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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 04 / 07 / 014]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전도연, 설경구 주연의 '생일' 보고 왔습니다. 작품은 순전히 시사회 이후의 반응이 좋아서 보게 영화인데 전까지는 예고편이며 포스터며 내용이며 아무것도 모른 상태였죠. 사실 시사회 반응을 보고 나서도 정확히 어떤 내용을 지닌 작품인지 모르는 상태였습니다. 배우 정도만 알고 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죠. 하지만 전도연, 설경구 정도의 배우라면 일단 연기는 좋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런 주연 배우들의 연기는 영화의 최대 장점이라고 있겠더군요. 감정의 소모가 굉장히 컸던 작품이었기에 배우가 보여주는 일상적이면서도 덤덤하고 때론 격렬하게 감정을 소모하는 전반적인 장면들이 대단하게 보여졌습니다. 전도연이라는 대체 불가능한 여배우의 연기는 역시나 타의 추종을 불허했고 그녀의 연기는 관객들의 가슴을 울리게 만들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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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이야기는 잊혀지지 말아야 세월호 사건 이후 남겨진 가족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떠나간 아들의 생일 다가오는 어느 외국에서 일하던 아빠 정일(설경구) 한국으로 돌아오고 그런 그를 멀리하는 엄마 순남(전도연) 반응에 정일은 애써 감정을 숨기는 보입니다. 그리고 어릴 적에 떠나간 아빠가 낯선 예솔(김보민) 그래도 달갑게 대하는 아빠에게 점점 마음을 열어가죠.

 

영화는 정말 일상적인 모습들의 연속입니다. 정일이 살아가는 모습, 순남이 살아가는 모습 그리고 그런 사이에서 여러 감정을 보여주는 예솔의 모습 비슷한 상황의 일반적인 가정에서도 법한 사건과 상황들을 관객들에게 전달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사실 굉장히 신파적인 요소가 많이 들어갈 밖에 없는 이야기임에도 자극적인 신파는 화면에 담겨 있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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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과 순남은 영화 초반에는 감정을 억누르고 있습니다. 특히 정일은 영화 마지막까지 자식을 잃은 슬픔을 내비치는 부분이 거의 없죠. 무덤덤하게 감정을 표출하는 순남을 바라보고 있을 뿐입니다. 반대로 순남은 오히려 '과하다'라고 생각될 정도로 순간순간 감정을 폭발시키고 있습니다. 이미 떠나간 자식에게 옷을 입히면서 여전히 자신의 곁에 있는 딸에게는 사오지 않는 장면이라든지 아무도 없는 아들의 방에서 혼자 대화를 하다가 오열을 하는 장면들이 나옵니다.

 

하지만 순남의 그러한 감정은 일시적인 폭발이면서 여전히 자신의 곁에 머무르게 하고 싶은 욕심의 폭발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가슴으로는 이해하지만 머리로는 이해 하는 상황이라고 생각이 되더군요. 그러한 감정들은 아들의 생일에 대한 반감이라든지 다른 유가족들과의 관계에서도 표출이 됩니다. 오롯이 자신의 감정만을 중요시하게 생각하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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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감정들은 영화의 결말에서 보여지는 아들의 생일 장면에서 털어내게 됩니다. 오히려 영화의 마지막 생일 장면에서는 정일과 순남 모두 이전까지 보여주지 않았던 오열을 하지만 그러한 오열은 이전에 순남이 보여주었던 오열과는 사뭇 다른 느낌을 들게 합니다. 떠나간 이를 보내는 가족들의 감정을 보여주죠. 그래서 감정이 과잉 되었다는 느낌이 들지도 않고 그들의 오열 자체를 순수하게 이해할 있습니다.

 

단지 롱테이크로 찍고 편집했다고 하는 마지막 생일 장면은 롱테이크라는 기법을 얼마나 다루기 힘든 기법인지를 다시금 느끼게 합니다. 인물들의 클로즈업과 편집이 어색한 부분이 많아서 그들의 연기를 살리지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게 만들거든요. 차라리 편집 없이 이루어진 롱테이크 장면으로 만들었다면 어땠을까 싶지만 사실 그것도 어울리지는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결국 마지막 장면은 롱테이크로 찍을 필요가 전혀 없었는데 굳이 롱테이크로 찍어서 애매한 편집을 선보였는지 수가 없게 되었죠. 각각의 인물에 포커스를 맞춰서 촬영하고 편집을 했더라면 자연스러운 감정 전달과 감정 이입이 이루어질 있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생일의 마지막 장면은 순수하게 배우들의 열연이 살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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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재밌는 영화도 아니고 주제가 가벼운 영화도 아닙니다. 하지만 떠나간 이를 보내야 하는 이유를 담담하게 보여주고 있고 잊혀지지 않아야 일을 간직하는 방법을 조용하면서도 묵직하게 들려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배우들의 연기가 좋았구요. 이유가 있는 영화는 아니지만 정도 이유만으로도 영화는 만한 영화가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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