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2018 / 05 / 22 / 021]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데드풀2'를 보고 왔습니다. 여전히 가족영화라고 어필을 하고 있는 정신나간 배급사의 미친듯한 홍보는 가끔은 이 녀석의 정체를 알고 있는 1인임에도 불구하고 '어? 원래 그런 캐릭터였나?'라는 생각을 들게 만들 정도입니다. 그리고 심지어 영화를 보고 나면 딱히 틀린 얘기도 아니라는 것이 더 문제가 아닐까 생각되기도 하구요.


1편이 19금 등급을 받고도 전 세계적으로 그리고 국내에서도 대단한 흥행을 함에 따라 이번 후속편에서는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조마조마했습니다. 사실 19금 등급을 받고 흥행을 했다면 좀 더 많은 관객들을 유입시키기 위해서 캐릭터의 성격을 타협할 가능성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죠. 그래서 예고편이 공개되고 나서는 좀 더 불안하긴 했습니다. 1편보다 임팩트가 적었다고 느꼈거든요.


>>


그런데 막상 영화를 보고 나니 이런 걱정들이 기우에 지나지 않았더군요. 20세기 폭스와 감독은 전혀 타협할 생각이 없었다는 느낌이 물씬 풍깁니다. 그들은 데드풀이라는 캐릭터의 성격을 전혀 건드리지 않았어요. 오히려 1편보다 더 막장으로 치닫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입은 더러워지고 액션은 과감해졌습니다. 그래서 조금은 과하다는 생각이 드는 부분들도 있긴 했죠.


그래도 이래야 데드풀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과연 이런 히어로 캐릭터를 어느 제작사에서 만들어낼 수 있을까요? 마블을 인수한 디즈니? 아니면 스스로 붕괴 직전인 DC와 그 제작사들? 로건과 데드풀1로 19금 히어로 영화의 시작을 알린 20세기 폭스가 아니면 이런 과감한 히어로 영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 곳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20세기 폭스는 그 때나 지금이나 틈새 시장 공략이 완벽했어요.


여튼 미래에서 온 케이블이란 작작가 한 소년을 죽이려고 하는데서 벌어지는 이 영화의 중심 이야기는 그의 애인조차도 과감히 죽여버리는 제작사의 과감성으로 육체에 이어 정신까지 피폐해진 데드풀의 내면의 이야기도 동시에 들려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다들 아시죠? 이런 이야기는 데드풀이라는 캐릭터를 보여주고 있는 이 영화에서는 별반 의미가 없다는 것을요.


>>


애인의 죽음으로 정신이 피폐해진 데드풀은 더 더러워진 입으로 더 더러운 대사들을 남발해 대고 있으며 전편에서 돈을 좀 벌어들인 제작사는 이번 작품에서는 그 돈을 액션의 연출에 꽤나 투입을 시키고 있습니다. 더 잔인? 잔혹?해 졌다는 얘기죠. 팔다리 잘려나가는 정도는 우습고 데드풀의 사지 절단돈 심심찮게 나오고 있으니 아무리 이런 장면들이 유머와 이어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거부감이 드시는 분들이라면 좀 피하시는 게 좋을 듯 합니다.


그리고 전편에 이어 더 많은 캐릭터가 등장하고 있는데 결국 엑스포스라는 집단으로 이어지는 캐릭터는 애초부터 정해져 있었던 것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아마도 제작에 들어간 엑스포스라는 영화에서는 이번 작품 마지막에 보여주는 그 모임이 주된 캐릭터가 되지 않을까 생각되는군요. 사실 상상이 안 가기는 하지만 그래도 히어로 영화의 후속편을 이 정도로 만들어 내는 제작사라면 새로운 작품도 나쁘지 않으리라 생각됩니다.


또한 전편부터 데드풀이 줄기차게 돈이 없어서 다른 애들은 못 나오냐라는 외침에 잠시나마 대답하는 장면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피식거리기 딱 좋은 연출이었어요. 그 외에도 패러디적인 요소는 어마어마합니다. 아마 오프닝을 딱 보는 순간 '아...이번 작품의 방향은 이거구나'라는 생각이 팍! 들죠. 이 패러디 요소가 영화를 보는 내내 유머적인 부분을 꽤 담당하고 있는데 가끔씩 혼자서 피식거릴 때면 '나도 일반인은 아니구나' 라는 생각이 들긴 했습니다.


그리고 얘기를 안 할 수가 없는 번역! 역시 번역의 힘은 대단하다는 것을 이 작품으로 다시금 느끼게 되었죠. 아니 오히려 이전에 봤던 인피니티 워의 충격이 채 가시기 전이라서 오히려 정상적인 번역에도 감동을 하는 건 아닐까? 라는 생각도 듭니다. 그만큼 인피니티 워의 번역의 똥이었으니까요. 하지만 그런 부분은 감안하더라도 데드풀의 번역이 잘 된 번역이라는 것은 전작부터 이어져 오는 사실이죠. 제발 다른 영화들도 이 정도의 번역을 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


결과적으로 영화는 액션과 유머에 있어서 전작인 데드풀의 성격을 이어가면서도 더 강력하게 만들어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냥 이런 성격의 히어로 영화를 전작에 이어 타협없이 그대로 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개인적으로 가장 만족스러운 부분이었죠. DC였으면 아마 벌써 타협해버리는 노선을 타고는 캐릭터 제대로 못 살렸을 가능성이 농후했을 테니까요.


엔딩 크래딧은 2개입니다. 영화가 끝나고 바로 나오는 짧은 쿠키 영상과 그 이후 약간의 크레딧이 올라가고 난 후 조금 더 긴 쿠키 영상이 나오는데 2번째 쿠키 영상은 필수 감상입니다. 영화의 본편을 능가하는 재미를 주고 있으면서 오히려 가장 데드풀스러운 쿠키 영상이 아니었나 생각되거든요. 이 정도 연출을 영화 속에서 보여주었다면 영화가 더 대박이 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정말 단체로 약을 빤 게 틀림이 없어요.


그리고 까메오가 있습니다. 사실 찾기가 힘들다면 힘들다고 할 수 있는데 생각보다 길게 나와서 눈치를 챌려면 시간은 충분합니다. 하지만 제가 생각하기에 충분한 시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눈치 채기가 쉽지 않을 듯 해요. 전체적으로 인물들의 모습을 확실하게 보여지지 않거든요. 그래도 눈치 챈다면 당신의 눈썰미는 대단한 것입니다.



덧1. 라이언 레이놀즈는 갈수록 그 자체가 데드풀이 되어 가더군요.


덧2. 이러다가 진짜 울버린 등장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싶은...

«   2024/04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Total
Today
Yester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