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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 05 / 27 / 022]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스타워즈를 디즈니에서 만들기 시작하고 4번째로 만드는 작품인 '솔로:스타워즈 이야기'를 보고 왔습니다. 이 작품은 스타워의 에피소드 4,5,6에서 해리슨 포드가 연기한 '한 솔로'라는 캐릭터의 시작을 알려주는 작품으로서 쉽게 말해 외전입니다. 스타워즈 메인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이죠. 어찌보면 '로그원:스타워즈 이야기'와 비슷한 위치이지만 '로그원'의 경우는 '사건'이 중심이고 '솔로'의 경우는 '인물'이 중심에 있는 작품입니다.


사실 오리지널 시리즈에서 한 솔로라는 캐릭터가 그렇게 인기가 많지 않았다면 만들 생각조차 안 했을 시리즈죠. 어찌보면 에피소드7에서 그렇게 보내기 아쉬워서 만든 작품일 수도 있겠지만 디즈니가 그럴리는 없죠. 돈이 될 만한 캐릭터이니까 단독 영화로 만들었을 가능성이 굉장히 큽니다. 그리고 대다수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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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돈을 위해서 만들든 말든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습니다. 스타워즈 에피소드 7 : 깨어난 포스 이후 정식 넘버링인 '라스트 제다이'에서 관객들에게 그야말로 빅똥을 선사하는 바람에 더 이상 스타워즈에 관심을 끊으려는 팬들이 부지기수가 되었다는 것이죠. 그 당시의 상황은 영화판에서 최근 몇 년간 발생한 이벤트 중에서도 가장 큰 이벤트가 아니었나 생각될 정도였죠.


여튼 스타워즈라는 프랜챠이즈는 그것대로 말아먹고 욕은 욕대로 다 먹고 나서 공개된 작품이 본 작품이었으니 과연 관객들이 기대를 할 수 있었을까요? 물론 모든 관객들이 그런 생각을 하지는 않았겠지만 많은 관객들이 이전 스타워즈 예고편을 볼 때보다 기대를 가지지 않게 된 것은 사실일 것입니다. 거기다가 웬지 건드리지 말아야 할 캐릭터를 건드리는 듯한 느낌도 들고 말이죠.


저도 솔직히 볼 생각은 없었습니다. 그냥 상황을 좀 두고보다가 2,3주차 쯤 되었을 때 한 번 볼까? 라고 생각만 하고 있었죠. 그런데 첫날 성적이 완전히 폭망 수준인 것을 보고 그냥 극장서 보자는 맘으로 달려갔습니다. 사실 개봉 첫날 아무리 못 해도 10만명은 보던 것이 스타워즈 시리즈인데 2만명도 안 되는 성적은 너무 심한 수준이었죠. 라스트 제다이의 영향이 없다고 할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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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의 느낌을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냥 오락성은 좋은 이벤트성 영화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순수하게 오락성만 따지자면 에피소드8:라스트 제다이보다는 낫습니다. 훨 낫더군요. 물론 에피소드 7이나 로그원보다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라스트 제다이에서 잃어버린 오락성을 좀 살리긴 했다고 봅니다. 괜히 론 하워드라는 거장 감독을 영입한 것이 아니구나 싶더군요.


초반 레이싱 장면이나 솔로가 그렇게 입이 닳도록 언급하던 케셀 런에서의 연출은 전반적으로 이 영화의 오락성을 돋보이게 하는데 전혀 무리가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일단 이야기의 흐름이 자연스러워요. 따지고 들면 개연성 안 맞는 부분이야 좀 나오긴 하겠지만 라스트 제다이에서처럼 뜬금없는 연출이 나온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습니다.


정말 '무난하다'라는 말이 딱 맞게 뛰어나지도 않고 모자라지도 않은 그런 오락 영화를 본 듯한 느낌을 받게 되는 작품이었죠. 그리고 이 영화의 장점은 그게 끝입니다. 깨끗한 밀레니엄 팔콘이 우주를 날라다니는 모습에서의 두근거림은 순식간에 끝나버리고 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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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얘기했지만 이 영화는 '사건'이 중심인 외전이 아닙니다. '인물'이 중심인 외전 작품이죠. 그리고 그 중요 인물은 '한 솔로'입니다. 해리슨 포드가 연기했던 그 한 솔로말이죠. 그런데 이 영화에서의 한 솔로를 보면 전혀 오리지널 시리즈의 한 솔로가 생각나지 않습니다. 너무 달라요. 비슷한 구석을 찾을 수나 있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우선 피지컬. 최소한 외모가 비슷하지 않다면 체격이라도 비슷해야죠. 체격의 차이는 스크린을 통해서 보면 그 차이가 뚜렷합니다. 해리슨 포드 키가 185나 되는데 176정도인 올든 에런라이크는 너무 왜소하죠. 단순히 높이의 문제가 아니라 높이의 차이에서 오는 전반적인 체격의 차이가 비교가 안 됩니다. 솔직히 176이나 되는 것도 놀랍더군요. 결과적으로 피지컬에서 오는 한 솔로 원래의 분위기가 전혀 느껴지지 않습니다.


그리고 영화는 시종일관 한 솔로는 마치 석양의 무법자에서나 나오는 듯한 총잡이로 보이게 만드는 연출을 자주 보이는데 그런 캐릭터의 성격은 제대로 잡긴 했죠. 오리지널 시리즈에서도 한 솔로는 우주를 배경으로 돌아다니는 총잡이라는 느낌이 들었으니까요. 그런데 그런 캐릭터의 성격을 잡았으면 그걸 연출에서만 끝낼 것이 아니라 실제 캐릭터로 보여주도록 했어야 했습니다.


오히려 이 작품에서는 다른 주조연 배우들의 캐릭터가 훨씬 눈에 띕니다. 베킷 역의 우디 해럴슨을 비롯하여 키라 역의 에밀리아 클라크, 랜도역의 도널드 글로버 그리고 드라이덴 보스역의 폴 베타니 등 주인공을 제외한 나머지 배역들의 캐릭터들이 훨씬 캐릭터로서의 특징이 두드러졌다는 것은 정말 아쉬운 부분이었습니다. 혼자서 극을 이끌어도 모자랄 판에 주위 캐릭터에 뭍히고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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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에서 보여지는 한 솔로의 이미지는 그냥 프리덤을 외치는 철이 덜든 천방지축의 느낌입니다. 장난기가 다분하고 무슨 행동을 할 지 모르는 그런 이미지로 밖에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이죠. 그러면서 연출은 마치 서부의 총잡이 같이 보이도록 하고 있으니 연출과 영화 속 캐릭터의 성격이 전혀 매치가 안 되고 있습니다. 이게 배우의 연기의 문제인 것인지 그런 연기를 의도한 감독의 문제인 것인지 궁금하더군요.


또한 영화는 '스타워즈 스토리'라는 것을 달고 나올 만한 작품인가? 라는 생각을 하게 만듭니다. 그냥 '솔로'나 '한 솔로'로 제목을 지었어도 전혀 상관이 없어요. 오히려 마지막에 딱 한 장면을 제외하면 도대체 어디서 스타워즈를 느낄 수 있는가? 라는 의문조차 듭니다. 오프닝에서조차 우주를 가로지르는 자막이 나오지도 않아요. 광선검은 손잡이조차 보이지 않죠. 어디서 스타워즈를 연관시켜야 할까요?


오락적 재미를 제외하고 스타워즈와 연관된 어떤 이야기를 듣고 싶다거나 혹은 오리지널 시리즈의 한 솔로의 젊었을 적 이야기를 듣고 싶다고 하시는 분들에게 이 영화를 추천해야만 할까? 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재미는 있지만 스타워즈 이야기라는 부제를 달고 나온 만큼 당연히 스타워즈와의 연관성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데 정말 막판의 딱 한 컷을 제외하면 연관조차 없는 이 작품을 추천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순수하게 오락적 재미를 추구하시는 분들이라면 얼른 극장에 가셔야 할 것 같구요. 그게 아니신 분들이라면 영화 정보를 좀 더 찾아보고 감상을 하시기 바랍니다. 괜히 아무것도 모르고 갔다가 후회할 수도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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