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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 12 / 22 / 051]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12월 한국 영화 기대작 중 하나인 '백두산'을 보고 왔습니다. 백두산 폭발과 관련된 내용은 이전에 공중파에서도 다큐멘터리로 다뤘을 만큼 흥미로운 소재인데 영화는 그러한 백두산이 실제로 폭발을 하며 그 후에 추가적인 폭발을 막기 위해서 남한과 북한이 공조하여 해결하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백두산 폭발은 그 영향력이 우리나라 뿐만이 아니라 바다 건너 일본에까지 미쳤을 만큼 어마어마한 휴화산인 만큼 이 영화에서 가장 기대했던 부분은 역시나 '폭발'이 일어나는 장면과 그 후에 폭발의 영향력을 보여주는 '재난 상황'이었습니다. 그리고 아마도 그러한 부분에 신경을 많이 쓸 수 밖에 없었을 테고 cg도 가장 많이 투입되었을 것이라 생각했죠.

 


 

하지만 오히려 이 영화에서 가장 실망했던 부분이 바로 이 두 가지 연출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실망 때문에 과연 이 영화를 재난 영화로서의 재미를 주었는가? 라는 의문도 들게 만들더군요. 그 많은 제작비는 재난 상황이 아니라 배우들 캐스팅에 쓴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도 들 정도였습니다.

 

가장 불만이었던 부분은 백두산의 폭발이었습니다. 영화에서는 백두산의 폭발을 4단계로 알려주고 있고 첫 번째 폭발과 네 번째 폭발이 상대적으로 강한 폭발로 알려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개인적으로는 가장 임팩트를 주어야 했다고 생각하는 첫 번째 폭발은 애시당초 보여주지도 않습니다. 그냥 '터졌구나'라는 후속 현상만 보여주고 있죠.

 

2차와 3차의 폭발은 그나마 보여주긴 하지만 그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고 이미 터져있는 상황에서 터지다 보니 임팩트가 크게 오지 않습니다. 사실 이 영화의 재미가 반감되는 것은 이미 백두산이라는 이 영화의 메인 소재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 한 것에서 시작되지 않았나 싶더군요. 만약 가장 초기의 폭발에 상대적으로 자본과 연출력을 많이 동원했더라면 그 후가 어떻든 간에 영화에 대한 몰입도가 더 좋아졌으리라 생각됩니다.

 


 

문제는 그러한 재난 상황에 플러스 알파로 두 주인공이 너무 버디 무비를 찍는 것 같은 상황을 이어가고 있다는 것이죠. 백두산 폭발은 영화 초중반에 살짝 보여주고 이후 중후반에는 하정우와 이병헌 두 배우가 백두산 폭발을 막으러 가는 것에 집중하는데 두 배우에게 너무 집중을 하다 보니 이게 두 남자 배우의 버디 무비이자 로드 무비를 보는 것인지 재난 영화를 보는 것인지 아리송해 집니다.

 

두 주인공이 폭발을 막으러 가는 과정이야 필수로 나와야 하는 요소이니 이해는 하지만 그 과정에서 어쨌든 보여주어야 할 2차 폭발과 3차 폭발의 백두산 장면과 그로 인한 재난 상황을 보여주는 비중이 너무 짧습니다. 제작비를 줄이려는 것인지는 몰라도 너무 국한된 장소와 짧은 cg 연출만 보여주고 있더군요. 개인적으로 그 정도 규모로 터졌다면 북한쪽 상황도 보여줄 수 있을 듯하고 남한의 다른 지역에서의 랜드마크들도 어떤 상황을 겪는지 보여주었으면 좋았을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폭망 수준으로 만든 영화는 아니었습니다. 사실 이 정도 블럭버스터 영화에서 응당 등장할 것이라 생각했던 신파적인 요소는 생각보다 훨씬 적었는데 의도적으로 신파 요소를 없앴다고 생각하는 부분들이 상당히 많았습니다. 만약 과거의 해운대 같은 영화였다면 '이래도 안 울래?'라는 장면들을 미친듯이 넣었을 텐데 백두산에서는 어마어마하게 절제를 했더군요.

 

그리고 백두산 터졌을 때의 국외의 상황을 꽤 현실적으로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미국과 중국의 개입은 그 자체만으로도 없다고 할 수 없는 상황을 보여주고 있었다고 생각되더군요. 그러한 상황 설정 덕에 이 영화에서 약간의 '강철비'의 느낌도 나긴 했지만 여튼 의외로 현실적인 상황을 꽤 잘 녹여냈고 관객들이 납득할 만한 연출로 보여주고 있었다고 생각되었습니다.

 

두 주연 배우의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는데 고생 꽤나 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몸 쓰는 장면도 상당히 많았고 감정적으로 관객들에게 보여주어야 하는 장면들도 연기를 잘 해주고 있었습니다. 확실히 액션과 연기가 모두 가능한 배우라는 느낌을 잘 알려주고 있더군요. 그래서 더더욱 이 영화가 두 배우의 로드 무비이자 버디 무비로 느껴졌지만 영화를 보고 나면 이 두 배우말고는 딱히 다른 배우가 생각나지 않았습니다.

 


 

조연들의 연기도 다들 좋았는데 정말 의아했던 것은 그나마 조연으로 등장해서 다행이었던 수지였습니다.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 수지라는 배우는 연기력이나 티켓 파워에서 건질 만한 부분이 과연 무엇이 있을까? 라는 생각을 하는데 그래도 이번에는 그나마 조금 나아진 연기를 보여주고는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어색해요. 하정우와의 연기 호흡을 맞추는 장면에서는 그게 너무나 티가 납니다.

 

물론 연기 욕심이 있는 것은 알겠고 다양한 배역을 하고 싶은 것도 이해를 하겠는데 연기자로서 자신에게 맞는 배역을 빨리 찾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대표적으로 윤아나 혜리처럼 말이죠. 그 두 배우도 사실 연기를 잘하는 배우는 아니지만 분명 자신이 가장 소화를 잘 하는 배역을 알게 되었고 그러한 배역을 통해서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죠. 일단은 그러한 배역을 찾는 것이 첫 번째가 아닐까 생각되었습니다.

 


 

사실 지금의 흥행을 보면 안 보기가 더 힘든 영화이긴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추천을 할 만한 작품이 전혀 아니었습니다. 근본적으로 과연 이 영화를 '재난 영화'라고 불릴 수 있을까? 라는 생각도 들었고 개연성 없는 이야기 전개에 진부한 각본은 영화의 재미를 너무 떨어트리고 있습니다. 물론 현재로서는 대다수의 관객이 만족을 하고 있으니 이러한 단점들이 장점일 가능성이 많겠지만 딱히 기대가 크지 않았던 저에게는 그마저도 단점으로 느껴지더군요.

 

음....그래도 소재의 특성상 과연 이후에도 이런 소재로 영화가 만들어질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해 본다면 '아니요'라고 할 가능성이 많기 때문에 보시는 것을 끝까지 만류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지금 극장가에서 가장 보기 쉬운 작품이기도 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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