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쉴 새 없이 몰아치는 개그콘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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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빗 O. 러셀의 작품은 <쓰리킹즈>가 처음으로 보았었죠. 정말로 아무런 기대감 없이 보았다가 그 묘한 연출과 묘한 코믹스러움이 꽤나 마음에 들었던 작품이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전쟁 자체에 대한 비난의 의미도 포함되어 있지 않았나 생각되구요. 그 후에 다시 접한 작품이 '마크 월버그'와 '크리스찬 베일'이 투톱으로 나왔던 <파이터>였었죠. 요 작품도 나름 재밌게 보긴 했었지만 상당히 의외였던 부분이 <쓰리킹즈>와 달리 웃음기가 전혀 없었다는 겁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진지한 드라마로서의 재미가 쏠쏠했죠. 

 

그리고 최근에 블루레이로 접한 작품이 <실버라이닝 플레이북>입니다. 어쩌면 이번 <아메리칸 허슬>과 그 느낌이 가장 비슷한 작품이죠. 진지하면서도 유쾌하고 코믹하며 캐릭터들이 입체적이며 배우들의 감정 연기가 일품이죠. 그리고 요런 상태에서 <아메리칸 허슬>을 감상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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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시작하면 '어느 정도는 실화'라는 자막이 뜹니다. 살짝 검색을 해 보면 1970년대 미국에서 실제로 있었던 '앱스캠 스캔들'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앱스캠 스캔들(혹은 프로젝트)에서도 가짜로 회사를 세워서 그 당시 뉴저지 시장이었던 캠든 시장을 부정 부패 혐의로 체포하죠. 물론 영화에서처럼 상원의원과 하원의원들도 몇 명 잡아들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영화는 심각하지 않습니다. 사실 영화 개봉 전 예고편이나 기본 스토리를 보았을 때는 <월가의 늑대>보다 좀 더 진지하면서 <캐치 미 이프 유 캔>의 이야기를 지닌 영화가 아닐까?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FBI가 사기꾼을 이용해서 사기꾼을 잡는 그런 드라마로서의 장르로 생각을 했죠. 하지만 영화는 전혀 그런 기대와는 상반 된 느낌을 주었습니다. 

 

일단 이 영화는 유쾌함의 결정체이죠. 영화 속 캐릭터들은 사기꾼들답게 시종일관 떠들어 대고 웃고 신경질을 부립니다. 이들이 진지할 때는 오로지 한 가지 상황, '사기' 칠 때 뿐이죠. 하지만 그마저도 영화 속 캐릭터들이 진지할 뿐이지 그것을 보고 있는 관객들은 그것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여튼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시끌벅적합니다. [허슬]이란 단어를 제목으로 사용한 만큼 왁자지껄하면서 사기치는 장면들이 연이어 나옵니다.  

 

이건 마치 한 편의 시트콤을 연극처럼 바로 앞에서 보는 듯한 느낌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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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재밌긴 하지만 스토리만 보면 정말 별 것 없습니다. 앞서 말했듯이 FBI가 사기꾼을 이용해서 마피아나 섞은 정치인들을 잡아들이려는 내용이 끝입니다. 그 이상의 내용도 그 이하의 내용도 나오지 않습니다. 고작 이런 정도의 줄거리를 가지고 영화를 재밌게 만들고 있는 것은 오로지 매 순간 장면들에서 터져나오는 개그와 배우들의 열연 덕분입니다. 영화는 '사건'보다는 '인물'에 중점을 맞추고 있다고 할 수 있죠. 

 

장 르로서 범죄/드라마로 분류되어 있기는 하지만 사실 '코미디'라는 장르도 포함되어야 할 만큼 영화는 꽤 웃긴 장면들이 많이 나옵니다. 이런 개그 코드는 어쩌면 정서나 문화의 차이로 인해 맞지 않을 수도 있지만 감독은 정말 단순한 대사 하나와 행동 하나로 관객들을 웃겨줍니다. 게다가 실소가 아닌 폭소를 터트리게 만드는 장면들이 꽤나 많다는 것이죠. 덕분에 저녁 시간에 불안감을 가지고 입장했을 관객들을 충분히 만족시켜 주지 않았나 싶습니다. 

 

게다가 감독의 전작인 <파이터>에 출연하였던 '크리스찬 베일' '에이미 아담스' 그리고 <실버라이닝 플레이북>에 출연하였던 '브래들리 쿠퍼' '제니퍼 로렌스' 추가로 '제레미 레너'까지 감독의 전작에서 열연을 펼쳤던 연기파 배우들 및 새로운 연기파 배우들이 대거 나옴으로 인해 영화의 몰입도가 장난이 아닙니다. 정말 그들의 연기에 빠져들게 되더군요. 그래서 더더욱 연극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그 중에서도 '제니퍼 로렌스'의 열연은 조연임에도 불구하고 가장 눈에 띕니다. 정말 25살(1990년생)이란 그녀의 나이가 믿기지 않을 농후한(?) 연기를 펼치는데 '크리스찬 베일'이나 '에이미 아담스'(무려 16살 차이) 등에 전혀 밀리지 않습니다. 극 중 최연소라는 점이 대단하다고 생각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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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렇게 적긴 했지만 영화가 마냥 가벼움만 주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여러가지 생각할 거리를 만들어주고 있기도 하죠. 영화 초반에 나오는 대사인 '사람들은 믿고 싶은 것만 믿는다'라는 대사는 이 영화를 통째로 관통하는 중요한 내용입니다. 자기 자신조차도 속이며 영화 속에서 연기를 하며 사기를 치고 있는 사기꾼들 뿐만이 아니라 어쩌면 현실에서 남들에게 보이는 것을 신경 쓰며 자신을 속이고 있는 관객들에게 던지는 대사일지도 모르죠. 

 

게다가 영화의 주인공인 '어빙'의 심리적 변화도 이 영화에서는 꽤 중요한 부분 중에 하나입니다. 특히 중후반으로 넘어가면서 보여주는 '카마인(제레미 레너)'에 대한 태도의 변화는 그가 초반에 얘기했던 "세상은 회색"이라는 대사와 상당히 부합하는 모습이었죠. 사실 그는 순수한 '백'이었던 아버지 밑에서 자라면서 그에 대한 반발로 '흑'이 된 인물인데 그렇게 '흑'으로서 살아 온 그가 양심의 가책을 느끼고 '백'으로서의 모습을 보이는 장면은 어쩌면 이 영화에서 가장 하일라이트 장면이 아닐까 싶더군요. 결국 흑이든 백이든 사람은 어느 쪽에 국한되어 있지 않다는 점을 보여주기도 했구요. 

 

영화는 이렇게 '캐릭터의 성격'을 대변하는 장치들이 꽤나 나옵니다. 처음에는 전혀 모르고 있었던 어빙의 '심장약'이나 로잘린의 '매니큐어' 그리고 리치의 '파마' 등이 그런 것들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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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여러모로 재밌습니다. 연출 된 상황이나 대사로 순수한 웃음을 주기도 하고 나름 의미를 부여하여 관객들을 골똘히 생각하게 하기도 하죠. 사실 홍보 자체가 너무 '사기극'에 촛점이 맞춰져서 그렇지  '사기극'이란 사건 자체는 하나의 도구에 불과합니다. 그 외의 볼거리들이 더 많죠. 

 

올 1,2월에는 참 괜찮은 영화들이 많았습니다. 초 흥행 중인 <겨울왕국>을 제외하더라도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시작으로 <레고무비>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 등 작품성으로도 괜찮은 영화들이 꽤 나왔는데 흥행작에 묻힌  것이 참 아쉽군요. 아마 본 작품도 조만간 내리지 않을까 생각되는데 꼭 한 번 관람하시기 바랍니다. 

 

내 맘대로 별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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