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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강물 아래 급류가 흐르는 듯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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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르 카레의 '조지 스마일리 3부작' 중 첫 번째 소설인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를 원작으로 하고 있는 토마스 아프레드슨 감독의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는 시종일관 단단함이 느껴지는 작품입니다. 기본적으로 냉전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원작의 영향을 그대로 반영한 듯한 영화의 분위기는 잔잔하면서도 한치 앞을 볼 수가 없는 것이 마치 한 밤 중에 한강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배경음악마저도 있는 듯 없는 듯한 이 영화의 연출은 더욱더 영화를 무겁게 만들어주고 있습니다.


게다가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에 이어 2부인 <오너러블 스쿨보이>와 3부작의 마지막인 <스마일리의 사람들>까지 카를라 3부작이라 불리는 연작이기에 이번 작품인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의 경우 분명 하나의 사건이 마무리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듯한 느낌이 들죠. 마치 스타워즈 시리즈를 보는 듯한 느낌으로 말이죠. 그리고 3부작 중 첫 번째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는 영국 정보부를 은퇴한 스마일리가 컨트롤의 죽음으로 인해 붉어진 정보부 내의 스파이를 색출하는 과정을 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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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매니아들이나 평론가들에게는 상당히 좋은 평을 받고 있는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는 사실 최근 첩보영화 트랜드의 뒤를 잇는 작품이라고 하기에는 아주 큰 차이가 있습니다. <본 시리즈>나 <베를린> <007 시리즈> 그리고 최근 작품인 <용의자>에서 무수히 나왔던 리얼 액션(?)은 단 1%도 나오지 않고 최신 장비를 이용한 도청이나 학살도 나오지 않습니다. 물론 시대적 배경도 그러한 영화 스타일에 한 몫 하고 있지만 아무래도 감독이 원작의 분위기를 많이 살리려고 했기에 이런 결과물이 나오지 않았나 싶습니다.


덕분에 영화는 좀 불친절하죠. 그들이 사용하는 단어(컨트롤이나 두더지 같은)도 처음 들을 때는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으며 영화 속 캐릭터도 상당히 많이 등장하기 때문에 그들의 관계를 이해하기에도 시간이 필요한 편입니다. 더욱이 첩보물이라는 장르를 지니고 있기에 사건 자체를 이해하는데도 시간이 걸리죠. 게다가 관객이 이해해야 할 '사건' 자체도 1,2건이 아닌지라 영화는 전체적으로 어려운 편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꽤나 몰입감이 높습니다. 영화의 이해와는 별개로 배우들의 연기가 뛰어나 화면에 집중을 하게 되죠. '게리올드만' '베네딕트 컴퍼배치' '콜린 퍼스' '톰 하디' 등 연기에 있어서 내로라하는 배우들이 나와서 카리스마 있는 연기를 보여주는데 그것만으로도 이 영화를 감상 할 가치는 충분합니다. 물론 그 중에서 top은 스마일리 역을 맡은 게리 올드만인데 게리 올드만은 스마일리라는 캐릭터를 빙의한 듯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나이가 든 게리 올드만에게 정말 딱 어울린다고 할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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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당연하게도 스파이를 잡는 것이 주 목적입니다. 하지만 영화는 단순히 스파이를 잡는 데만 급급하지 않습니다. 영화는 종종 스마일리의 개인사를 보여주면서 정보부에서의 모습과 가정에서의 다른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며 리키 타르의 사랑이야기를 보여주기도 합니다. 드라마로서의 구성이 뛰어나죠. 물론 원작의 힘이 있기는 하겠지만 그것들을 잘 연출해 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드라마 구성은 '이 정도는 스파이 영화의 기본이다.'라는 듯한 아우라를 풍기고 있습니다.


영화는 호불호가 상당히 갈릴만한 영화입니다. 원작의 장르적 특성부터 이미 매니아층을 겨냥한 (그렇지만 상당히 유명한) 작품이고 영화도 매니아층을 겨냥한 듯한 느낌이 들지만 그러한 부분이 이 영화의 주 감상 포인트이며 가장 큰 장점입니다. 만약 이 작품에서 쉴새 없이 총소리가 들리고 베네딕트 컴퍼배치나 톰 하디가 사정없이 격투를 해댔다면 이 영화는 지금만한 매니아층도 생기지 않았으리라 생각됩니다.


이번 작품을 보면 감독은 이런 스타일의 영화를 좋아하는 것인지 아니면 우연찮게 이런 작품만 고르는 것인지 이전 작품인 <렛 미 인>만 봐도 이 영화의 분위기와 상당히 비슷합니다. 조용하고 잔잔하지만 무언가가 언젠가는 터질 것 같은 기분이 들죠. 물론 이 작품도 원작 자체가 그런 스타일이긴 하지만요.


어쨌든 이 작품은 선듯 추천을 드리기는 힘든 영홥니다. 가족끼리 본다고 해도 부모님 세대가 과연 이 영화를 좋아하실지 모르겠고 같은 세대의 애인이라고 해도 잘 못 하면 욕 먹기 쉬울 만한 영화입니다. 동성 친구에게 보여줘도 욕 먹을 가능성이 다분한 작품이거든요. 그래서 관심이 있으시면 혼자서라도 한 번 보시기 바랍니다. 놓치기에는 상당히 아까운 작품이니까요.


내 맘대로 별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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