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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가짜이고 무엇이 진짜인지 모르는

마치 현실판 매트릭스 같은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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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도 이제 월말 즈음이라 생각되는 시기인데 극장가는 비수기에 해당되는 시점이라 참 볼 만한 영화가 없다고 생각될 때쯤 개봉한 사이비는 '돼지의 왕'으로 이름을 알리게 된 연상호 감독님의 차기작(엄밀히 차기작이라고는 할 수 없을 듯. 찾아보니 이후에 '창'이란 작품을 만드셨더군요.)입니다.

 

사실 크게 끌리는 영화는 아니었습니다. 돼지의 왕도 뭐랄까 사회 고발적인 성격이 강했지만 그 만큼 불편한 영화였거든요. 그런데 사이비는 그보다 더 강도세가 세졌다는 반응이 많아서 이걸 봐야 하나 말아야 하나 상당히 갈등을 했지만 그래도 할 일 없이 빈둥대느니 나가자는 생각에 보고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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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댐 건설로 수몰 예정 지역을 비춰주면서 시작합니다. 누가 봐도 '사기다'라는 느낌을 가진 사람들이 마을 주민들을 모아 놓고 (사이비) 신앙을 쇠놰 시키고 있으며 마을의 주민들이 어느 정도 쇠놰가 되었다고 할 수 있을 때즘 한 인물이 마을에 들어옵니다. 하지만 외부인은 아니죠. 언제였을지 모르지만 그는 과거 마을 떠났다가 다시 돌아온 한 가정의 가장입니다.

 

이 민철이란 인물은 거칩니다. 스스로 하고 싶은대로 행동하면서 사는 인간입니다. 날 것 그대로의 인간이지요. 하지만 그 만큼 오염되어 있지도 않습니다. 그렇다고 착한 인물은 절대 아닙니다. 영화의 후반부에 보면 그의 친한 동생이라고 할 수 있는 마을 주민 한 명이 이런 얘기를 하죠.

 

"형님은 형님이 나쁜 사람인 걸 아직도 몰랐소?"

 

라고 말이죠. 스스로는 느끼지 못 하지만 민철이란 인물은 나쁜 사람입니다. 이 부분은 후반부에 다시 얘기하도록 하고 어쨌든 민철이 마을로 돌아오면서 사건들은 터집니다. 왜냐면 민철은 사이비 신앙에 물들지 않은 유일한 사람이거든요. 그래서 그는 사기를 벌이고 있는 교회 원장을 잡아 족치려고 안달이 납니다. 하지만 아무도 그의 말을 믿지 않고 심지어 그를 미친놈으로 몰아붙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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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시작부터 끝까지 민철이란 인물과 교회 원장 그리고 목사와 그들로 인해 피해를 받는 사람들의 모습을 그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실 이 영화에서 '피해자'는 없습니다. 왜냐면 사람들 스스로 거짓 된 신앙을 믿고 있기 때문이죠. 이러한 이야기의 진행은 영화 포스터에 적혀 있는 문구를 생각하게 합니다.

 

"당신이 믿는 것은 진짜입니까?"

 

만약 모든 사람들이 그것이 진짜로 믿고 있는데 혼자서 아니라고 외친다면 어떨까요? 과연 내 생각이 진실일까요? 아니면 다수가 믿는 생각이 진짜일까요? 이에 대한 답을 yes or no로 내릴 수 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왜냐면 우리가 그 상황이 되어보지 않았기 때문이죠. 제 3자의 입장에서는 객관적인 판단을 할 수 있기에 영화를 보면서도 '저 사기꾼 새끼들...'이라든지 '민철이 저 새끼는 저래서는 안 되지'라는 등의 생각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제 3자인 관객들이 마을 주민 혹은 민철이 된다면 어떻게 될 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특히 영화의 엔딩 부분에 다다르면 그렇게 믿고 있던 목사조차도 타락한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민철은 스스로 그렇게 가짜라고 외치던 신앙을 (마을 주민이 믿던 신앙과 같은 신앙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스스로 믿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정말 영화 속에서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은 모호해 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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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시종일관 관객들이 이런 의문을 들게 만듭니다. 그래서 영화는 재밌습니다.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영화치고 재미없는 영화는 없거든요. 또한 그래서 이 애니메이션의 비쥬얼은 영화를 보는데 크게 불편하지 않습니다. 그런 걸 생각할 만큼 영화의 몰입도가 떨어지지 않거든요. 또 긴장감을 놓게 만들고 있지도 않구요.

 

하지만 비쥬얼이 아쉬운 것은 사실입니다. 물론 현실적인 그림체를 추구하고 있다는 것은 알 수 있습니다만 그런 현실성을 반영한 비쥬얼이라도 좀 더 잘 그릴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물론 만약 이 이상 비쥬얼의 퀄리티가 좋아졌다면 오히려 감상에 방해가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도 들긴 합니다. 그림만 보고 있을 수도 있거든요. 중요한 대사를 날리고 있는데 끝내주는 풍경을 비춰주고 있으면 대사에 대한 집중도가 떨어질 수 밖에 없다고 생각되거든요.

 

아쉬움이 남는 그림체에 비해 성우들의 연기는 나쁘지 않았습니다. 양익준 감독이 맡은 민철의 목소리도 좋았고 권해효 씨의 목소리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그 외 다른 캐릭터들의 목소리도 어색하지 않았구요. 전반적으로 목소리 연기는 그렇게 불평이 나올 만한 수준은 아니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 외 bgm 등도 긴장감 유발에 따른 몰입감 상승에 많은 도움을 주고 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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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당연히 흥행 할 만한 작품은 아닙니다. 일단 애니메이션이고 상영관 수도 적구요. 그리고 내용 자체가 입소문이 좋아도 쉽게 볼 만한 내용이 아닙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애니메이션이기에 안 보는 사람들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요.) 하지만 그렇기에 꼭 한 번 보시기 권해드리는 영화입니다.

 

쉽사리 이런 작품을 극장에서 보기가 쉽지는 않거든요. 이렇게 대놓고 사회의 어두운 면을 보여주는 영화는 그게 실사 영화든 애니메이션이든 1년에 한 두 편 정도 나올 수 있을까요? 최근 본 이런 종류의 영화라고 해도 '남영동 1985'나 '부러진 화살' 그리고 '도가니' 정도가 답니다. 이 마저도 2013년도에 개봉한 영화는 한 편도 없죠.

 

그 만큼 쉽사리 나올 수 있는 영화가 아니기에 그게 좋든 나쁘든 한 번 권해드리는 바입니다. 물론 보시고 나서 실망을 하셔서 욕을 해대도 어쩔 수 없긴 하지만 그런 느낌이라도 한 번 받아보시길 바랍니다. (뭘까요 이 희안한 제안은...)

 

내 맘대로 별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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