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2017 / 02 / 05 / 007]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2014년에 개봉한 레고 무비는 평단의 호평까지 받은 대단한 작품이었습니다. 실제 레고와 실제 레고 같은 cg를 이용하여 독특하면서도 재밌는 영화를 보여주었죠. 단지 오락성 뿐만 아니라 영화가 주는 메시지도 훌륭해서 사실 레고 무비는 어린용이라기보다는 성인용에 가깝다는 생각을 했던 작품입니다.


그렇게 3년이 지나고 이제는 본격적으로 레고 시리즈를 만들어 나가려는 것인지 배트맨 레고 무비가 개봉을 했습니다. DC 히어로 영화들을 만들었던 워너 브라더스에서 역시나 제작을 맡았고 여전히 DC 로고도 빠질 수 없는 말 그래도 DC 히어로 영화들과 똑같은 방식으로 제작된 영화라고 볼 수 있습니다.


>>


이번 작품은 일단 큰 틀은 배트맨입니다. 고담시가 등자하고 아캄 수용소가 등장하고 배트맨의 숙적들이 그냥 몽땅 그야말로 몽땅 다 등장하고 심지어 저스티스 리그에서 등장하는 모든 히어로들도 카메로오 등장하는 정도로 이 영화의 세계관은 그냥 배트맨 그 자체입니다.


하지만 그것을 보여주는 방식은 당연히 이전 실사로 제작된 배트맨 영화와는 완전히 다릅니다. 기본적으로 코미디 장르가 바탕입니다. 레고 무비 시리즈 자체가 일단은 코미디를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허구헌날 심각함으로 일관했던 배트맨 시리즈조차도 그런 시리즈 특성을 따라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잘 어울립니다. 오히려 이런 퀄리티에서 심각함이 마구 뿜어져 나왔다면 그게 더 이상하다고 할 수 있었겠죠. 영화는 어떤 일이 있어도 유쾌합니다. 항상 감정은 고조되어 있는 흥분 상태로 진행되는 느낌이네 그런 목소리를 연기하는 성우들도 꽤나 고생을 하지 않았을까 싶더군요.


>>


이야기에 있어서도 정말 말 같지도 않은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습니다. 일부러 팬텀 존에 붙잡힌 조커로 인해 팬텀 존에 있던 악당들이 죄다 풀려나고 그런 악당들을 상대하기 위해 악당들과 손을 잡고 악당들을 헤치우는....아니 헤치우지는 않고 그냥 저지하는 이야기입니다.


완전 짬뽕이죠. 등장하는 악당들도 기존 배트맨 세계관에 등장하는 악당 뿐만이 아니라 사우론(?), 죠스(?), 킹콩(?) 등 왜 등장해야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 악당(?)들이 대거 등장합니다. 그래서 이 영화는 애초에 이야기 자체에서 재미를 느끼기는 쉽지 않습니다. 마치 버라이어티처럼 이야기는 그냥 일종의 대본일 뿐입니다.


>>


이 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그런 대본을 가지고 만들어 가는 하나하나의 상황입니다. 매 장면에서 관객들에게 액션을 보여주었다가 코미디를 보여주었다가 감동을 주기도 하는 어쩌면 단순하다고 할 수 있는 구성을 보여주는데 그러한 구성은 나쁜 편이 아닙니다. 나름 자연스럽게 잘 연결이 되는 편이죠.


그리고 그런 단순함을 보여주는 구성을 바탕으로 영화는 배트맨에 대한 본질적인 이야기를 서슴없이 녹여내고 있으며 그렇기에 이 영화도 단순한 어린이용 레고 무비로 취부하기에는 어렵지 않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전 시리즈인 레고 무비에서는 레고 그 자체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면 이 영화는 레고를 이용하여 배트맨의 본질적인 이야기에 대해서 전달하고 있으며 그러한 본질적인 이야기는 영화 속에서도 실사로 나왔듯이 이전 배트맨 영화를 보고 자란 성인들이 아니면 단번에 알아내기가 쉽지 않으리라 생각되었습니다.


>>


어쩌면 배트맨이 되는데 원인이 되면서 배트맨이 되고 나서도 이루지 못 했던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영화 전반에 걸쳐서 보여주고 있습니다. 물론 그 상황 자체는 코미디로 보일 때도 있고 진지한 드라마로 보일 때도 있지만 보여지는 연출로 인해서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의 의미가 약해지지는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런 메시지와 재미에도 불구하고 '래고 무비'에 비해서 감흥이 떨어졌던 이유는 레고 무비는 레고 그 자체를 이용한 재미와 레고 그 자체에 대한 추억을 통한 메시지가 강력했습니다. 누구나 한 번쯤은 생각했던 부분이었고 어렸을 적 느꼈던 부분일 수 있었죠.


그런 반면 레고 배트맨 더 무비는 그냥 레고를 이용한 배트맨 영화였을 뿐이었습니다. 재미도 있고 메시지도 있었지만 결국에는 배트맨에 대한 이야기라는 것이죠. 영화 속에서 실사로 노출(?)되기도 했지만 우리가 보아온 배트맨 영화는 꽤 많은 편이고 각 영화들에서 던지고 있었던 메시지에도 많이 노출이 된 상태였습니다. 마치 스파이더맨을 보는 듯이 내면에서 기대감과 지겨움이 공존하는 느낌이었죠.


물론 잘 만든 영화를 보는 것은 기분 좋은 일입니다. 이번 작품도 그랬구요. 하지만 이렇게 DC와 워너가 손 잡고 만들 생각이었다면 이런 이야기를 이용해서 실사 영화를 잘 만든 다음에 DCEU 세계관에 포함시키는 게 낫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흥행은 논외로 하고 그 완성도에 있어서는 맨날 욕을 먹고 있는 DC는 어째서 이런 완성도 있는 자품을 실사로 만들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인지 모르겠더군요. 어차피 DCEU 세계관의 작품들은 뭐 어떻게든 내면 흥행이 되니 정말 될대로 되라는 생각으로 만드는 것인지 의문입니다.


결론으로 가서 잘 만든 영화입니다. 레고를 이용한 연출도 여전히 좋고 배트맨 영화로서 던지는 메시지도 분명합니다. 오락성이나 완성도에서 오히려 기존 DC의 영화들보다도 높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기존의 배트맨 영화를 좋아하셨던 분들도 충분히 재밌게 볼 수 있을 것 같고 일종의 오락 영화를 찾으시는 분들도 재밌게 볼 수 있을것이라 생각되지만 가급적 아이들을 데리고 오는 것은 신중히 생각하시기 바랍니다. 중간중간 애들이 이해하지 못 하는 이야기들이 있다 보니 꽤 산만해지는데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이 영화는 순수한 어린이용 레고 무비가 아닙니다. 

«   2024/03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Total
Today
Yester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