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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 04 / 25 / 020]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10년의 긴 대장정의 끝을 보고 왔습니다. 어쩌면 영화계의 판도를 바꿨다고도 할 수 있는 MCU,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이 페이즈3의 끝이자 타노스 이야기 2부작 중 1부작인 '어벤져스 : 인피니티 워'는 개봉 전 예약 때부터 엄청났었죠. 예매만으로 1백만명을 돌파했었고 개봉 첫날인 어제만 관람객이 거의 1백만명에 육박했습니다. 아무리 문화가 있는 날이고 몰아주기가 엄청나다고 해도 대단한 수치죠.


여러모로 의미가 많은 작품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야말로 장기전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10년이란 세월을 꾸준히 만들어 왔던 마블 스튜디오는 페이즈3를 끝으로 또 한 번의 방향전환을 할 것이라고 공공연하게 이야기를 했었죠. 그래서 영화 자체로서의 의미도 대단했지만 영화의 이야기가 얼마나 극적으로 전개될지도 많은 팬들의 관심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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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도 영화는 대단히 극적이지 않았나? 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그 이전에 이 영화는 단순히 '히어로 영화'라는 장르를 탈피한 작품이 되지 않았나? 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일종의 '오락성'이라고 하는 팝콘 무비로서의 히어로 영화의 느낌을 벗어난 느낌이 강하게 들더군요. 물론 제 개인적인 취향이긴 하지만 '캡틴 아메리카 : 윈터솔져'와 '캡틴 아메리카 : 시빌워'를 연출한 루소 형제 특유의 탈 히어로 영화의 느낌이 이번 작품에서도 강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영화는 그렇게 가볍지만은 않습니다. 그럴 수 밖에 없긴 하죠. 타노스라는 희대의 빌런은 인피니티 스톤을 이용하여 유니버스 종족의 절반을 없애려고 하니 가벼울 수가 없는 건 당연하리라 생각됩니다. 이러한 분위기도 루소 형제 전작들의 분위기와 많이 닮았죠. 물론 중간중간 유머러스한 장면들이 들어가 있긴 하지만 순전히 분위기 전환용으로 관객들이 쉬어가는 시간을 만들어 준 것일 뿐이지 전체적인 분위기로 이어지지는 않습니다.


어찌보면 절망적인 상황의 연속이죠. 어벤져스라는 그룹이 제대로 승기를 잡았다고 생각되는 전투는 단 하나도 없습니다. 타노스 휘하의 4대 빌런들을 헤치우는데도 2,3명의 히어로들이 맞붙어서 이기는 정도죠. 사실 타노스와의 전투에서 '이겼다'라는 표현을 쓸 만한 전투는 단 한 번도 없습니다. 모든 상황에서 패하고 말아죠. 도저히 이 영화가 해피엔딩으로 끝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 않습니다. 어떻게든 이기겠지라는 생각이 들 상황이 전혀 오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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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마블 스튜디오는 이번 작품에서 빌런이라는 존재를 확실히 각인시키고자 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캡아:윈터솔져와 시빌워, 홈커밍, 라그나로그 등 최근 마블 작품에서 그 존재가 확실히 부각되어 온 빌런이라는 존재를 이번에는 아예 주인공처럼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번 작품에서 전개되는 대부분의 이야기는 타노스 위주로 흘러가며 그가 왜 그런 짓을 벌이려고 하는지 그리고 그가 얼마나 강한 존재인지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시노는 실패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관객들은 그가 왜 그런 일을 벌이게 되었는지를 확실히 알게 되었고 수긍할 만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죠. 그리고 인피니티 건틀렛을 꼈든 안 꼈든 그에게서 느껴지는 카리스마는 대단했습니다. 압도적이었죠. 그리고 어벤져스 팀이 그와 치루는 전투를 보면 그가 얼마나 강한 존재인지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습니다. 그야말로 압도적인 힘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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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그에게 대항하는 어벤져스도 그에게 저항하기 위해 다양한 곳에서 전투를 벌입니다. 비전에게서 마인드 스톤을 꺼내기 위해서 와칸다로 향한 캡틴 아메리카와 블랙 위도우, 비전, 스칼렛 윗치, 헐크 그리고 블랙 팬서는 타노스 휘하 2명의 부하로 이루어진 군대와 와칸다에서 맞서 싸우게 되며 토르는 로켓과 그루트를 데리고 자신의 새로운 무기를 만들기 위해서 우주의 대장간을 찾아갑니다.


아이언맨, 스파이더맨는 또 다른 타노스의 부하에게 잡혀간 닥터 스트레인지를 구하기 위해 적의 함선에 잡입했다가 타이탄 행성으로 가게 되죠. 그리고 거기서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팀과 조우하게 됩니다. 스타로드와 가모라, 드랙스 그리고 맨티스는 타노스가 소울스톤을 가져가지 못 하게 방해하려다 가모라만 납치당하고 타이탄 행성으로 오게 되죠. 그래서 그 곳에서 어벤져스 팀과 만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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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당한 다양한 시간과 공간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고 엄청나게 많은 히어로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사실 난잡함이 아예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개인적으로 이 정도로 조율을 한 것은 루소 형제의 연출력이 대단하다는 것말고는 설명할 길이 없네요. 루소 형제는 시빌워에서 거의 처음으로 사용하는 캐릭터들, 스파이더맨이나 앤트맨을 등장시켰음에도 그들이 어떤 액션을 보여줘야 하는지를 명확히 알고 관객들에게 보여주었었죠.


이번 작품에서도 루소 형제는 그들이 분명 처음 사용하는 캐릭터들이 대부분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어떤 액션을 보여주어야 하며 캐릭터들 간의 합이 어떻게 이루어져야 좋은 그림이 나올지를 명확히 알고 있었다고 생각됩니다. 그래서 액션에 있어서 저평가 받을 일은 전혀 없다고 생각됩니다. 초반 타노스가 인피니티 건틀렛을 완성시키지 않은 상태에서도 헐크를 두들겨 패는 장면은 마법이나 과학 이전의 맨몸 격투로서의 액션도 실감나게 보여준 장면이라 생각되더군요.


여튼 액션은 가히 상상초월입니다. 많은 캐릭터들이 서로의 합을 맞춰서 대항하는 장면을 2시간 40여분 동안 본다는 것만으로 이 영화는 충분히 볼 만한 작품이었죠. 그리고 그런 액션과 더불어 각각의 시점에 대한 조율과 그 사이사이에 들어가는 타노스의 이야기는 관객들의 흥미를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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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의 인내와 고민과 팬들이 기대한 답을 내놓기 위해 얼마나 공을 들였을지는 알 수가 없지만 생각지도 못 한 캐릭터의 등장과 생각지도 못 한 결말 그리고 예고편에서 유추했던 내용이 하나도 맞지 않았던 영화의 전개는 그야말로 예고편조자도 떡밥으로 던져놓았던 것이 아닐까 싶더군요. 물론 이번 작품도 사실 PART1으로서의 이야기가 끝났을 뿐 진정한 본편은 PART2에서 시작이 되겠지만 말입니다.


그렇다고 아쉬운 점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특히 이번 영화에서는 생각지도 못 하게 베너 박사와 헐크가 유머를 담당하고 있는데 사실 와칸다 전투에서 헐크버스터를 깨부수고 나오는 헐크를 기대했지만 끝까지 헐크는 등장하지 않더군요. 뭐 이해는 합니다. 거의 최강이라고 생각했던 무력을 지니고 있던 스스로가 그렇게 발려버려서 겨우겨우 지구로 던져져서 살았으니 나오기 싫을 만도 했겠죠.


하지만 머리로 이해하는 것과 가슴에서 불타오르는 그 무언가는 달랐던지라 헐크의 액션이 좀 아쉽기는 했습니다. 그리고 그와 더불어 타노스 휘하의 4대 부하들도 아쉬운 부분이 많았는데 초능력을 쓰는 캐릭터를 제외하고는 각 캐릭터가 지니고 있는 개성과 능력이 무엇인지 잘 드러나지가 않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부하들의 죽음도 좀 단순하게 마무리 지었던 생각이 들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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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이 영화의 가장 큰 단점은 번역입니다. 닥터 스트레인지의 그 중요한 대사 한 마디와 쿠키 영상에서 등장하는 닉 퓨리의 대사를 그런 식으로....아니 그 딴 식으로 번역을 했다는 것은 영화 속 상황과 전후 맥락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번역이었죠. 솔직히 저도 영화를 보다가 '닥터가 왜 저기서 저런 말을?'이라고 생각하고 넘어간 정도였는데 찾아보니 역시나 번역의 문제가 크더군요. 그렇지 않다면 굳이 아이언맨을 살리기 위해서 타임 스톤을 줄 필요가 없는데 말입니다.


그리고 쿠키 영상에서 닉 퓨리가 내뱉는 대사는 누가 들어도 'MOTHER F.....'이었는데도 불구하고 그걸 '어머니'라고 번역하는 건 제정신인가 싶었습니다. 그 상황에서 엄마를 왜 찾나요? 배댓슈 2부를 만들어 버릴 생각인 것인지 이해할 수 없는 번역이었습니다. 이 정도면 디즈니에서 고소미 날려도 변명 할 자격이 없다고 생각이 되더군요. 데드풀을 보고도 번역을 어떻게 해야 되는지 감이 안 잡힌 것인지....


재밌습니다. 10년을 기다린 팬들에 대한 대답이 이것이라면 충분히 만점을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캐릭터들의 활용, 액션의 연출, 이야기의 진중함 그리고 가장 중요한 빌런의 존재감까지 히어로 영화에서 이 정도의 재미와 완성도를 준다면 언제든지 새 작품이 나와도 된다고 생각되더군요. 하지만 마블은 이 만큼을 보여주고도 아직 더 보여줄 게 있다고 얘기하고 있습니다.



덧. 개인적으로는 역시 캡틴 마블이 어떤 식으로 등장할지 굉장히 궁금하군요.


덧. 이제 앤트맨과 와스프에서 그들이 어떤 식으로 어벤져스와 이어질지 기대하면 될 듯 합니다.


덧. 가능하면 아이맥스로 보시길.....디지털이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아이맥스 비율로 촬영된지라 일반 상영관에서는 화면이 잘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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