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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 09 / 22 / 041]


김현석 감독의 신작 '아이 캔 스피크'를 보고 왔습니다. 꽤 다양한 작품을 연출한 감독인데 '광식 동생 광태'를 비롯하여 '스카우트' '시나로 연애조작단' '열한시' '세시봉' 등 어찌보면 이 정도로 다양한 장르를 만들 생각을 어떻게 했을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한 명의 감독이 만든 작품치고는 굉장히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만들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스카우트'는 어떻게 보면 코미디 장르인 줄 알았던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영화 후반에 던지는 역사적 비극으로 인해 숨겨진 수작이 되었죠. 아마도 이 작품은 광주 민주화 운동을 배경으로 한 작품 중에서 손에 꼽히는 작품으로 여겨질 정도로 오락적 재미와 역사적 배경을 잘 버무린 작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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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스카우트라는 작품을 처음부터 언급하고 있냐면 이번에 감상한 이번 작품도 스카우트와 그 노선을 동일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예고편은 정말 페이크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예고편만 보면 이 작품은 코미디 장르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습니다. 물론 틀리지는 않습니다. 영화의 50% 정도는 코미디 장르가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죠. 영어를 배우려는 할머니와 영어를 가르쳐 주는 공무원 간의 티격태격 알콩달콩(?)한 재미를 선사해 줍니다.


하지만 나머지 50%에서는 완전히 다른 시각의 내용을 전달해 줍니다. 사실 약간의 복선은 충분히 깔아놓고 있습니다. 하지만 어떤 전개로 이어질 것인가는 전혀 생각도 못 했죠. 그런데 이 영화는 비극적인 역사적 사실을 자연스럽게 이어가고 있습니다. 코미디 장르와 이런 역사적 사실을 이토록 자연스럽게 이어가는 연출은 대단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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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단한 것은 코미디 장르와 비극적 역사를 보여주는 각각의 이야기 모두 그 나름대로의 재미와 개연성을 갖추고 있다는 것입니다. 코미디 장르에서는 코미디로서의 재미가 확실합니다. 다만 순수하게 코미디 장르를 표방하는 작품이 아닌 만큼 시종일관 빵빵 터지는 개그가 나오는 것도 아니고 자극적인 개그가 나오는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상황적 재미와 대사로 인해서 히죽히죽 웃고 있는 연출들이 굉장히 많이 나옵니다. 사실 감독이 순수 코미디를 만들 생각을 했다면 더 큰 웃음들을 관객들에게 줄 수 있었다고 생각될 만큼 코미디 요소를 잘 사용하고 있고 그것을 이용한 연출들이 좋습니다. 때론 과감하게 때론 소소하게 웃음을 주니 편하게 영화를 볼 수 있게 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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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후반으로 갈 수록 본격적인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합니다. 중간중간에 던져진 복선으로 인해서 아무런 개연성 없이 이야기가 진행되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습니다. 오히려 자연스럽게 이야기가 진행된다는 느낌이 강하죠. 같은 상황을 겪었던 할머니를 만나고 그 할머니가 치매에 걸리게 되면서 스스로 증인으로 나서게 되는 상황은 이야기의 흐름으로서 모자람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비극적 역사의 사실을 굉장히 담담하면서 묵직하게 관객들에게 던지고 있습니다. 이 이야기 또한 감독이 마음만 먹었다면 좀 더 신파적으로 갈 수도 있었다고 생각하는데 감독은 그러지 않습니다. 욕심 부리지 않고 최대한 절제를 하면서 이야기를 들려주죠.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관객들이 느끼는 감정이 더 컸으리라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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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모로 나문희 선생님이 대단하다고 생각되었습니다. 코미디에 걸맞는 연기는 물론이고 비극적 일을 겪은 할머니의 모습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연기를 잘 하는 배우라는 것이야 당연히 알고 있는 사실이었지만 영어로 연기를 하는 모습 또한 이렇게 잘 하실 줄은 생각도 못 했습니다. 특히 마지막 하일라이트라고 생각되는 장면에서 선생님께서 전달하는 영어 대사들은 대단한 힘을 보여줍니다.


이 정도 연기를 보여주시니 오히려 네임밸류를 이용하려고 했던 이제훈이나 다른 배우들이 완벽히 조연으로 밀려나는 생각까지 들 정도입니다. 특히 이제훈은 누가봐도 주연이라고 할 수 있는 배역이고 연기를 못하는 것도 아닙니다. 사실 이제훈이라는 배우는 목소리나 발성이 좋아서 항상 연기를 잘 한다는 생각이 드는 배우였는데 이번에는 나문희 선생님에게 완전히 밀리는 모습이 보이더군요.


그 만큼 나문희 선생님의 연기는 대단합니다. 한 장면 한 장면 선생님이 등장하는 장면에서 몰입이 안 되는 장면이 없고 재미가 없는 장면이 없습니다. 이 정도의 연기를 여전히 관객들에게 보여주셔서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더군요. 앞으로도 이런 연기를 많이 보여주셨으면 좋겠고 감독들도 많은 배역에 캐스팅 하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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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재밌습니다. 여러모로 보나 수작이에요. 이 정도 작품이면 올해 국내 영화 중에서 탑 랭크에 올라갈 만큼 재미와 작품성을 모두 가졌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소재가 소재이니 만큼 보고 나면 울분이 느껴집니다. 극 중 이제훈의 대사처럼 "야이 개새키들아~!"를 외치고 싶은 생각이 들죠. 그 만큼 소재들을 잘 이용하고 있습니다.


입소문이 굉장히 좋습니다. 앞으로 개봉할 영화도 크게 없는 만큼 장기 흥행을 바라봐도 좋을 작품이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당연히 입소문이 좋으니 지금보다 상영관 수도 늘어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지금도 상영관이 적지는 않은데 앞으로 감상하기에는 무리가 없을 듯 합니다. 웃음과 감동이 모두 있는 작품인 만큼 데이트용으로도 괜찮고 가족용으로도 괜찮습니다. 얼른 극장으로 가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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