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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벌.

다르지만 같은 두 사람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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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나 프리즈너스를 모두 보고 그래비티가 개봉하기 전 뭐 볼 게 없을까 찾다가 '러쉬 더 라이벌'에 대한 반응이 나쁘지 않아서 한가한 오후 시간을 내서 보고 왔습니다. 그런데 이 영화 절대 빈 시간을 때우기 위한 파트 타임 영화가 아니네요. 배우들의 연기력 / 연출 / 드라마의 재미가 수작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레이싱 영화는 과거 (아주 먼 과거) 실버스타 스탤론 주연의 '드리븐' 이후 10여년 만에 보는 것 같은데 이 작품은 정말 오랜만에 본 레이싱 영화치고는 다방면에서 아주 훌륭한 완성도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최근 조금 영화의 완성도면에서나 흥행에 있어서 참패를 맛보고 있는 론 하워드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다시 스스로의 커리어가 좋아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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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줄거리는 간단합니다. 1970년대 당시 F1의 희대의 천재 레이서 '제임스 헌트'와 '니키 라우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즉흥적인 감각으로 운전을 하는 헌트와 데이터를 통한 면밀한 운전을 하는 니키의 라이벌 관계를 영화는 그 시작과 끝을 보여주고 있는데 단순히 그 둘의 라이벌 이야기가 이렇게 흥미진진하고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드리라고는 영화 시작할 때도 생각지 못 했습니다.

 

사실 이야기는 단순한 편입니다. 뭔가 예상이 가능한 전개를 보여주고 있고 예상을 벗어나지 않는 결과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물론 실제 얘기를 따라가니까 예상을 벗어나는 부분이 있긴 하지만 뭐랄까요. 어느정도 정형화 된 라이벌 얘기를 벗어나는 형태는 아닙니다. 게다가 두 캐릭터의 성격도 만화나 소설에서 많이 등장 할 법한 캐릭터라서 말이죠. 하지만 어디까지나 이 이야기는 '실화'라는 것을 생각해 본다면 당연하게도 영화에 몰입하기가 훨씬 쉽습니다.

 

그리고 단순히 그 둘의 레이싱 대결에만 그치지 않고 그 둘의 사생활이나 성격을 보여주는 에피소드들도 세세하게 연출하고 있기 때문에 영화는 지루할 틈이 없습니다. 상영시간이 2시간을 넘어서고 있는데도 말이죠. 당연하게도 그런 캐릭터들을 연기하고 있는 크리스 햄스워스(토르로 더 알려진 것 같은....)와 다니엘 브륄에 대한 이야기도 빠질 수가 없는데 단순히 액션 배우 정도로 생각될 만한 시기에서 이런 연기를 펼친 크리스 햄스워스는 스스로의 몸값을 높일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싶으며 사실 스크린에서는 처음 보는 다니엘 브륄이란 배우도 이 영화를 통해서 자신의 이름을 더 알릴 수 있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둘의 연기는 상당히 좋은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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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싱 영화인 만큼 레이싱 장면에 대한 이야기도 빠질 수 없겠는데 사실 이 영화는 레이싱 영화이지만 레이싱 장면에 대한 비중이 많지는 않습니다. 영화 전체의 많아야 30% 정도를 차지한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런 비중을 가지고 있음에도 굵직굵직하게 보여주고 있기에 심장을 두근거리게 만들기에는 나쁘지 않습니다. 특히 니키가 사고를 당하게 되는 뉘르부르크링에서의 체이서 장면은 마지막 대결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하일라이트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듭니다.

 

그리고 마지막 대결인 일본 서킷에서의 레이싱 장면은 물론 이 영화의 최대 하일라이트 부분이긴 하지만 아쉬운 것은 중간에 니키가 기권을 하는지라 뭐랄까 두 라이벌이 끝까지 대결을 펼치지 못 하는 아쉬움이 많은 부분이기도 합니다. 물론 뉘르부르크링에서도 니키의 사고로 제대로 된 대결을 펼치지 못 했기에 어쩔 수 없는 결과이긴 하지만 많이 아쉽더군요.

 

바로 이 점이 이 영화의 최대 단점인데 두 라이벌이 '끝까지' 완벽하게 주행을 하는 장면이 이 영화에는 없습니다. 최종 파이널 서킷까지 가는 과정에서 펼치는 대결들이야 상영 시간 조절 등에 문제로 많은 편집이 있을 수 밖에 없을 것이고 굵직굵직한 사건이 있는 (가령 니키가 사고를 당하는 뉘르부르크링) 서킷은 또 둘 중 하나가 다치거나 기권을 하기에 끝까지 대결을 펼치지 못 하는데 라이벌 다운 경기가 하나쯤 제대로 들어가 있었더라면 정말 완벽한 레이싱 영화가 되지 않았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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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정말 심장을 두근거리게 만드는 요소가 많은 영화입니다. 레이싱 장면이야 말할 것도 없고 니키가 부상 후 헌트가 독주를 펼치는 과정을 보면서 눈이 이글거림과 동시에 재활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장면들은 묘하게 심장을 두근거리게 만듭니다. 그리고 철천지원수처럼 굴던 헌트가 복귀한 니키를 향해 그런 얼굴로 부인과 계속 살 수 있겠냐는 질문을 하는 기자를 몰래 두들겨 패는 장면은 그들이 진정한 라이벌이라는 것을 느끼게 해 줌과 동시에 또 묘한 감동을 주고 있습니다.

 

이 영화가 이 정도의 상영관을 가지고 금방 내릴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것이 참 아깝습니다. 재미와 감동을 전부 잡고 있거든요. 정말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는 영화입니다. 남자의 심장을 두근거리게 만드는 장면들이 많아서 남자 관객들이 주도하여 보러 갈 것 같기도 한데 여성 분들도 같이 가셔도 전혀 문제 될 것이 없을 것 같습니다. 가족들이 함께 보시면 좋겠지만 연소자 관람불가 등급이니 성인이 된 자녀들이 있는 가족분들만 같이 보시기 바랍니다. (폭력적이거나 선정적인 장면이 있는 것 같은 아닌데 배드신이나 뒷모습 올누드가 두세컷 정도 있습니다.)

 

다음 주 그래비티가 개봉하고 나면 바로 내리지 않을까 싶은데 그 전에 얼른 감상하셨으면 하네요. 올해 영화 중에서 (국내외 통틀어) 가장 재밌게 본 영화 중에 하납니다.

 

내 맘대로 별점 : ★★★

 

덧1. 근데 물론 라이벌 이야기를 그리고 있긴 하지만 왜 굳이 원제에는 없는 '더 라이벌'이란 부제를 달았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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