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2018 / 12 / 08 / 041]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오랜만에 스크린에 얼굴을 비친 공효진 주연의 '도어락' 보고 왔습니다. 그렇게 땡기는 영화는 아니었는데 반응이 아주 나쁘지도 않았고 예고편도 괜찮아 보여서 근처 극장으로 터벅터벅 걸어가서 조조로 보고 왔습니다. 그런데 외에는 관객이 1 밖에 없더군요. 전세낼 했습니다.

 

영화의 소재는 그럴싸 합니다. 혼자 사는 여자, 어떻게 뚫릴지 모르는 도어락 요즘 빈번히 발생하는 사건들을 보면 영화의 소재는 그렇게 판타지스럽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소재만 놓고 본다면 굉장히 현실적이죠. 비단 여자 혼자 만이 아니라 남자 혼자 산다고 해도 저런 일이 생기지 말라는 법이 없다는 생각이 정도니까요.


>>

 

영화는 초중반까지는 오피스텔이라는 한정된 거주 공간 내에서 사건이 진행됩니다. 아침마다 머리가 아픈 주인공과 그런 주인공 옆에서 밤마다 나타나서 잠을 자는 범인. 사실 처음에는 과연 범인이 공효진의 착각인지 아니면 실제로 존재하는 범인인지 그것도 아니면 주인공의 진짜 남친인지 아리송합니다.

 

왜냐하면 영화는 관객들이 이렇게 헷갈려 만한 장치들을 퍼트려 놨거든요. 혼자 사는 여성분들이 응당 그렇듯이 주인공도 남자가 있는 것처럼 보이기 위해서 남자 구두를 가져다 놓고 남자 팬티를 빨래 건조대에 널어놓습니다. 그러니 당연히 관객들은 밤에 몰래 등장하는 사람이 실존 인물인가 허구의 인물인가부터 시작해서 범인인가 애인인가라는 생각까지 들게 만들죠.

 

개인적으로 이러한 혼란의 야기는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과정으로서 흥미도 충분히 전달하고 있었고 범인이라는 가정 하에 생각한다면 후의 전개 과정이 어떻게 풀어질까라는 호기심도 생기게 되었거든요. 그래서 주인공이 초중반까지 오피스텔 내부를 조사할 때까지는 괜찮았습니다.


>>

 

그런데 영화는 쓸데없이 공간의 확장을 욕심내지 말았어야 했다고 생각합니다. 한정된 공간에서 오는 공포감을 외부로 돌리는 순간 영화의 긴장감은 급격히 사라지고 있습니다. 도망칠 곳도 많고 숨을 곳도 많은데 당연히 긴장감이 떨어질 밖에 없죠. 심지어 공간을 외부로 돌리는 순간 영화 초반에 관객들에게 던져주었던 의문은 1% 남기지 않고 소멸됩니다.

 

초반에 관객들에게 전달해 주고 있던 호기심의 근원과 흥미를 전달해 주던 도구들이 사라진 시점부터 영화는 전체적으로 애매해지기 시작합니다. 재미가 없어진다는 얘기죠. 사람은 쉽게 죽어나가고 와중에 주인공은 계속 괴롭힘을 받는데 초중반에 흥미와 호기심의 도구로 사용되던 것들을 이용하지 하자 '누가' 범인이냐로 흥미를 돌립니다.

 

영화에서 범인이라 생각되게 만드는 인물은 세명인데 명은 생각보다 빨리 범인의 손에 죽게 되고 나머지 명이 끝까지 용의자 선상에서 관객들을 농락시키는데 사실 농락이라고 것도 없을 정도로 극단적인 캐릭터를 만들어 놨습니다. , 보면 안다는 얘기죠. 누가 범인인지.


>>

 

그래서 사실 저렇게 티나게 거면 차라리 반전으로 범인처럼 보이게 만들어 놓았던 인물을 범인으로 만드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정도입니다. 누가 봐도 쟤는 그냥 성격 더러운 동네 양아치 같은 놈인데 범인으로 내몰려고 하는 요즘 관객들을 너무 쉽게 생각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더군요.

 

그리고 뻔한 설정들이 너무 많아요. 용의자에 대한 혼란도 그렇지만 무능력한 경찰 설정은 도대체 언제까지 우려 먹을 건지 모르겠습니다. 제대로 경찰을 보여줄 때도 되지 않았나 싶을 정도로 영화 속에서 경찰은 지금까지 영화 속에서 무능력했던 경찰들과 전혀 다르지 않습니다. 짜증날 정도로 말이죠.


>>

 

그나마 영화를 살리고 있는 배우들의 연기라고 있는데 오랜만에 스크린에 얼굴을 비춘 공효진은 계약직이라는 상황과 누군지 모를 인물에 대한 공포감을 연기하고 있습니다. 공효진이라는 배우가 가진 특유의 어눌한 목소리는 영화와 어울리는데 개인적으로 조금 트인 목소리를 가진 배우가 했었어도 좋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도 들긴 했습니다.

 

외에 주조연들의 연기는 극의 흐름을 정도의 연기는 아니었던지라 배우들의 연기 때문에 몰입에 방해가 되는 일은 없습니다. 오히려 배우들의 연기가 아깝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으니 현실적인 소재를 스케일 키우지 말고 몰아 붙였으면 어땠을까 싶더군요.

 

공포감을 살린 장면들 덕분에 쫄깃한 부분들도 있고 초중반까지의 긴장감은 확실히 영화의 재미를 살려주고 있었지만 그래도 추천을 하기에는 쉽지 않은 작품입니다. 무던한 재미를 준다고 할까요? 굳이 영화를 보자! 라고 하면서 극장으로 찾아가 만한 영화는 아니라는 생각도 듭니다. 극장에서 메리트가 느껴지지 않아요.

«   2024/04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Total
Today
Yester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