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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메이크가 아니었다면 반응이 조금은 달라졌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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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얘기를 안 할래야 안 할 수가 없지만 제가 만3살 때 개봉한 풀 버호벤 감독의 <로보캅>은 상당한 센세이션을 일으킨 작품이죠. 물론 그 이후 후속작이 나오면서 조금씩 망작이 되어가긴 했지만 최소 2편까지는 초기 풀 버호벤이 보여주고자 했던 주제 의식과 풀 버호벤 감독이 추구하는 과장 된 액션이 볼만했던 작품이었다고 생각이 됩니다.


물론 <로보캅>의 경우 영화 속 주제의식도 풍자적으로 잘 내포하고 있긴 했지만 개인적으로는 <로보캅>에서 보여진 과장 된 액션은 풀 버호벤 감독의 그 어떤 작품에서보다도 두드러지게 보여지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그의 작품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기도 하구요. 아마 모르시는 분들이 많으실 것 같은데 상당히 많이 삭제 된 액션씬들이 있기에 한 번 무삭제 버전을 감상해 보시기를 권장해 드립니다. (물론 미성년자는 안 되요...국내 상영 당시에는 삭제판이라 15세 관람가였을 듯...)


게다가 그 이전에는 없었던 캐릭터였던 만큼 비록 여러 작품에서 영향을 받긴 했어도 <로보캅>이라는 하나의 네임밸류를 만들었다는 것 자체만으로 수작이라고 생각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무래도 그런 네임밸류를 제작사에서도 어느 정도 느끼고 있었기에 이렇게 리메이크를 할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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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튼 영화 얘기를 좀 해보자면 사실상 영화는 1987년 개봉한 <로보캅>과는 많은 부분이 다릅니다. 우선 주인공 머피가 로보캅이 되는 과정에서 오리지널 작품에서는 기억을 지워버리지만 리메이크 작품에서는 기억을 고스란히 남겨두고 심지어 가족들과의 만남까지도 초반에 진행이 되죠. 이러한 방향은 영화의 전체적인 주제를 완전히 바꿔버리는 결과로 이어지는데 오리지널 로보캅에서 많이 다루어지지 않았던 '가족애'가 이번 작품에서는 가장 중요한 요소 중에 하나로 나오게 됩니다. 이야기 진행에 있어서 '가족'과 관련이 되지 않은 부분을 찾기가 더 힘들죠.


게다가 전체적인 이야기가 상당히 정치적으로 변해서 OCP의 수장인 셀러스가 로보캅을 만드는 이유도 국회의원들의 마음을 돌려 자신들에게 유리하도록 법안을 없애기 위해서죠. 또한 로보캅을 만들고 나서도 기업의 이익을 위해 상당히 정치적으로 행동하는 모습을 많이 보여주고 있습니다. 오히려 셀러스의 대립관계로 여겨지는 캐릭터가 로보캅이 아니라 국회의원 중 한 명인 허버트 드레이퓨스 상원의원이라는 느낌마저 들 정도죠.


이렇듯 '가족애'와 '정치'가 큰 이야기의 흐름으로 등장하면서 이야기는 액션보다는 드라마의 성격이 강합니다. 액션은 정말 예고편에 나오는 부분이 전부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액션의 비중이 적습니다. 대신 대사가 상당히 많은 편입니다. 끊임없이 고뇌하는 로보캅의 모습이며 데넷 노튼 박사와 셀러스가 언쟁을 벌이는 장면, 그리고 셀러스와 상원의원이 언쟁을 벌이는 장면 등 영화의 상당 부분에서 대사가 많이 나옵니다. 이런 부분은 충분히 감안하고 영화를 감상해야 하지 않을까 싶더군요.


하지만 무엇보다도 많이 변한 것은 역시 로보캅 그 자체죠. 물론 과거의 디자인을 계승하긴 했지만 더 날렵해진 모습에 거의 슈트를 입은 모습에 가까운 디자인이 되었죠. 게다가 초반과 마지막을 제외하고는 블랙 색상의 디자인을 채택하고 있는데 역시 어색합니다. 뭐랄까 장난감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더군요. 취향의 차이인지 오리지널에 대한 향수 때문인지 역시 은색의 로보캅이 훨씬 낫습니다. 게다가 속도며 스피드며 무엇하나 과거의 느릿한 로보캅이 아닌지라 적들에게 붙잡혀서 팔다리 잘리는 일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사실 이 부분이 가장 불만인 부분 중에 하나인데 영화의 수위를 쓸데없이 낮춰서 오리지널의 폭력성이 전혀 나타나지 않습니다. 물론 감독이 바뀌었으니 감독의 성향에 따라 작품이 달라지겠지만 액션 자체가 너무 밋밋합니다. 인간처럼 움직이는 로보캅으로 적들은 원샷 원킬이고 붙잡힐 일이 없으니 과거처럼 분해되는 일도 없는 거의 무적에 가깝습니다. 물론 그에 대비해서 50구경 이상의 총에는 데미지를 입는 설정을 해 놓긴 했지만 전반적으로 액션을 통한 과장 된 폭력이 아쉽더군요.


게다가 로보캅하면 대퇴부에서 나오는 오토9은 로보캅의 트레이드 마크라고 할 수 있는데 이번 로보캅은 젠장스럽게도 대퇴부에서 오토9을 꺼내지도 않을 뿐더러 이상하게 변한 NI-408이라는 총은 디자인도 최악입니다. 아니 대퇴부에 총 꺼내는 장면을 없애고 맨날 총을 들고 다니는 로보캅이라니요......로보캅에 대한 예의가 아니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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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정말 다행스럽게도 이런 아쉬운 부분들을 배우들의 연기가 살려주고 있습니다. 주인공 머피의 조엘 킨나만의 연기도 감정 연기도 나쁘지 않았고 노박 역할의 사무엘 L. 잭슨과 데넷 노튼 박사의 게리 올드만 그리고 셀러스 역의 마이클 키튼 등 그야말로 연기파 배우들의 향연이 펼쳐지는데 정말 배우가 영화를 살렸다....라는 표현이 과하지 않을 정도입니다.


영화는 앞서 언급했듯이 여러 장점과 단점이 모여있습니다. 단지 이 영화를 오리지널 영화로 본다면 과감히 추천을 하겠지만 리메이크라는 점과 잘 못 된 홍보가 추천에 걸림돌이 되는군요. 분명 오리지널 로보캅에 대한 향수가 강하신 분들은 이 영화를 달갑게 생각하시지 않을 것 같고 영화 홍보를 많이 보신 분이라면 이 영화를 액션이라 생각하시기 쉽거든요.


그런 부분을 충분히 감안하고 보신다면 나쁘지 않습니다. 12세 관람가 영화임에도 살짝 놀랄 만한 장면들도 1,2 장면 나오는데 오히려 오리지널 버전보다 좀 더 충격적으로 다가오더군요.


내 맘대로 별점 : ★★★


덧. 왜 오른손을 남겨두었냐는 글들이 보이는데 원작에서도 한 쪽 손은 남아있었죠. 그런데 원작에서는 냉정하게 잘라버립니다. 아마 감독은 원작을 탈피하고자 하는 마음에 이번에는 한 손을 남겨두지 않았나 싶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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