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

성서의 이야기와 철학적 메시지의 흥미로운 조합

 

"


묘하게 블럭버스터 취급을 받고 있는 <노아>를 보고 왔습니다. '대런 아르노프스키' 감독 작품으로는 <레퀴엠>과 <블랙 스완> 그리고 최근 플레인에서 발매한 <더 레슬러> 이렇게 세 편의 영화 밖에 본 적이 없는데 개인적으로 그의 전작들 중에서 <블랙 스완>을 가장 감명 깊게 보았고 또 바로 전작이기도 해서 이번 <노아>도 나름 기대를 하게 되었죠.


하지만 광고에서처럼 이 작품이 블럭버스터 계열의 재난 영화가 되리라고는 생각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개봉 후 반응을 보아도 이번 작품이 단순히 홍수와 관련 된 재난 영화라는 감상은 전혀 없었죠. 그래서 오히려 더 기대를 하게 되었습니다. 대런 아르노프스키 감독이 그렇게 단순한 영화를 만드는 사람은 아니었으니까요.


>>


하지만 그래도 영화는 의외로 대중적인 요소도 충분히 가지고 있습니다. 방주를 타기 전까지의 이야기는 그야말로 신화에 기댄 판타지적인 모습을 많이 보여주고 있고 그러한 부분은 관객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습니다. 흥미를 가질 만한 주제를 가지고 관객들이 몰입할 수 있는 재미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식사에 들어가기에 앞서 맛있는 에피타이저를 내놓는 느낌이랄까요? 2시간 20분 상영시간 중에 1시간 40분이 에피타이저이긴 하지만 그래도 충분히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에피타이저였습니다.


하지만 본 식사에 들어가는 후반부는 완전히 느낌이 다릅니다. 식사의 종류 자체가 달라지는 느낌이죠. 달콤하고 부드러운 에피타이저를 먹다가 갑자기 매운탕이나 삼계탕 같은 우려내는 탕을 먹는 느낌이랄까요? 전혀 대중적이지도 않고 오히려 그 스타일만 본다면 <샤이닝>이 생각날 정도로 인간의 심리적인 부분을 많이 부각해서 보여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연결이 이상하지는 않더군요. 노아라는 인물이 왜 그런 생각을 가지게 되었는지 이미 이야기의 전개에 있어 충분히 전달을 해주고 있었기 때문에 관객 입장에서는 어느 정도 공감을 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배우들의 연기가 아주 후덜덜하기 때문에 그런 충분히 몰입할 수 있죠.


어떻게 보면 이야기는 어렵습니다. 순자의 성악설과 맹자의 성선설 같은 철학적인 성론을 좀 대중적으로 보여주고자 한 것 같지만 그래도 많은 생각을 해 보아야 할 부분이 많습니다. 곱씹어 볼 만한 부분이 많다는 것이죠. 그런 철학적인 부분들을 보고 있노라면 이 영화는 절대 종교적이지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히려 과학적이고 SF에 가깝지 않나? 라는 생각도 들 정도이죠.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이야기의 전체적인 느낌은 '성악설'에 가깝습니다. 구약성서에서 '아담'과 '이브'는 창조주가 먹지 말라고 한 금단의 열매를 악마의 유혹에 넘어가 먹어버리고 그들의 자식들 중 '카인'은 '아벨'을 죽이고 인류 최초의 살인자가 됩니다. 오로지 세번째 아들 '셋'만이 창조주의 유지를 이어받고 그 유지를 그의 후손인 '노아'가 이어받죠.


영화 속에서는 카인의 후손이 '두발가인'이 역사를 되풀이하는 듯 '노아'와 대립 관계를 가지게 됩니다. 비록 두발가인이 노아를 죽이려고 했다고 해도 노아의 아들 '함'이 두발가인을 죽인 것도 변하지 않는 사실이죠. 그리고 결국 함은 스스로 무리를 떠납니다. 오히려 창조주의 뜻을 이어받아 셈과 일라의 자식을 죽이려고 했던 노아는 스스로를 탓하며 그녀들을 살려줍니다. 결과적으로 살인을 저지른 인물들은 어떻게는 떠나고 용서와 조화를 택한 인물들은 집단에 남아있죠.


감독은 어쩌면 영화 속에서 창조주가 노아를 시험하는 과정을 보여준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노아는 신의 뜻을 인류 자체를 죽이는 것으로 해석하고 그것을 실행하지 못 한 것에 대해 분노하지만 그 모든 과정을 창조주가 시험하고 있었던 것이죠. 노아가 모든 인류를 죽였다면 아마 창조주는 다시 인간을 만들지도 모르겠습니다.


>>


이렇듯 여러 해석이 가능한 만큼 이야기는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 영화를 보지 않는다는 것은 아깝습니다. 그냥 영화에서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이 영화를 감상하기에는 충분하다고 생각됩니다. 이번 작품은 회사 동아리를 통해서 감상을 했는데 투표(?)를 해 보니 19명 중에 16명이 '추천'을 해주더군요. (물론 표본이 무지하게 작으니 그냥 무시해도...쿨럭) 평소 영화 얘기를 해 보면 그 성향이 워낙에 다른 분들임에도 어느 정도 재밌게 봤다고 한 것을 보면 영화 자체로도 재미는 없지 않은 것 같습니다.


영화는 보고 나면 이야기할 것이 정말 많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영화를 보고 나서 이야기할 것이 많은 영화는 대부분 재밌더군요. 대부분 평타 이상은 하는 것 같더군요. 그러니 꼭 한 번 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가급적 다른 리뷰는 보지 마시고 가시기 바랍니다. 순수하게 본인의 느낌, 본인의 생각으로 감상하는 것이 좋을 것 같네요.

«   2024/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Total
Today
Yester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