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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픽사의 협공 플레이를 막을만한 제작사가 있을까?"
디즈니-픽사의 신작 '주토피아'를 보고 왔습니다. 대단한 작품이군요. 바로 이전 작품인 '굿 다이노'를 얘기할 때 한 템포 쉬어가는 작품이다라는 얘기를 했었는데 아마도 이 작품에 심혈을 기울이다 보니 그런 느낌이 들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 만큼 이번 작품은 대단합니다.
사실 디즈니라고 하면 언제나 동화같은 이야기를 들려주는 곳이라는 느낌이 강합니다. 고전 작품들도 그렇고 최근작인 라푼젤이나 겨울왕국을 봐도 동화책을 애니메이션으로 보여주는 느낌이 강했죠. 물론 픽사도 비슷합니다. 동화같은 이야기를 들려주긴 했었죠. 하지만 그들은 동화보다는 현실적인 이야기를 많이 들려주었습니다. 대표작인 토이스토리나 업이나 월-E 등을 보면 동화보다는 현실 세계의 축소판이나 현실 세계에 대한 풍자가 많이 녹아들어간 느낌이 강했죠.
그런 느낌이 다른 두 회사가 만나서 서로 장점을 흡수하기 시작하면서부터 굉장히 발전을 많이 했다고 봅니다. 디즈니는 디즈니 나름대로의 동화의 느낌을 탈피하려고 하며 픽사는 나름대로 아름다운 이야기를 들려주고자 하는 느낌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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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작품은 그런 두 회사가 하나로 통합되면서 그들의 장점이 최고로 응집된 결과물이 아닐까 싶습니다. 물론 이제 디즈니가 픽사고 픽사가 디즈니이니 만큼 어느 쪽에서 제작을 했다는 것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고 봅니다. 그냥 그들은 자신들의 장점이 무엇인지를 알고 그것을 좋은 쪽으로 잘 이용하고 있다는 것이죠.
주토피아는 가상의 세계이지만 결국은 현실의 확장입니다. 다양한 인종, 개성, 권력 등 인간 세계의 거의 모든 모습들을 동물의 모습을 통해 표현하고 있다는 것은 영화를 보신 분들이라면 단번에 이해하실 수 있으시리라 생각됩니다. 이런 현실 세계의 확장이라는 설정과 함께 그 확장된 모습을 쉽게 보여주는 것은 이 영화가 단순히 어느 한 집단의 관객만을 고려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남녀노소 누구나 그 나이대에 맞게 재미를 느끼도록 만들어졌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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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 주디 홉스는 어릴 적부터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며 형사가 꿈인 초식동물입니다. 그런 그녀가 주토피아 최초의 토끼 형사가 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보여주는 본 작품은 이미 시작부터 현실에 대한 풍자로 시작합니다. 그냥 현실에 수긍하면서 본연의 모습에 맞게 살아가라고 하는 부모를 떠나 연약한 토끼의 입장으로 형사가 된 주디의 모습은 현실 세계에서는 거의 일어날 수 없는 '을' 혹은 '사회 최약자'에게로의 '힘의 이동'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또한 마치 요즘 CF에서 나오고 있는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라는 멘트처럼 본인이 '을'이나 '최약자'라고 생각해서 아무것도 하지 않을 것이 아니라 무엇이라도 해 보라고 얘기하는 듯 합니다. 물론 그러한 느낌이 단순히 '노력!'이나 '열정!'을 얘기하는 것이라면 반감이 들지 않았을까 싶지만 영화는 그런 의미로 보여주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영화는 메인 이야기 속에서 '편견'이라는 것에 대한 비판을 꽤 강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러한 부분은 영화 결말에 다다르면서 '어느 정도 예상' 가능한 반전으로도 이어지는데 그런 전체적인 설정과 각본은 대체적으로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편견'에 대한 비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인종'이라는 부분에 대한 편견을 아주 적나라하게 풍자하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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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내용만 보면 굉장히 딱딱함이 느껴지는데 디즈니가 대단한 것이 이런 딱딱한 이야기를 굉장히 재밌게 보여주고 있다는 것입니다. 특히 앞서 얘기한 것처럼 영화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재미를 느끼게 해 주는데 영화가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가 성인을 위한 것이라면 영화의 비쥬얼은 아이들을 위한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어른들을 위한 오마쥬를 꽤 넣어 놓기도 했는데 대표적인 오마쥬가 '대부'였죠. 아마 어린 자녀분들은 이해를 못 했겠지만 대다수의 성인이나 부모들은 그것이 대부의 오마쥬라는 것을 대번에 알았으리라 생각됩니다. 그리고 또 유명한 작품인 '양들의 침묵'에 대한 오마쥬도 있었구요. 아마 주인공의 어렸을 적 당했던 그 장면에서 양들의 침묵을 떠올리지 않는 성인 관객은 없었으리라 생각됩니다. 이렇듯 영화는 노소에 상관없이 각 계층에 맞는 즐길거리를 꽤 많이 넣어두었습니다.
저런 오마쥬가 어른들을 위한 장치라면 주디 홉스를 포함한 닉 와일드 그리고 다른 조연 동물들의 모습은 굉장히~~굉장히 귀엽게 만든 것은 아이들을 위한 장치라고 할 수 있겠죠.(그리고 일부 성인 포함) 이건 뭐 대놓고 인형을 노렸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사랑스러운 동물들의 모습이 사방에 널려 있죠. 그리고 그런 캐릭터들의 모습에 어울리는 개성 또한 확실해서 영화를 보고 있노라면 캐릭터들에게 아주 그냥 빠져듭니다. 빠져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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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이야 뭐 이제는 논할 가치조차 없다고 생각될 정도로 대단하고 캐릭터들 귀엽고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 또한 확실한 만큼 영화는 재밌습니다. 드라마, 스릴러, 멜로(?), 개그 등 거의 모든 요소들이 총 망라 되어 있지만 어느 것하나 부족함이 없는 연출을 보여주고 있죠. 거의 모든 면에서 디즈니에서 만든 3D 애니메이션 중 탑이 아닐까 싶습니다. 아이맥스로 개봉한다면 한 번 더 보고 싶을 정도죠.
재밌습니다. 아주 재밌어요. 솔직한 심정으로는 애니메이션에 관심이 없으신 분들이라도 무조건 보시라고 하고 싶지만 그냥 여자친구나 남자친구나 동성 친구들을 데리고 가시는 것이 가장 뒷탈이 없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뭐 가족들이 애니메이션에 관심이 있다면 가족용으로도 손색이 없구요. 요 정도 작품이라면 일단 내년 오스카 시상식에서 애니메이션 작품상에 후보로는 무조건 올라갈 겁니다.
덧. 그래서 주디의 피규어는 언제 나온다는 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