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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 05 / 26 / 020]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더 이상 미뤘다가는 정말 극장에서 보기 힘들어질 것 같아서 얼른 보고 온 '배심원들'은 비수기가 아니면 보기 힘든 독특한 장르의 영화이면서도 연출과 각본과 배우들의 연기의 중요성을 느끼게 해주는 작품이었습니다. 마치 과거의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이라는 영화를 볼 때와 같은 기분이 들더군요. 개인적으로 이렇게 소소하면서도 이야기의 힘이 큰 작품들이 좀 더 많이 개봉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영화는 우리나라에서 배심원 제도 처음 생기고 배심원들을 이용한 첫 재판이 열리던 과거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물론 영화 속 사건은 픽션이구요. 우연찮게 법원을 찾았다가 배심원이 된 권남우(박형식)는 8번 배심원으로서 국민 첫 참여 재판에 배심원으로 들어가게 되고 어쩌면 이 한 명의 배심원 때문에 (혹은 덕분에) 단순히 형벌을 정하고자 했던 재판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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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단순히 배심원들이 어떤 입장에 처해 있는지만 보여주지는 않습니다. 제목이 배심원들인 것처럼 이 영화의 주인공들은 배심원들이고 그들은 영화에서 가장 입체적인 인물들입니다. 8명으로 이루어진 각각의 배심원들 캐릭터는 개성이 넘치고 그렇기 때문에 이 영화를 이끌어가는 가장 큰 원동력이 되고 있습니다. 만약 그들의 수가 적거나 캐릭터의 개성이 없었다면 영화의 재미는 확연히 떨어졌을 겁니다.
그리고 각각의 캐릭터들이 가지는 개성에서 오는 코미디적 재미와 더불어 그들이 사건의 본질에 다가가는 일종의 수사 과정(?)도 나름 재밌습니다. 뭐가 추리물로서의 재미가 느껴진다고 할까요? 물론 묵직한 정통 수사극은 아니지만 묘하게 히가시노 게이고 소설 중에서도 라이트하게 쓰여진 추리물의 느낌이 듭니다. 다양한 캐릭터들이 한데 모여서 추리를 하긴 하는데 뭔 말 같잖은 얘기인가 싶으면서도 서서히 사건의 본질에 다다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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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그러한 과정의 결말이 우리가 예상했던 결말은 아닙니다만 그래도 그러한 일련의 과정은 이 영화의 엔딩을 위해서 중요한 일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비록 영화 속에서 밝혀진 결말이 진실인지 아닌지도 알 수 없을 뿐더러 그 결말조차 우리가 원했던 결말은 아니지만 한 사람의 인생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영화 속 메시지를 충분히 반영하고 있는 이야기임에는 틀림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이 영화는 연출과 각본과 그것을 표현하는 배우들의 연기가 성공적으로 어우러진 영화였다고 생각합니다. 기본적으로 각본이 훌륭했고 그것을 표현하는 연출이 좋았으며 그것을 연기하는 배우들의 연기 또한 모자람이 없었습니다. 문소리 배우는 역시나 발성이나 억양, 표정 등 연기의 클래스가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연기를 하고 있었으며 박형식은 어리숙하면서도 핵심 포인트를 파고드는 연기를 잘 해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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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의 주조연들도 이름은 모르지만 많이 낯익은 분들이었는데 각자의 배역에 어울리는 연기를 잘 해주었다고 생각합니다. 이 작품에서 연기를 못 해서 영화의 몰입을 방해하는 배우는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조연 중에서 용의자 아들 역을 맡았던 윤경호의 연기는 상당히 인상 깊더군요. 평소 밝은 캐릭터 위주로 봤던 것 같은데 이번 작품에서는 어두운 캐릭터를 잘 보여주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연기와 더불어 영화의 연출은 이 영화의 가장 큰 힘이라고 생각됩니다. 기본적인 드라마 장르에 코미디적 요소도 잘 버무리고 있으며 사건을 파헤치는 추리의 과정도 나쁘지 않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영화의 완급조절이 잘 되어 있어서 관객들이 집중하는 타이밍과 풀어지는 타이밍을 잘 조율하고 있기도 하죠. 그래서 영화는 단순한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몰입감이 상당합니다.
재밌는 영화였습니다. 입소문도 나쁘지 않았고 다양한 연령층이 재밌게 즐길 수 있는 영화였지만 개봉 시기가 좀 안타깝네요. 좀 더 비수기에 개봉을 했더라면 나름 좋은 성적을 거두지 않았을까 생각되는데 지금의 흥행 성적은 좀 아쉽다는 생각이 많이 드는군요. 간만에 좋은 드라마를 보여준 영화였거든요. 개인적으로는 iptv로 올라온다면 꼭 한 번 감상해 보기를 권장하는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