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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 09 / 01 / 031]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벌새'라는 영화를 보고 왔습니다. 영화는 정말 1 모르고 있던 영화였는데 배철수의 음악캠프에서 처음 알게 되었고 뒤에 영화 게시판을 통해서 알게 주위에 개봉관이 있으면 감상이나 해보자는 생각을 가지고 있던 작품이었죠. 다행이도 근처 멀티플렉스에서 개봉관이 잡혀 있어서 감상하는데는 크게 무리가 없었던 작품이었습니다.

 

우연히도 작품은 바로 전에 감상한 '유열의 음악캠프'처럼 90년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단지 유열의 음악캠프의 경우 90년부터 2005년까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면 작품은 94 해를 보낸 여중생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습니다. 사실 94년만 하더라도 꽤나 다양한 일들이 있었고 영화는 그러한 일들을 적재적소에 배치시켜서 들려주고 있습니다.

 

이야기는 바로 앞에서 말했듯이 94년을 보내고 있는 2 여학생의 일상을 들려주고 있습니다. 일상이라고는 하지만 그녀의 일상은 절대 평범하지 않습니다. 날라리라 부를 만한 언니와 학생 회장을 연임(?)하려고 하는 오빠 그리고 그런 오빠와 비교하면서 자신을 차별하는 아빠가 있죠. 심지어 오빠는 본인의 입지를 이용해서 주인공을 구타하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학교에서의 관계는 좋은 편인가? 라고 생각한다면 전혀 그렇지도 않습니다. 영화 내내 친구라고 보여주는 캐릭터는 주인공을 배신하는 만행을 저지르고 자신을 좋다고 따라다니던 후배는 학기가 바뀌자 마자 떠나가 버립니다. 가관인 것은 남자친구죠. 그는 일종의 바람을 피고 헤어진 뒤에 다시 돌아와서는 얘기가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는 사귀다가 그의 어머니로 인해서 관계가 완전히 끝나버리죠.

 

아무리 봐도 정상적인 구석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주인공의 상태가 그나마 폭발하지 않고 정상적으로 유지되는 이유는 한자 학원에 새로 부임하게 영지(김새벽) 덕분일 밖에 없습니다. 그녀는 유일하게 주인공을 보듬어 주고 위로하며 이해해 주는 영화 유일한 인물이죠. 그렇기에 영지가 학원을 떠나고 주인공의 멘탈이 부숴져서 폭발하게 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을 겁니다.

 

하지만 사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주인공 그녀는 과연 정상인가? 라는 의문을 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영화에서 가장 이상하다고 생각되는 장면을 가장 장면에서 주인공이 보여주기 때문이죠. 자기 집의 층수를 헷갈려서 다른 초인종을 누르면서 문을 열어주냐고 장난치냐고 감정을 격하게 표출하는 그녀의 모습이 과연 정상인가? 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더군요.

 

마치 쉴 새 없이 날갯짓을 하며 꽃들을 찾아다니는 벌새처럼 은희는 없이 날갯짓을 하며 자신의 상황을 이해해 주는 사람을 찾아 다녔던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날아다니다 만난 꽃이자 쉼터가 영지였죠. 그래서 영화의 엔딩은 베드 엔딩에 가깝다고 생각했습니다. 은희는 다시 바뀌지 않는 상황에서 쉼터를 찾아 많은 날갯짓을 해야 테니까요.

 

영화는 94년에 있던 사건 2가지를 영화 속에서 보여주고 있는데 실제로 주인공과 맞닿아 있는 사건은 하나라고 있습니다. 사건이자 사고로 인해서 가족들 사이의 관계도 변화가 있으리라 생각되며 주인공에게는 직접적인 변화의 계기가 됩니다. 주인공이 영지를 만난 것과는 다른 방향으로의 변화이지만 변화를 가져다 주는 사건임에는 틀림이 없죠.

 

그래서 영화는 사건을 통해 주인공이 느끼는 감정에 충실한 작품입니다. 영화 자체가 그녀의 감정을 따라서 이어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관객들은 그녀가 절제하고 있는 감정과 그녀가 터트리는 감정에 공감을 하며 영화를 감상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짧지 않은 상영 시간 내내 그녀의 정신적 성장을 본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영화는 그녀의 감정 변화를 지루하지 않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연기가 굉장히 좋습니다. 아직 미성년자인 박지후라는 배우에 대해서 확실한 각인을 시켜준 작품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주인공으로서 정도로 관객들을 몰입 시킬 있는 연기를 보여준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영화 내내 그녀가 보여주어야 연기를 굉장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2003 생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는 연기를 보여주죠.

 

재밌는 영화는 아닙니다. 오락성을 추구하는 작품이 아니기에 대중들이 원하는 오락성은 전혀 없다고 있고 심지어 상영 시간도 2시간 30분으로 상당히 깁니다. 하지만 소녀의 정신적 성장과 감정의 전달을 표현했으며 그걸 전달하는 연출 방법도 흥미롭습니다. 오락성은 없지만 몰입감이 뛰어난 작품이죠. 그런 몰입감에 배우들의 연기도 분명히 포함되구요.

 

상영관이 많지 않은 관계로 쉽게 보기 힘든 작품입니다만 그래도 추천은 만한 작품입니다. 많은 평점들이 상당히 좋고 올해 혹은 한국 영화 최고의 작품이라는 평도 있지만 개인적으로 정도는 아니더라도 분명 찾아 만한 작품이기는 합니다. 예술 영화 쪽으로만 생각한다면 한해 국내 영화 중에서는 상위권에 들어갈 만한 작품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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