린다고 생각합니다. 가족과 현실이라는 두 개념을 적절히 조합하여 괜찮은 엔딩을 맺었다고 생각되더군요.


그래서 이 영화는 영화 자체의 이야기나 메시지보다는 영화를 만들게 된 이유 그 자체가 더 궁금해졌습니다. 거의 모든 매체에서 다들 한 번씩은 들어봄직한 캐릭터와 음악과 컨텐츠를 등장시키고 있는 이 영화의 목적은 어찌보면 영화를 최고의 엔터테인먼트로 만들어 놓은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대중문화에 대한 헌사에 가깝지 않나 생각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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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그런 헌사와 더불어 오마쥬에 대한 부분들이 꽤 많이 보입니다. 특히 샤이닝은 '저렇게까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샤이닝의 세트장을 제대로 만들었고 그 장면을 완벽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누가 봐도 오마쥬라고 할 만한 장면이었죠. 그리고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의 작품과 아이언 자이언트에 대한 오마쥬도 상당합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쇼킹했던 부분은 영화 초중반에 등장하는데 이 오마쥬는 직접 보시기 바랍니다. 저기서 그런 장면을 오마쥬로 보여줄 줄은 생각도 못 했는데 여튼 이 감독은 천성적으로 개구쟁이라는 생각이 들 수 밖에 없더군요. 어디서 무엇을 보여주어야 관객들이 좋아하고 재밌어 할 지를 완벽하게 알고 있어요.


하지만 사실 가장 열광할 만한 관객은 역시 게이머들입니다. 이 영화는 고전 게임에 대한 애환과 향수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게임을 순수하게 즐기며 자란 게이머들에게 보내는 일종의 수고의 메시지 또는 격려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죠. 반대로 게임을 돈의 대상으로 보는 기업들에 대한 비판적인 메시지도 던지고 있습니다. 여튼 어떻게 보든지 간에 게이머들이 좋아할 만한 부분이 많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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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시작부터 몰입감은 대단합니다. 'TAKE ON ME'라고 시작하는 영화의 도입부는 단지 음악만 흘러나왔을 뿐인데 마음 속으로는 이미 춤을 추게 만들고 바로 이어지는 레이싱 장면은 초반에 관객들을 사로잡기에 충분했습니다. 킹콩과 티라노가 등장하는 레이싱 장면이라니....더 이상의 설명은 생략하도록 하겠습니다.


일단 첫 번째 감상을 일반관에서 했습니다만 음향 효과가 상당합니다. 기본적으로 음향이 좋은 애트모스 상영관에서의 관람이 처음 보기에는 좋을 것 같고 그 후에 아이맥스 3D로 감상을 하는게 좋을 듯 합니다. 일반 상영관으로만 보기에는 이 작품의 비쥬얼과 음향은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영화의 2/3 가량이 가상의 세계 오아시스에서 벌어지는데 사실 이걸 '게임처럼' 보이도록 만들어서 그렇지 완벽하게 실사화하여 보여줄 수도 있지 않았나? 라는 생각이 듭니다. 다분히 게임 속이니 게임처럼 보여야 함! 이라고 외치는 듯한 비쥬얼을 보여주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사와 구분이 가지 않는 장면들도 많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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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연들이 거의 알려지지 않은 인물들로 캐스팅이 되었지만 연기를 못 하는 배우들은 없었습니다. 마크 라이런스나 사이먼 페그 같은 경우는 워낙에 알려진 배우고 연기도 잘 하니 불안해할 필요가 없었지만 올리비아 쿡이나 타이 쉐리던 같은 경우는 좀 불안하긴 했습니다. 한 두번 영화에서 보긴 했지만 주연으로 적당한가? 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래도 역시 감독의 능력이 능력인지라 연기력을 잘 이끌어냈다고 생각합니다. 덕분에 영화 내내 그들이 연기력이 부족하다고 할 만한 부분은 없었습니다. 다른 배우들과의 호흡도 나쁘지 않았구요. 어찌보면 주연으로서의 마스크는 아닌 듯하지만 소시민을 연기하기에는 어울리는 외모였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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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영화가 무조건 좋은 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예상을 벗어나지 않는 시나리오와 과장된 듯한 연출 그리고 반대로 오그라드는 듯한 연출이 등장하는데 오히려 원작에서는 더 과장되는 그려지고 있다고 하니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원작의 묘사를 그대로 옮겨왔다면 아무래도 '말도 안 되는 소리하네'라는 반응이 나올 것 같거든요.


그래도 재밌습니다. 제가 여러가지로 덕후 스타일이라 재밌다고 할 수도 있지만 일종의 오락영화로서도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전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하거든요. take on me 노래가 도입부에 나오면 기분이 업 되지 않을 부모님 세대도 없을 듯 하고 오버워치 캐릭터나 건담이 날아다니는 모습을 보며 좋아하지 않을 젊은 세대도 없겠죠.


이 영화는 최고의 엔터테이너가 만든 최고의 엔터테인먼트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더 포스트'를 만들면서 이런 영화를 만들어 나갔다는 것이 가능한가? 라는 생각이 들 정돕니다. 제발 부디 장수하셔서 더 많은 영화를 만들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스티븐 스필버그 할아버지...



덧1. 참고로 쿠키 영상은 없습니다.


덧2. 건담의 비중이 생각보다 큽니다.


덧3. 저는 마지막 악당이 슈퍼맨이 될 듯 했는데 다른 게(?) 되더군요...ㅋㅋ


덧4. 가ㄴ다ㅁ! 이키마스! 라는 대사가 나올 줄 알았는데 안 나오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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