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2019 / 10 / 27 / 040]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문제작이자 화제작인 '82년생 김지영' 보고 왔습니다. 소설 원작은 진작에 읽은 상태였고 그걸 영화로 만든다고 했을 때는 '과연 이걸 그대로 만들면 무슨 소리를 들을까?'라는 생각도 했었죠. 당시에는 정유미 배우가 주인공을 맡았다고 했을 배우가 그런 배역을 맡느냐 등의 얘기까지 나왔을 정도로 소설에 대한 반감이 굉장히 강한 상태였고 그런 과열된 상황을 이용하는 것은 아닌가? 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사실 영화가 개봉하고 나서도 별반 달라진 것은 없더군요. 개인적으로는 영화를 까더라도 보고 까자는 생각으로 감상을 했는데 보지도 않고 영화에 대한 비난을 하는 댓글이나 반응을 보면 과연 정도로 반감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가?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화가 원작에 비해서 어떻게 각색이 되었는지 각본은 어떤지는 전혀 중요하지 않았죠.

 


 

사족이 길었는데 일단 영화 얘기를 하기 전에 가지 언급할 부분은 가급적 원작과의 비교는 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굳이 비교 필요성을 느끼지 정도로 각색이 되었고 원작의 이야기에 비해서 각본도 괜찮았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원작에 대한 언급은 아마 정도로만 얘기 생각이고 여기서는 그냥 순수하게 영화에 대해서만 얘기하겠습니다.

 

영화의 시점은 지영(정유미) 정신병을 앓는 시점부터 시작됩니다. 이를 가장 먼저 알게 남편 대현(공유) 정신과에 상담을 하는 것으로 영화는 시작되죠. 정신병은 영화 전반에 걸쳐서 그녀와 그녀의 남편을 괴롭히는 요소로 나오는데 가장 있기도 요소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굳이 '빙의'라는 오컬트적인 요소가 지금 영화의 분위기에 어울리는가? 라는 생각을 하게 만듭니다.

 

왜냐면 영화에서 등장하는 다양한 사례들은 현실에서 충분히 있는 소재들이기 때문이죠. 시어머니와의 불화, 명절 증후군, 산후 우울증 굳이 82년생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여성'으로서 겪을 있는 피해를 나열하고 있고 그러한 소재들만으로도 충분히 공감을 얻을 있었다고 생각되었죠. 그런데 굳이 '빙의'라는 소재를 이용해야 했는지는 생각해 필요가 있었습니다.

 


 

영화에서는 지영이 앓고 있는 정신병이 그녀가 겪은 일들로 인해서 발병되었다는 어떤 내용을 말하지 않습니다. 순전히 영화를 보는 관객들이 '정황상' 추측할 뿐이죠. '쟤는 저렇게 많은 일을 겪었으니 저런 병이 생길 밖에 없겠구나'라고 말이죠. 하지만 이런 어디까지나 추측이기 때문에 병을 앓기 그녀가 어떤 상황이었는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모르는 상황에서는 의미가 없다고 생각됩니다.

 

부분은 각색을 했더라면 좋게 이용될 있지 않았을까 싶었는데 아쉽더군요. 그리고 빙의와 함께 영화의 분위기에 어울리지 않게 등장했던 소재가 '몰카'입니다. 사실 몰카라는 소재 자체는 문제가 없었어요. 그런데 그걸 이용하는 과정과 결말이 애매하더군요.

 

영화에서 몰카는 경비업체였나 여튼 외부 인원이 들어와서 설치를 것으로 나옵니다. 그런데 그런데 촬영된 영상 혹은 사진을 사내 직원들이 돌려보는 것처럼 나오던데 과연 실제로 사내 직원들이 본인 회사임을 알고서도 함구하고 돌려보는 사람이 일반적으로 얼마나 될까요? 그리고 몰카라는 소재에 대한 결과는 영화 속에서 명확하게 나오지도 않습니다. 그걸 설치한 사람은 어떻게 되었는지 그걸 돌려본 사람은 어떻게 되었는지 말이죠.

 


 

오히려 유독 거슬렸던 부분은 '맘충' 에피소드입니다. 맘충과 관련된 부분은 영화 전반에 후반에 등장하는데 (사실 전반에 등장하는 부분은 맘충이라고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습니다.) 일단 등장하는 과정조차 그렇게 매끄럽지 않습니다. 우리가 인터넷에서 혹은 일상생활에서 맘충이라는 부르는 상황은 그런 상황이 전혀 아니기 때문이죠.

 

그런데 영화는 맘충이라는 의미 자체를 왜곡하면서 굳이 여성 자체를 피해자처럼 보이게 만들고 있습니다. 영화에서 가장 이해하기 힘든 부분 중에 하나였습니다. 김지영이라는 캐릭터의 변화를 보여주고자 삽입한 에피소드라고는 하지만 의미를 왜곡하면서까지 넣을 필요가 있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죠.

 


 

이런 요소를 제외하면 영화 상황들은 판타지스럽지는 않습니다. 극단적인 대비를 보여주기는 하지만 (친정 엄마와 시어머니와 같은) 그렇다고 현실에 없을 만한 요소가 있는 것은 아니죠. 그래서 이동진 평론가의 사례집이라는 표현이 틀린 표현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습니다. 그만큼 여성들이 겪을 만한 이야기들을 나열하고 있는 영화였죠.
 

단지 이렇게 사례의 나열을 들려주다 보니 특별한 이야기는 없습니다. 메인 이야기가 무엇인가? 라는 의문을 가지게 만들죠. 이러한 나열들을 통한 김지영이라는 캐릭터의 심리적 성숙을 보여주고자 하는 것인지 아니면 앓고 있는 정신병을 극복하는 내용인지 명확하지가 않습니다. 기승전이 없고 결만 있는 느낌이 강하게 들죠. 드라마로서 들려주어야 이야기가 없는 것이 가장 단점이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김지영이라는 캐릭터의 원톱 영화이기 때문에 다른 캐릭터들이 거의 조연 수준이라고 봐도 무방한데 그나마 공유가 맡은 대현이라는 캐릭터는 김지영이라는 캐릭터에 가장 영향력을 행사하는 캐릭터로서 나옵니다. 그녀를 가장 돌봐 주고자 하면서 도와주려고 하고 그녀의 병을 알고 있음에도 그녀가 상처 받을 것을 생각해서 조심스럽게 병을 치료하고자 하죠.

 

대현이라는 캐릭터가 영화 속에 없었다면 아마 그녀의 정신병은 해결되지 수도 있었고 정신병 뿐만이 아니라 외적인 상황도 해결하기 힘들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대현과 동일선상에 위치하여 그녀가 스스로를 지탱할 있게 만드는 캐릭터가 그녀의 친정 엄마인 미숙(김미경)이죠. 대현이 내외부적인 사건을 해결하려고 한다면 미숙은 지영의 심리를 보듬어주는 캐릭터입니다.

 

그래서 사실 지영이라는 캐릭터 자체도 미숙이라는 캐릭터의 영향 하에 존재하지 않았나? 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영화 시점에서 뿐만이 아니라 그녀가 성장하는 과정에서도 미숙이라는 존재는 그녀의 심리적 성장에서 절대 빠질 없는 인물이었거든요.

 

영화 관객들이 김지영이라는 캐릭터 외에 그녀의 엄마인 미숙이라는 캐릭터에 몰입하는 관객들이 생기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미숙이라는 캐릭터는 오히려 김지영이라는 캐릭터보다 많은 고생과 헌신과 희생을 치르고 아이들을 키우면서 본인 스스로 그것들을 고스란히 간직해 왔기 때문이죠.

 


 

그렇다고 영화가 순수하게 여성의 입장만 보여주고 있느냐면 그건 아닙니다. 김지영이라는 캐릭터가 겪고 있는 문제에 따른 남편의 입장과 고민도 같이 보여주고 있죠. 따라서 영화를 보면서 공감을 하느냐 하느냐 이해를 하느냐 하느냐로 나눌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공감을 것도 없고 그렇다고 특정 인물에 과몰입 필요도 없는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으니까요.

 

그리고 일단 영화 자체의 재미가 쏠쏠합니다. 물론 앞서 말했듯이 아쉬운 설정과 구성이 있긴 하지만 배우들의 연기도 좋고 드라마와 사이사이에 녹아 들어 있는 코미디 요소도 나쁘지 않습니다. 요즘 영화치고는 그렇게 길지는 않지만 그래도 2시간이라는 상영시간을 생각해 본다면 생각보다 시간이 빨리 흐른다는 생각도 정도로 나름 몰입감이 있었습니다.

 

글쎄요. 개인적으로 보고 보고는 개인의 자유이긴 하지만 보지 않고 비난을 하는 것은 아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이딴 만들었냐?'라고 얘기하는 것도 보고 나서 해야 일이라는 것이죠. 그렇다고 원색적인 비난은 자제 해야겠지만 말입니다. 아마도 동성이든 이성이든 애인이든 친구든 가족이든 누구하고 보더라도 얘기 내용이 꽤나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   2024/03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Total
Today
Yester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