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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릴 것이 없기에

완벽해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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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포일러라고 할 것도 없지만 부득이하게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그래비티'를 보고 왔습니다. 장소는 용산 아이맥스 3D. 도저히 기대를 안 할래야 안 할 수가 없는 반응들 때문에 쓸데없이 부풀어 오르는 기대감을 누르느라 아주 혼이 났었죠. 새벽 12시 영화였음에도 관객들이 어마어마하게 많더군요. 하기야 새벽 4시 영화도 중간 라인이 모두 매진된 것을 보면 12시가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았겠죠. 어쨌든 그렇게 밤을 새워가면서 영화는 감상했고 그렇게 감상한 영화는 그렇게 높았던 기대감을 단 1%도 배신하지 않는 작품으로 각인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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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에 대해서는 딱히 할 얘기가 없습니다. 우주왕복선으로 허블 망원경(이라고 추측?)을 고치던 스톤 박사와 맷 박사는 러시아가 부순 자국의 인공위성 파편에 휩쓸리게 됩니다. 그리고 조난을 당하게 되고 이제부터 지구로 돌아가기 위한 개고생이 시작됩니다. 정말 단순하고도 단순한 스토리죠. 그래서 이 부분은 이 이상의 설명은 하지 않겠습니다. 할 얘기는 많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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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를 배경으로 한 영화는 많습니다. 최근 작 중에서는 '아바타'가 있고 그 전에는 '미션 투 마스'나 '레드 플래닛' 그리고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 등 기억에 남는 영화들은 많죠. 하지만 이 영화들 중에서 '우주 공간'에서 직접적으로 사건을 겪는 영화는 한 편도 없습니다. 모두 '우주 공간'은 영화를 전개해 가는 과정에서 필요한 일종의 '볼거리'나 '과정'에 지나지 않았죠.

하지만 이 작품은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것이 '우주 공간'이라는 익숙하면서도 익숙하지 않은 공간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감독은 그러한 우주 공간에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사건들을 1시간 반이라는 짧은 상영 시간 안에 꾹꾹 쑤셔 넣어서 관객들이 단 1분도 긴장을 하지 않는 부분이 없도록 만들어 놓았습니다. 물론 그러한 부분들이 어느 정도까지 고증을 거쳤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왜냐면 저는 전문가도 아니고 아마추어 수준도 안 되는 얕은 지식을 가지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뭔가 '느낌'이란 것이 마구 꿈틀댑니다. '아....이 영화는 정말 다큐를 만들 작정인가...'라고 말이죠. 그 만큼 감독이 고증을 많이 거치고 그것을 영화 속에서 반영하고자 한 '노력'이 느껴집니다. 현실성이 느껴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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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감독의 노력은 단순했던 이 영화의 스토리를 바탕으로 미친듯한 긴장감을 주는 연출로 이어져서 속된 말로 관객들을 지리게 만들어 버립니다. 중력조차 없는 허허벌판(?)에서 혼자 남은 스톤 박사의 공포감을 관객들에게 전달하는 감독의 연출은 대단합니다. 특히 첫 사건이 발생하기 전까지 이어지는 20분의 롱테이크 장면은 물론 롱테이크 장면 그 자체로도 대단하지만 다큐를 연상케 하는 지구의 모습과 자유자재로 옮겨가는 카메라 위치로 시작하자마자 관객을 영화 속에 빠져들게 만들죠.

이 영화에서 롱테이크 장면은 꽤 자주 나옵니다. 매 장면장면이 분명 긴박감과 긴장감이 느껴지는데 장면 자체는 그렇게 빠르지 않습니다. 그리고 깁니다. 뭔가 장면 자체는 정적인데도 불구하고 긴장감을 느끼게 한다는 것이 뭔가 좀 아이러니하다는 생각도 들지만 영화의 대부분의 장면은 그렇게 이루어져 있습니다. 


해리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에서는 나오지 않았지만 칠드런 오브 맨의 마지막 롱테이크 장면은 보신 분들이라면 최고의 롱테이크 장면 중에 하나라고 치켜세우는데 이 영화에서의 롱테이크 장면은 한 단계 더 발전해서 이제 알폰소 쿠아론 감독이라고 하면 일단 롱테이크 장면을 기대하게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그리고 살짝 한 가지 더 장점을 얘기하자면 쓸데없는 부류가 끼어들지 않습니다. 쓸데없는 인물 / 쓸데없는 멜로 등이 존재하지 않아요. 정말 고난과 역경의 연속이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사투만을 보여주는 것은 최고 장점 중에 하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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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쥬얼 얘기를 좀 해 보자면......이걸 참 뭐라고 얘기해야 할까요? 완벽하다고 해야 하나요? 디테일이며 (위에서 말한) 카메라 위치며 '아쉽다'라고 생각 될 만한 부분이 전혀 없습니다. ISS 우주 정거장이 위성 파편에 부숴지는 그 정신 없어 보이는 장면조차도 정말 관객들이 정신 없다는 생각이 들지 않게 깔끔하게 보여줍니다.


게다가 하나의 도구로서 완벽하게 이용하고 있는 3D효과는 역대 영화들 중에서 최고의 효과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우주 공간의 거리감 없어보이는 원근감이라든지 위성 파편에 부숴지는 장면들에서 눈을 깜빡깜빡 거리게 만드는 효과는 많지 않은 3D 효과이지만 정말 적재적소에 100% 효과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마치 3D 효과를 사용하려면 이 정도 해라...라고 말하는 듯하죠.


그래서 이 영화는 아이맥스 혹은 그에 준하는 스크린 크기가 필수입니다. 아름다운 지구의 모습 그리고 관객들을 압도시키는 우주의 모습과 우주 정거장 등등 이 영화가 아이맥스로 촬영이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것과 상관없이 아이맥스 관림이 필수입니다. 또한 위에서 언급했듯이 적재적소에 사용되는 3D효과를 보고 싶으시다면 아이맥스 3D를 초강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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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영화에서 비쥬얼만큼이나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 '오디오'입니다. 지금 리뷰글들을 보면 아마 대다수 비슷한 얘기를 할 텐데 오디오의 중요성을 이 영화는 제대로 생각하게 합니다. 아무것도 없는 우주인 만큼 소리의 전달이 되지 않기에 주인공들이 우주 공간에서 작업하는 장면에서 나는 소리는 우리가 평소에 듣는 소리와 완전히 다르게 전달이 되고 있습니다. 또한 통신을 통해 들려오는 서라운드 음향은 음향 시설이 좋을 수록 그 진가가 발휘 될 것 같으며 그렇기에 아이맥스 한 번 오디오 시설이 좋은 시설에 한 번으로 해서 최소 2번의 감상이 불가피하다는 생각이.....읭? 여튼 처음 보실 때 둘 중 하나를 생각하셔서 감상을 하셔야 할 것 같다는 결론입니다. 저야 물론 2번은 보겠지만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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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지구와 우주를 보여주면서 저 멀리서 먼지보다 작게 주인공들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시작합니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에서는 주인공이 대지를 밝고 일어서는 장면을 클로즈업해서 보여주죠. 많은 것을 생각나게 하는 장면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좀 과장일 수도 있지만 스페이스 오딧세이에서 유인원이 던진 뼈다귀가 우주선으로 바뀌는 장면과 뭔가 연관이 되어 보이더군요. 그리고 여운도 강하게 듭니다. 마지막에 타이틀 뜨는 순간의 짜릿함은 다크나이트 이후 처음인 듯 싶구요.


여러모로 지금의 반응이 확실히 이해가 가는 영화입니다. 연출 / 비쥬얼 / 오디오 / 배우들의 연기 어느 것 하나 버릴 것이 없습니다. 완벽함이란 것은 더할 것이 없는 것이 아니라 버릴 것이 없는 것이라고 누군가가 그랬는데 이 영화가 딱 그렇습니다. 버릴 것도 없을 뿐더러 더할 것도 없습니다. 이 자체로서 끝이죠. 이 정도면 우주 공간을 배경으로 한 마스터피스가 되지 않을까 조심스레 생각해 봅니다.


우주를 유영하는 느낌을 한 번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내 맘대로 별점 :


덧1. 조지 클루니는 짧은 분량이지만 대단한 연기를 보여줍니다.


덧2. 이 정도면 산드라 블록이 여우주연상을 충분히 타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구요. 나이를 생각하면 몸매가...어후..


덧3. 마지막 장면에서 일어서는 장면으로 말들이 많은데 그렇다고 뭐 벌떡 일어나거나 하진 않더군요.


덧4. 영화 속 모든 SCORE는 이 영화의 숨은 공신 중에 하나.


덧5. 정말 오랜만에 마음에 드는 포토티켓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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