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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 11 / 04 / 036]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데이미언 셔젤 감독의 신작 '퍼스트 맨'을 보고 왔습니다. '위 플래쉬' '라라랜드'와 같은 음악 영화 중심으로 영화를 만들어 왔던 셔젤 감독이 아폴로 11호를 타고 인류 최초로 달에 발을 디딘 닐 암스트롱의 이야기를 만든다고 했을 때는 좀 의아하기도 했습니다. 장르가 완전히 다른 작품이었으니까요.


하지만 예고편이 공개되었을 때부터 기대감이 꽤 컸습니다. 여전히 관객을 몰입하게 만드는 뭔가가 예고편에서 느껴졌거든요. 그런데 개봉 후의 반응은 좀 다르더군요. 너무 팩트 위주로 나가다 보니까 다큐멘터리에 가깝다는 평이 많고 그로 인해서 지루하다는 얘기들이 많았습니다. 그래도 보러 갔죠. 거의 막바지라 지하철 타고 40여분을 가서 겨우겨우 봤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셔젤 감독은 역시 '캐릭터'와 '이야기'를 다룰 줄 아는 감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위플래쉬'에서도 그랬고 '라라랜드'에서도 그랬고 입체적인 캐릭터와 몰입감 있는 이야기를 보여주었던 감독은 이번 작품에서도 자신의 장기를 100% 활용하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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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100% 팩트에 기반한 영화를 만들면 정말 다큐멘터리가 되어버리기 때문에 당연하게도 이야기의 허구가 어느 정도 동반되어야 하죠. 그런데 이 작품은 영화가 들려주는 이야기의 대다수가 워낙에 큼직한 사건들의 연속이다 보니 과연 어디까지가 허구이고 어디까지나 사실인지를 가늠하기가 힘들었습니다.


그런 이야기 구성과 연출로 생각보다 지루하지 않은 작품이었습니다. 몰입감도 뛰어났고 특히 닐 암스통을 연기하는 라이언 고슬링의 연기가 굉장히 매력적이었죠. 사실상 원톱으로 영화를 이끌어가는 그의 연기는 다양한 배역을 소화했던 만큼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보여지는 힘이 더 굉장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라이언 고슬링이 연기한 '닐 암스트롱'은 팩트에 기반한 인물입니다. 실존인물이고 그가 어떤 일을 이룩했는가는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고 있을 정도죠. 하지만 영화는 그가 달에 인류 최초로 발을 디딘 부분에만 촛점을 맞추고 있지는 않습니다. 그가 왜 달에 가려고 했으며 달에 가기까지 그가 어떠한 일들을 겪었는가에 대해서 더 많이 들려주고 있죠. 그래서 이 영화는 어떻게 보면 닐 암스트롱이라는 인물의 일대기에 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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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영화를 보면서도 의아하기는 했습니다. 분면 지원자들은 그들이 국가가 국가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서 그들을 이용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리라 생각되었거든요. 또 그 과정에서 희생된 인물들만 해도 생각보다 어마어마했습니다. 그럼에도 그렇게 기어이 달에 가야만 했을까? 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어떻게 보면 닐 암스트롱이라는 인물이 극 중 보여주는 행동은 명예나 국가의 위상과는 하등 관련이 없어 보입니다. 그는 오히려 같이 일하면서 희생되었던 동료들을 위해서 그리고 병마와 싸우다가 결국 어린 나이에 세상을 떠나 어린 그의 딸을 위해서 달에 가려고 한 것처럼 느껴지더군요. 달에 딸의 팔찌를 남기고 오는 모습이라든지 자신과 친했던 동료들이 희생된 이후 물불 가리지 않고 테스트에 임하는 모습을 보면 그는 달에 가기 위한 명분을 국가보다는 자신의 주변 인물들에게서 더 영향을 받은 것처럼 보입니다.


그래서 영화는 라이언 고슬링의 모습을 클로즈업하여 그의 표정을 보여주는 장면이 상당히 많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닐 암스트롱을 연기하는 라이언 고슬링이 격한 감정을 표현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아닙니다. 그가 감정을 격하게 드러내는 장면은 영화 초반 딸의 장례식에서 혼자서 오열하는 모습 뿐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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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로 그는 최대한 감정을 절제하고 그러한 감정을 쌓아두려는 모습을 보입니다. 마치 드라마의 긴장감과 그의 감정이 비례하는 듯하죠. 그리고 영화 후반 20여분에서 영화적 긴장감과 캐릭터의 감정선이 동시에 터트려줍니다. 착륙선의 헤치가 열리고 달의 표면이 드러나는 순간. 그 적막은 긴장감의 최고조와 동시에 '드디어!'라는 감정의 해소를 동시에 해결해 주더군요.


정말이지 콰이어트 플레이스를 볼 때보다 더 조용해진 상영관은 이번 영화가 처음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그리고 그 장면은 아이맥스로 봐야만 하는 장면이 틀림 없더군요. 달의 표면과 그 표면을 거니는 닐 암스트롱의 표정은 길고 긴 대장정의 끝으로서 손색이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정말 달의 표면에 있는 듯한 느낌이 들게 해주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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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감독의 이전 작품들과는 사뭇 다른 작품이기도 했습니다. 위플래쉬나 라라랜드는 영화에서 보여주는 감정의 종류가 다르더라도 그 감정을 극대화하여 보여주었다고 생각하는데 이번 작품에서는 시종일관 담백함을 유지하기 위해서 노력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앞서 얘기했듯이 배우의 감정도 굉장히 절제시키는 듯했고 말이죠.


그리고 여러모로 화려한 퍼포먼스를 보여주었던 전작들에 비해서 이번 작품에서는 비쥬얼적으로나 연출적으로도 담담하게 표현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관객에 따라 영화가 지루하게 느껴질 만한 부분이 충분히 많습니다. 마지막 엔딩이전까지는 이 영화는 거의 드라마로 구성이 되어 있으니 말이죠. 아무리 사건/사고가 있다 하더라도 드라마가 많으면 지루해질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영화의 상영시간이 좀 짧았으면 어땠을까 싶기도 합니다. 아무리 원작(퍼스트맨:닐 암스트롱의 일생)이 있다고는 하지만 각색의 단계에서 드라마의 비중을 조금만 더 줄였으면 어땠을까 싶더군요. 140여분에 달하는 상영 시간 중에서 120여분이 드라마로만 구성된 것은 이 영화에 독이 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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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전작들도 대중성에 가까운 영화들은 아니었습니다만 그 영화들은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요소들이 많았어요. 위플래쉬는 선생과 제자 사이의 갈등 그리고 밴드로서의 흥밋거리가 있었고 라라랜드의 경우는 뮤지컬 영화로서의 흥밋거리가 분명히 존재했죠. 그런데 이번 작품은 순수하게 드라마 장르에 완전히 올인을 합니다. 심지어 그 드라마 내용도 자극적이지 않구요.


때문에 비평가들의 호평은 받았을지언정 일반 관객들에게까지 호평을 받기는 쉽지 않았을 겁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드라마에 자극적이 요소를 억지로 집어 넣는 것도 감독 성향에 맞지 않으리라 생각되구요. 개인적으로는 지금 상태의 작품이 적절하다고 생각되지만 흥행성이 없어서 아쉬운 작품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래도 감독의 다음 작품이 기대되기는 하는군요. 이번에는 어떤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낼지 궁금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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