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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러코스터의 상행선 같은 기대감을 주는

감독으로서의 괜찮은 데뷔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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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프로그램에서 워낙에 홍보를 한 것도 있고 (거의 박중훈 감독의 톱스타와 쌍두마차)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보고 싶었던 영화이기도 했는데 의외로 상영관이 많지 않아서 망설이던 차에 심야로 보게 된 그래비티의 상영시간까지 근 5시간이나 남았길래 친구녀석과 연속 상영을 결정하고 현장에서 급 보게 된 영화입니다.

사실 배우로서 워낙에 입지를 굳힌 상태이고 연기력에 있어 톱 수준에 오른 하정우가 굳이 감독으로서 시작을 한 이유가 의아하긴 했습니다. 물론 언젠가 할 수는 있었겠지만 글쎄요. 지금 시점에서 감독이라.....좀 애매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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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정말 가볍습니다. 한없이 가벼워서 아무 생각없이 웃음에 의미를 두지 않고 그냥 웃고 나오기에 괜찮은 영화입니다. 뭔가 상황을 만들고 과하다고 생각될 정도로 빠른 대사를 쏟아내면서 싱거운 대사들 날리면서 웃겨주는 장면들은 뭐 딱히 나쁘지는 않았습니다. 오히려 최근 코미디 영화에서 이런 스타일이 잘 없었기에 신선한 느낌마저 들 정도였죠. 이렇게 아무 생각없이 아무 인과관계 없이 몇몇개의 대사로만 웃기는 영화라니요....

다행이도 그런 대사빨로 만드는 웃음의 포인트는 관객들에게 꽤 먹혀드는 편이라서 같이 본 친구 녀석도 그렇고 주위 관객들도 그렇고 꽤 자주 터집니다. 생각보다도 더 웃기긴 하거든요. 마치 시상식에서 얼토당토 않은 공약을 하던 그 장난기 가득하던 하정우의 성격이 고스란히 반영 된 듯한 영화입니다. 마치 이게 하정우의 실제 모습인냥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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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아쉽게도 그런 개그 포인트는 후반으로 가면서 그 색깔이 옅어집니다. 사실 영화 시작할 때부터 영화에 뭔가 의미를 부여하려는 낌새를 풍기긴 했습니다만 후반으로 갈 수록 그 낌새는 현실이 되어갑니다. 그리고 영화는 그냥 그런 스타일로 넘어가게 되는데 이 영화의 가장 아쉬운 부분이라고 할 수 있죠. 왜 하정우 감독은 중반까지 잘 이어오던 그 가벼운 개그 포인트를 뜬금없이 영화에 의미를 부여하려는 욕심과 맞바꾼 것일까요?

이로 인해서 영화의 후반부는 이도 저도 아닌 느낌의 드라마가 되어버립니다. 의미를 부여하고자 했다면 끝까지 의미를 부여하든지 아니면 끝까지 웃기던지 해야 되는데 웃기지도 않고 의미 전달도 실패해 버린 후반부는 좀 난감합니다. 특히나 엔딩은 이게 뭔가? 하는 느낌이 들 정도인데 유쾌하게 끝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여운을 주면서 끝나는 것도 아닙니다. 정말로 '뭐지?'라는 느낌을 들게 만드는 엔딩은 감독 스스로 가장 큰 의미를 부여한 장면이 아닐까 생각되지만 관객들에게 그 의미가 전혀 전달이 되지 않는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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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딩만 어떻게 제대로 수습을 했더라면 더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지 않았을까 싶은데 그렇다고 하더라도 전체적으로 하정우 감독이 감독으로서 데뷔작이라고 본다면 정말로 나쁘지는 않습니다. 애인하고 보기에는 딱 좋은 그런 영화라고 할까요? 하지만 부모님하고 보기에는 좀 아닌 것 같구요. 전체적인 스타일, 특히 빠른 대사와 싱거운 대사를 통해 만들어 내는 개그 포인트는 부모님 세대가 재밌게 볼 만한 요소는 아닙니다. 그야말로 친구 혹은 애인과 볼 만한 영화죠.

많은 평론가들이 하정우 감독의 차기작이 기대된다고 평가했던데 저도 그렇긴 합니다. 위에 말씀드렸듯이 재밌긴 하거든요. 못 만든 영화는 아닙니다. 제작비가 얼마나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사실 돈이 별로 들 만한 부분도 없죠.) 100만이 안 되는 관람객으로 손익분기점을 넘을 수 있다고 하면 정말 저예산으로 찍었다는 얘긴데 그런 제작비로 요 정도의 재미를 줬다면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요즘 볼 영화도 많은 편인데 다음주나 다다움주 개봉작들이 줄줄이 나오면 아마 금새 사라지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그러니 감상을 원하시는 분이라면 일찌감치 서두르셔야 할 듯 싶군요. 표 값 정도의 재미는 선사해주니 말입니다.

내 맘대로 별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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