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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오래만에 집어든 스티븐 킹의 소설은 SF소설도 아니었고 오컬트 소설도 아니었습니다. 범죄물에 가까운 소설이었죠. 벤츠를 몰고 박람회를 대기하던 사람들을 무차별로 살해한 범죄자와 은퇴한 형사의 추격전을 그리고 있습니다.

 

생각해 보면 제가 읽은 몇 편의 스티븐 킹 소설 중에서 처음으로 형사물 그것도 어느 정도 하드보일드 성격을 지니고 있으면서 어느 정도 가벼움도 겸비한 소설은 처음이었던 것 같은데 (애초에 스티븐 킹의 형사물 자체가 처음이기도 하구요) 책을 읽고 있으면 확실히 글을 쓰는 작가는 장르가 무엇이라도 문제가 없다라는 것을 생각하게 됩니다.

 

사실 처음부터 범죄자가 누구인지 밝히고 시작하는 이런 종류의 범죄물은 스릴보다는 서스펜스적인 요소가 강해서 전지적 작가시점으로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지속적인 자극을 줄 필요가 있는데 그런 부분을 꽤 만족시켜 주고 있습니다. 지속적인 자극을 주고 있죠.

 

퇴직한 형사와 범죄자 두 가지 시점으로 진행되는 소설의 내용은 어쩌면 1인칭으로서 형사의 시점만으로 보여주었더라면 지루했을 이야기를 시점을 나눔으로써 다양한 이야기와 흥미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구성에서 범죄자는 형사를 알고 있다는 설정을 더함으로써 서스펜스의 강도를 강하게 만들어 가고 있죠.

 

형사의 주위를 맴돌며 형사를 괴롭히는 범죄자와 그런 범죄자의 정체를 거의 마지막에 가서야 밝히게 되는 형사의 관계는 어찌 보면 누가 추적자인지 헷갈리게 만듭니다. 분명 쫓고 있는 사람은 형사고 쫓기는 사람은 범죄자인데 소설에서 항상 긴장감을 유지하는 쪽은 형사입니다.

 

그리고 그것이 이 소설의 최대 묘미죠. 애초에 형사를 괴롭히는 것이 거의 목적인 범죄자는 우발적이면서 계획적이라고도 할 수 있는 첫 범죄 이후 형사를 주시하면서 어떡하면 형사를 괴롭히고 어떻게 그를 죽일 것인지를 생각합니다. 형사는 지속적으로 당하는 입장에 있죠.

 

그리고 정말 우연적인 사건이 없었다면 형사는 사건을 해결하지 못하고 죽었을 것이고 형사가 조금만 증인들의 증언에 귀를 기울였다면 범죄자의 정체를 진작에 밝혔을 겁니다. 소설은 이렇듯 다양한 구성을 통해서 독자들에게 긴장감을 전달해 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쉬운 부분도 없잖아 있습니다. 특히 마지막에 범죄자를 찾아내는 부분이 그것인데 형사는 자신들을 도와주는 파트너들에게 범죄자가 어떻게 분장을 하고 콘서트장에 들어갔을 거라고 설명을 해 줍니다만 그 부분은 명확하게 설명을 하지 않습니다. ‘왜’ 그렇게 분장을 것이고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는지 독자들은 전혀 모릅니다.

 

이와 같이 약간 형사의 추리력 어떻게 보면 작가의 생각이라고 할 수 있는 진행에 있어서 약간의 스킵이 된 듯한 부분도 느껴지고 있으며 어느 정도 우연으로 인해 큰 사건이나 증거들이 나타나기도 하는 것은 개연성에 있어서 억지스러운 부분이 아니었나 생각이 되었습니다. 물론 어떻게 보면 사건의 발생이나 증거의 획득이 우연이라는 요소 하에서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그렇다고 해도 억지스러운 부분이 없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부분을 생각하더라도 소설 자체는 재밌습니다. 적절한 긴장감을 계속 유발시켜 주고 있고 시점의 전환에 따라 문맥의 흐름을 나눔으로써 지루함을 느끼지 않게 해 주고 있습니다.

 

왜 사건을 벌일 수 밖에 없었는가라는 범행 동기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설명을 해주고 있고 다양한 인물들을 등장시켜 분위기를 반전시키고도 있습니다. 스티븐 킹의 소설은 항상 영화화를 생각한 것이 아닐까? 생각될 정도로 인물들이라든지 사건의 구성이 잘 묘소가 되어 있는데 사실 그렇기 때문에 영화화가 더 힘들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묘사된 소설은 그만큼 독자들이 상상하기 쉬우니까 그것을 뛰어넘는 구성과 비쥬얼을 보여주기는 쉽지 않을 것이거든요.

 

여튼 스티븐 킹의 소설로서의 재미는 충분하며 범죄 소설로의 재미도 충분합니다. 더 하드보일드적인 느낌이 강했다면 어땠을까? 라는 생각도 들지만 자체로도 추천을 하기에 모자람이 없는 책이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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