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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 02 / 09 / 005]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총몽'이라는 일본 원작 만화를 실사화하겠다고 발표하고 상당한 시간이 흘러서야 개봉한 '알리타:배틀엔젤' 로버트 로드리게즈의 덕후스러움이 물신 묻어 있는 작품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사실 원작의 덕후가 영화를 만든다면 물론 좋은 점이 훨씬 많으리라 생각됩니다. 원작에서 얘기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확실히 파악하고 있을 가능성이 많거든요.

 

하지만 반대로 주제와 이야기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서 각색에 실패한다면 그것만큼 최악인 경우도 없습니다. 그저 원작의 비쥬얼만 그대로 옮기게 되는 경우가 발생할 있거든요. 그리고 아쉽게도 알리타는 후자에 속하는 작품이 아닐까 생각되어 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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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영화를 보기 후기들을 보면 대부분 비슷한 얘기들을 하더군요. 액션은 끝내준다 하지만 이야기는 전혀 매력적이지 않다. 라는 평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래서 사실 기대는 하지 않았습니다. 괜한 기대를 했다가 실망을 수는 없었거든요. 그런데 기대를 하지 않았음에도 영화는 실망을 안겨주더군요.

 

일단 비쥬얼은 괜찮습니다. 실사와 CG 캐릭터의 이질감이 살짝 느껴지기는 했지만 정도면 충분히 하나의 캐릭터로서 만들어졌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원작 반영도 이루어졌구요. 거의 대부분의 캐릭터와 배경이 CG라는 점을 생각해 본다면 대단했다라는 생각이 들게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아바타 때도 그랬지만 결국 만한 게임 동영상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어요.

 

실사 영화냐 애니메이션이냐라는 논점은 뒤로 하고 '이건 CG!'라는 느낌이 물씬 풍기는 영화 장면들을 보고 있으면 묘하게 게임 GG 동영상을 보는 듯한 생각이 드는 것은 제가 게임을 많이 해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그런 생각을 하는 것이 당연한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나쁘지는 않지만 역시 개인적으로는 실사에 CG 입히는 쪽이 맘에 들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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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영화의 문제점은 사실 비쥬얼이 아닙니다. 영화의 가장 문제는 이야기죠. 시작부터 끝까지 무엇하나 제대로 들려주는 전혀 없습니다. 떨어져서 고물로 있던 알리타를 줏어와서 고쳐준 거야 그렇다 칩시다. 그런데 뒤로는? 납득할 있는 부분이 하나도 없습니다. 마치 의식의 흐름대로 움직이는 듯한 느낌이랄까요?

 

뜬금없이 만난 남자 주인공과 여성 로봇이 사랑에 빠지질 않나 300년전 대추락은 도대체 무엇 때문에 발생했으면 어떻게 되었는지도 모르겠고 남자 주인공은 도대체 공중 도시로 올라가려고 하는지 아무 이유도 없고 만약 그렇게 다들 올라가고 싶은 공중도시가 살기 좋은 곳이라면 살기 좋은 곳인지 어떤 곳인지 최소한으로 보여주었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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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영화는 그런 설명이 하나도 없습니다. 여튼 올라는 가야겠고 그런데 돈은 없는 남자 주인공을 위해서 모터볼이라는 곳에 나가 돈을 벌려는 여자 주인공을 이해해야 하고 보여줄 말듯한 그녀의 과거는 시원히 밝혀진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쪽에 담궜다가 쪽에 담궜다가 전부 맛만 보고 끝내버리고 있죠.

 

심지어 봐도 시리즈로 만들 생각을 하는 같은데 도대체 작품이 시리즈의 1편으로서 관객들에게 전달해줘야 하는 정보를 얼마나 전달해 줬는가? 라고 생각해 본다면 아주 최악이죠. 영화는 단순히 성능 좋은 여성형 로봇이 본인 혹은 본인 주변의 인물들을 헤치려고 하는 투박한 로봇들을 마구 썰어버리거나 부숴버리는데 초점을 맞춘 듯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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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그런 액션은 좋습니다. 솔직히 아무리 로봇이라지만 12 관람가 영화에서 이렇게 인수분해 수준으로 로봇을 박살내는 작품은 없었으니까요. 여튼 액션의 강도 자체는 두말 필요가 없습니다. 문제는 영화가 액션만으로 작품이 아니라는 것이 문제이죠. 이야기가 중요한 작품에서 이야기의 힘이 없다는 것이 치명적인 단점입니다.

 

관객들의 궁금증을 유발시키는 목적이었다면 성공했다고 있지만 그에 비례해서 짜증을 유발했다는 것도 염두에 두어야 겁니다. 생각해 보면 이러한 각본 때문에 많은 감독이 감독을 맡지 않으려고 했던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더군요. 이건 건드려 봤자 좋을 없는 상황이니까요. 괜히 오랜 시간이 걸려서 영화화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용산 아이맥스로 보았음에도 영화를 굳이 화면과 3d 봐야 이유는 전혀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냥 편하게 조조나 심야로 즐기시는 좋을 듯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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