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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 04 / 07 / 017]


*스포일러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오랜만에 퀴어 영화를 보고 왔습니다. 최근 들어 한해 한 편씩은 퀴어 영화를 보는 것 같은데 지난 이력을 한 번 뒤져보니 (좀 애매하지만)'문라이트' '캐롤' 그리고 '가장 따뜻한 색, 블루'까지 2014년부터 거의 매년 한 편씩의 퀴어 영화는 감상을 했더군요. 심지어 모두 작품성이 뛰어났던 작품들이었고 말이죠.


사실 올해 개봉한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은 보기가 힘들 것이라 생각했던 작품입니다. 퀴어 영화가 애초에 흥행을 중점에 둔 작품이 아니다 보니 극장수가 많지 않은 게 당연하니까요. 게다가 이번 작품은 CGV 단독 상영이라 더 보기가 힘들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다행이도 집에서 가까운 CGV에서 상영관 1개를 내어준 덕에 편하게 감상하고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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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은 '게이'를 소재로 하고 있는데 여름 별장에서 가족과 보내던 엘리오가 부모님의 초대로 방문한 올리버를 맞이하면서 겪게 되는 일련의 이야기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좀 놀랜 것은 이 영화는 퀴어 영화 중에서도 게이를 소재로 하고 있음에도 영화가 보여주는 연출은 레즈비언을 소재로 해도 괜찮을 법한 아름다운 연출을 보여주고 있었다는 것이죠.


화사한 햇빛과 아름다운 별장 그리고 조용한 마을과 활기찬 가족과 이웃들. 사실 브로크백 마운틴이나 문라이트를 생각해 보면 이런 비쥬얼의 게이 영화가 있었나?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거의 모든 장면이 화사하게 느껴집니다. 심지어 야간 촬영 장면까지도 두 배우의 감정을 고스란히 담아내어 칙칙하다거나 어두컴컴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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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이러한 연출의 가장 큰 이유는 이 이야기의 주체가 엘리오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영화의 전체적인 시점은 다분히 엘리오에게 맞춰져 있는데 모든 장면의 중심에 엘리오가 있으며 엘리오가 보지 못하는 것들은 관객들도 보지 못하는 부분이 많습니다. 특히 올리버와의 관계에서 보여주는 연출은 그야말로 엘리오에게 철저하게 맞춰져 있죠.


이러한 엘리오 중심의 연출이 가장 크데 돋보인 점은 두 군데였는데 하나는 영화 중후반 올리버가 어딘가로 볼 일을 보러 갔을 때 엘리오가 하루종일 찾는 장면이 있었죠. 이 장면에서 감독은 단 한 번도 올리버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보여주지 않습니다. 끝까지 엘리오 중심으로 전개를 시키고 있죠. 올리버가 집으로 돌아왔을 때도 엘리오의 시점으로 올리버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는 올리버와 엘리오가 마을에서 볼 일을 보는 장면인데 이 장면은 나름 롱테이크로 촬영이 진행이 됩니다. 그리고 올리버와 엘리오가 대화를 하는 부분에서는 그 대화에 촛점이 맞춰져 있죠. 그런데 올리버가 작은 가게에 잠시 들리게 되는데 이 때 배경음악이 나옵니다. 그 순간에 올리버가 없음으로 인해서 엘리오가 느끼는 감정을 관객들에게 전달한 것이 아닐까 싶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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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것 외에도 이 영화가 엘리오 중심이라는 생각은 많은 부분에서 느껴집니다. 요즘 영화답지 않은 필름 그레인이 가득한 화면하며 어느 한 장면에서 촛점이 나간 듯한 연출이 보이는데 이러한 연출들은 이 영화가 엘리오의 회상에 가까운 작품이라는 느낌을 들게 만들죠. 그 만큼 엘리오에게 그 여름 그 별장에서 가졌던 감정은 아름다웠다는 것을 의미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퀴어 영화에 거부감을 느끼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영화 속 동성이 느끼는 감정을 그대로 이해할 만한 넓은 마인드를 가지지는 못 한지라 이런 영화를 볼 때면 이성이 가지는 느낌을 대입해서 보게 됩니다. 결국 한 쪽을 여성으로 가정하고 영화를 보게 되는데 이 작품에서는 절대적으로 엘리오가 '여성'의 입장이라는 가정을 가지게 되었죠.


그래서 이 영화는 엘리오의 첫 사랑이자 마지막 사랑을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것이 올리버와의 관계일 가능성은 크지만 그렇다고 올리버와의 관계만을 얘기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영화 속에서 엘리오는 올리버와의 관계 전에 이성과의 관계를 가졌었기 때문에 사실 엘리오가 순수하게 동성애자라고 볼 수 있느냐 하면 그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단지 올리버라는 사람에 대한 감정이 다른 감정보다 컸을 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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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말했듯이 영화는 거의 대부분의 장면이 아름답습니다. 화사하고 따듯하죠. 그런 영화의 분위기가 바뀌는 부분이 딱 한 장면에서 보여지는데 바로 엔딩 크레딧입니다. 그리고 유일하게 계절이 겨울인 장면이죠. 이 엔딩 크레딧은 바로 이전에 엘리오의 아버지가 얘기를 하는 장면과 더불어 이 영화의 최고 하일라이트인데 롱테이크로 비추는 엘리오의 감정은 대단했습니다.


마지막 장면은 이성과 동성의 개념을 떠나 한 사람을 좋아했던 감정을 떠나보내는 한 인물의 슬픔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죠. 사실 이렇게 감정적으로 격하게 다가오는 엔딩 크레딧은 본 적이 없다고 자신하는데 영화의 완성도와 별개로 이 엔딩크레딧만큼은 호불호가 갈릴 수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영화가 무난했더라면 이 엔딩크레딧만으로도 영화의 평가가 올라갈 수도 있었다고 생각하거든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불렀던 이름처럼 슬프고도 아름답게 기억 처음이자 마지막 사랑을 보여주기에 더할 나위 없는 장면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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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는 영화라고 하기에는 애매합니다. 재미를 느끼려면 이야기 자체에서 공감을 받아야 하는데 퀴어 영화는 그러기가 쉽지 않거든요. 그래서 호불호가 극명하게 나뉘는 편이구요. 물론 이 작품은 캐롤이나 가장 따뜻한 색, 블루보다는 수위가 약한 편이긴 합니다만 그렇다고 청소년이 볼 만한 영화는 당연히 아닙니다. 그래서 등급도 청불을 받았죠.


다만 동성간의 감정도 이토록 아름답게 표현될 수 있다는 것을 느껴보고 싶으신 분들이라면 추천합니다. 한 동안 이 작품보다 아름답다고 느껴질 퀴어 영화를 볼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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