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

기차를 보기 보다는

기차가 달리는 레일이 어디로 가는지를 보자..

 

"

 

개봉 전부터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이야기를 다뤘다고 해서 말들이 많았던 '변호인'을 보고 왔습니다. 애초에 대한민국 전 대통령의 과거의 한 일부분을 영화로 만드는 것에 대해서 무슨 말이 그렇게 많아야 하는 것이고 그 영화에서 주연을 맡은 배우 왜 신변에 신경을 써야 하는지 도통 이해를 못 할 정도로 상식적이지 않은 지금의 세상에서 이 영화는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습니다.

 

영화는 분명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과거사 한 부분을 얘기하고 있는데 이 부분은 영화 개봉 전부터 워낙에 알려진 사실이라 저는 영화 자체에 대해서만 이야기를 좀 해볼까 합니다. 영화를 보고 나서 느낀 점이지만 이 영화는 단순히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과거사의 한 부분을 보여준다기에는 이야기의 스케일이 더 크다고 생각하거든요.

 

>>

 

영화는 송변이 대전에서 판사를 그만두고 부산에서 변호사를 개업하면서 시작됩니다. 이 영화 초중반부의 송변은 그야말로 물질주의적인 인물입니다. '변호사=돈을 벌기 위한 직업' 정도로 생각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이용하죠. 물론 이렇게 돈을 밝히게 된 데에는 개인적인 과거사가 있긴 하지만 어찌되었든 초중반부의 송변은 그야말로 물질주의의 대표적인 인물로 비춰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영화의 분위기는 송변의 캐릭터 변화에 따라서 상당히 달라지는데 단순히 돈 버는 변호사로서의 캐릭터를 가지고 있던 초중반부의 영화의 분위기는 가볍습니다. 시시콜콜한 농담이나 던지며 관객들에게 소소한 웃음을 주는 한 편 송변이라는 캐릭터에 대한 정보를 조금씩 흘려주죠. 초중반부까지 영화를 보았을 때 들었던 첫 생각은 '어? 영화가 생각보다 가벼운데?'라는 것이었습니다. 그 정도로 정 많고 돈 밝히는 송변의 모습을 보여주던 영화의 초중반은 그냥 그렇게 즐기면 되는 부분이었죠.

 

>>

 

그러다가 사건이 터집니다. 그 사건이 바로 부림사건이죠. 그리고 이 부림사건에 송변이 자주 찾던 국밥집 아들이 휘말리게 되면서 영화는 급격히 변화합니다. 그리고 그와 더불어 송변의 캐릭터도 180도라고 할 만큼 급격히 바뀌게 되죠. 여기서 단점을 하나 짚고 넘어가자면 영화는 너무 극단적입니다. 시시콜콜한 이야기나 하고 변호사로서 승승장구해 나가던 초중반의 분위기에서 사회비판의 성격을 띄면서 암울하고 출구가 없는 터널을 보는 듯한 느낌의 후반부는 너무나도 분위기가 다릅니다.

 

그런데 이 다른 분위기가 변화하는 과정이 너무 급작스럽습니다. 물론 아무것도 모르던 송변이 진실을 알게 되면서 인권변호사로 거듭날 것이다....라는 것은 대충 알고들 갔을 테지만 영화는 그러한 과정을 너무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국밥집 아들의 행방불명 -> 국밥집 할머니의 요청 -> 면회 -> 진실 파악 -> 변호인 자청'이라는 과정이 이 영화의 전체적인 분량에 비해 너무 짧게 편집된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듭니다. 좀 더 시간을 들여서 어쩌면 초반부의 시시콜콜한 농담을 좀 줄여서라도 변화의 '과정'을 좀 더 보여주었다면 어땠을까? 라는 생각이 듭니다.

 

>>

 

어찌되었든 국밥집 아들의 변호인을 자청한 송변은 그 때부터 진정한 변호사로서의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이 영화에서 가장 하이라이트도 이 재판 과정이라고 생각하는데 이 재판 과정은 상당히 연출이 잘 되어 있습니다. 빠른 편집과 롱 테이크를 적절히 이용하여 관객들에게 긴장감을 잘 전달해주고 있죠.

 

그리고 조민기씨가 맡은 강검사와의 맞대결과 곽도원씨가 맡은 차동영 경사(?)와의 맞대결도 여기서 펼쳐지는데 재판 초중반에서 조민기씨가 송변의 맞수로 등장한다면 그 이후부터 영화가 끝날 때까지는 곽도원시가 맡은 차동영 경사가 그 맞수로 등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역시 그 역할이나 카리스마로 본다면 곽도원씨가 맡은 차동영 경사가 송변의 진정한 맞수라고 할 수 있을 듯 싶군요.

 

어찌되었든 이 재판 과정에서 보여주는 그들의 연기는 실로 대단합니다. 이젠 언급할 필요성도 못 느끼는 송강호씨의 연기는 그의 필모그래피 중에서 최상위를 차지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에너지를 발산하고 있습니다. 지금껏 스크린을 통해서 배우의 에너지가 전달된다고 느낀 적은 한 번도 없었는데 본 작품의 송우석이라는 캐릭터를 통해 배우의 에너지라는 것을 느끼게 되더군요.

 

그리고 범죄와의 전쟁에서 검사 역을 맡았던 곽도원씨는 여기서도 어쩌면 비슷한 연기를 보여주고 있지만 송강호씨에게 밀리지 않는 카리스마와 에너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사실 이 영화에서 '연기를 못 한다.'라고 할 만한 배우는 단 한 명도 없었다는 생각도 들긴 합니다. 임시완이라는 배우는 아이돌 가수라는 뒷배경을 생각한다고 해도 상당히 괜찮은 연기를 보여주고 있구요.

 

>>

 

다시 영화 이야기로 돌아가서 중후반부터 보여주는 사회비판의 성향은 다소 돌직구의 성격이 강합니다. 바로 전에 감상했던 '집으로 가는 길'보다도 더 직설적이며 더 직접적입니다. 공안 정치가 판을 치던 당시의 세태에 대해서 그리고 군사 정권 하에서 피해를 받았던 사람들에 대해서 영화는 돌직구를 날리고 있습니다. 송변이 그런 대사를 날리죠. "내 아이들은 그런 세상에서 살아가게 하지 않기 위해서 변호인을 자청했다."라고요. 영화는 상식적이지 않은 세상에 대해 상식적인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습니다.

 

영화는 송변이라는 캐릭터도 중요하지만 영화의 이야기 그 자체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이야기가 더 중요할 수도 있겠죠. 솔직히 이 영화를 보기도 전에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과거사를 영화화한다고 까는 분들이 있던데 차라리 영화를 보고 나서 영화가 들려주는 이야기에 대해서 까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 만큼 영화는 송변이라는 인물보다 이야기에서 느껴지는 감정이 더 크다고 생각되니까요.

 

>>

 

영화는 재밌습니다. 괜찮아요. 월메이드 영화라기에는 그 스케일이 작긴 하지만 단순히 영화 자체로의 재미만 보아도 괜찮은 작품입니다. 사회비판이라느니 대한민국 전 대통령의 과거사에 대해서 들려준다느니 해서 거부감이 드시는 분들이라도 영화 자체의 재미는 충분히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웃음과 감동이 있습니다.

 

하지만 어느 정도의 고문 장면 등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짧긴 해도) 그런 장면에 거부감이 있으신 분이라면 좀 피하시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군요. 그렇다고 남영동 1985처럼 주구장창 고문 장면만 나오지는 않으니 참고해 주셨으면 합니다. 사실 얼마나 흥행할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그렇다고 극장가에서는 괜시리 흥행한답시고 이 영화에 몰빵해 주는 일은 없었으면 합니다.

 

내 맘대로 별점 : ★★★

 

덧1. 영화는 전체적으로 남영동1985+부러진 화살+26년이 합쳐진 듯한 느낌이 드는군요. 얼핏 도가니의 느낌도 나구요.

 

덧2. 여기서 중년 연기자 김영애씨의 역할은 아주 큽니다. 그리고 그런 역할을 이 중년 연기자분께서 제대로 살려주셨어요....

 

덧3. 조조로 감상하는데 이렇게 많은 인원이 이렇게 다양한 연령별로 감상을 하는 것은 처음 본 듯 싶군요.

«   2024/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Total
Today
Yester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