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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 04 / 14 / 018]


*스포일러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요즘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콰이어트 플레이스'를 보고 왔습니다. 재밌더군요. 오랜만에 아이디어 좋은 SF 스릴러 영화를 봤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요즘 헐리우드 영화들이 맨날 비슷한 류의 영화들을 만드는 바람에 매너리즘에 빠진 듯한 느낌도 들었습니다만 이런 종류의 영화를 만들어 내는 것을 보면 역시 헐리우드는 헐리우드구나 싶습니다.


영화는 불친절한 편입니다. 그 어떤 사건의 발단도 보여주지 않고 이미 사고가 터지고 얼마 이후의 시점에서 시작합니다. 한 가족이 마트에서 물건을 구하는 장면으로 시작해서 한 사건이 끝나는 부분까지를 오프닝으로 보여주고 있죠. 짧고 굵지만 그 짧은 오프닝 속에 영화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확실히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관객들을 충분히 몰입시켰죠.


그리고 또 얼마의 시간이 지나고 한 농가에서 나름 적응하며 살아가는 동일한 가족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영화는 본편으로 들어갑니다. 그리고 역시나 2막으로 들어가면서 앞으로 어떤 일들이 일어날 것이라는 설정들을 간결하게 보여주고 있죠. 이 영화는 영화의 배경에 대한 설명을 비롯하여 설정들을 간결하면서 이해하기 쉽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영화의 최고의 장점 중에 하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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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나 '소리'와 관련된 영화 속 설정으로 인해서 '대사'가 거의 없는 영화의 특성상 '비쥬얼'을 통한 간결한 설명은 이 영화의 필수 요소일 수 밖에 없었는데 그것을 관객들에게 전달하는 연출도 좋았습니다. 너무 생략하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필요없는 장면을 집어넣어 쓸데없이 길게 보여주지도 않습니다. 적절한 시점의 변화로 그들이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살고 있는지를 보여주죠.


그래서 영화는 사실 이야기가 중요하지는 않습니다. '상황' '사고'를 그들이 어떻게 헤쳐나가고 받아들이는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죠. 각 가족 구성원들이 개별적으로 어떤 상황에 처해있고 그 상황을 어떻게 타계해 나가는가. 이 부분이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입니다. 그래서 가족 구성원도 범상치 않은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죠.


손재주가 좋은 아빠, 임신 중인 엄마, 청각장애를 가지고 있는 큰 딸 그리고 어린 막내 아들. 사실 정상적인 상태의 세상이었다면 그렇게 이상할 것은 없는 조합이지만 반디스토피아적인 세상이 되어 버린 상황에서는 누가 봐도 개고생하게 될 것이라 여겨지는 조합입니다. 특히 소리에 민감한 적과 소리를 낼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처한 엄마 그리고 소리를 못 드는 큰 딸의 설정은 최악의 조합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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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영화는 당연하게도 이 둘과 관련되 상황에서 가장 긴장감을 느끼게 해 줍니다. 특히 임신 중인 엄마가 출산에 임박한 상황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상황들은 이 영화의 최대 하일라이트 중에 하나입니다. 과연 저 상황을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모든 관객들의 머릿속에 공통적으로 떠오르게 만들죠. 그 만큼 몰입도가 대단합니다.


하지만 그런 고생을 했던 과정에 비해서 의외로 결말이 좀 심심하게 끝났다는 생각도 듭니다. 아빠의 기술력과 큰 딸의 대응력이 합쳐져서 상황을 타파하긴 하는데 그 정도면 왜 국가 차원에서 발견하지 못 했나? 라는 생각이 먼저 들죠. 그리고 과연 저런 상황에서 임신이라는 상황이 타당한가?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죽을지도 모르는 저 상황에서 애를 낳겠다고? 미친거 아니야? 라는 생각이 들죠.


사실 이것 말고도 영화 속에서 개연성이 부족하다고 생각되는 부분들은 꽤 됩니다. 하지만 앞서 말씀드렸듯이 그런 단점들이 신경쓰이지 않을 만큼 영화의 몰입도가 대단합니다. 특히 이 정도로 영화관이 조용했나?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고요함 속에서 영화를 관람하기는 오랜만이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팝콘 먹는 소리조차 들리지 않을 정도로 적막한 환경에서 관람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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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쥬얼적으로도 나쁘지 않고 배우들의 연기도 나쁘지 않습니다. 연출과 주연을 모두 맡은 감독은 처음에는 부인인(?) 에밀리 블런트에게 엄마 역할을 줄 생각이 없었는데 어떻게 하다 보니 부부가 실제 부부 연기를 하게 되어서 북 치고 장구 치고를 모두 해 버린 결과가 되었죠. 그래도 두 배우 모두 좋은 연기를 보여주었습니다.


놀랬던 점은 큰 딸인데 실제 청각장애인이더군요. 영화 속 상황이 현실과 다를 바가 없지 않았을까 생각이 되었는데 그래서 그런지 소리가 안 들리는 대부분의 연기가(연기가 아니죠 이미..) 굉장히 자연스러웠습니다. 이 딸을 맡은 배우로 인해서 다른 배우들도 모두 수화를 배웠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영화 속에서도 수화를 사용하는 모습이 상당히 많습니다.


재밌습니다. 호러에 가깝다기보다는 스릴러에 가까운 영화이고 잔인하거나 무서운 장면도 없습니다. 긴장감 하나로 승부를 보는 영화라고 생각되는데 그런 긴장감 하나 만큼은 관객들 모두를 농락하지 않았나 생각되더군요. 입소문이 좋아서 어벤져스 개봉 전까지는 상영관이 충분할 듯 하니 시간을 만드셔서라도 한 번 감상해 보기를 권하는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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