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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주인공에게 잔인한 '대런 아르노프스키'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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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레슬러>는 영화 자체에도 관심이 있었지만 (항상) 흥행이 되지 않을 만한 영화들이 그렇듯이 워낙에 빨리 극장에서 내리는 바람에 극장 상영을 못 하고 블루레이만 기다렸는데 ‘플레인 아카이브’라는 독립/예술영화 블루레이 제작사에서 뛰어난 퀄리티의 스틸북을 선보여서 냉큼 질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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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해도 싼 가격도 아닌 블루레이를 아무 망설임 없이 구입한 이유는 순전히 ‘대런 아르노프스키’ 감독 때문입니다. 그의 전작인 <블랙 스완>의 임팩트는 상당히 강렬했고 <노아>는 또 그 나름대로 대단히 뛰어난 재미를 선사해 주었기에 (사실 <더 레슬러>를 구입한 시점은 <노아>를 보기 전입니다만…) 전혀 망설일 필요가 없었죠. 그리고 역시나 그런 기대를 실망시키지 않았습니다.


주인공 ‘랜디’는 정말 시대를 주름잡던 레슬러였지만 나이와 인간관계 등의 문제로 그냥 쇼맨쉽에 그치는 레슬링을 하고 있죠. 그리고 그런 레슬링을 나름 만족하면서 즐깁니다. 레슬링 자체는 그의 삶에서 떼어낼래야 떼어낼 수 없는 존재이죠.


그렇게 레슬링을 하면서 더불어 대형마트에서 알바를 병행하며 살아가는 그는 항상 인간관계에 굶주려 있습니다. 쇼걸들과 친하게 지내며 위로를 받으려 하고 레슬링으로 멀어진 그의 딸과도 다시금 친하게 지내려고 노력하죠. 이 영화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레슬링’과 ‘인간관계’라는 두 요소가 마치 유턴이 없는 고속도로 같았다는 겁니다. 둘은 절대 서로 교차 될 수가 없는 부분이죠.


레슬링을 하면서 스스로 좋아하는 일을 하던 때의 ‘랜디’는 인간관계가 영 시원치 않습니다. 단순히 쇼걸들에게서 위로나 받는 정도이지 그렇게 갈망하는 친딸과의 관계는 개선되지 않죠. 그러다가 그의 몸에 무리가 생기고 레슬링을 은퇴하고 나서부터 딸과의 관계가 개선됩니다. 그리고 그런 딸과의 관계가 개선되는 과정에서 단순히 위로만 받던 쇼걸과도 진정한 관계가 생기게 되죠. 어쩌면 별 다른 문제만 없었다면 그는 그렇게 레슬링을 포기하고 딸과도 잘 지내며 쇼걸과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결국 또 다시 본인의 실수로 딸과의 관계가 완전히 박살나고 그는 결국 아픈 몸을 이끌고 링 위로 돌아갑니다. 이 과정에서 쇼걸과의 관계가 충분히 더 나아갈 수 있었지 않았나 싶기도 한데 ‘랜디’는 그런 쇼걸과의 관계도 과감히 버립니다. 레슬링으로 차선을 옮겨 탄 그에게 반대쪽 차선인 인간관계는 필요가 없어진 거죠. 개인적으로 가장 안타까운 장면이었죠. 결국 스스로를 끝으로 내몰려고 하는 주인공의 모습이 너무나도 선명하게 잡히고 있었거든요.


게다가 이번 작품으로 재기에 성공한 '미키 루크'는 한 때 그가 왜 그토록 열광적인 사랑을 받은 배우였는지를 다시금 느끼게 해 줍니다. 물론 젊은 시절 잘 생기기도 했지만 여러모로 능력이 많았던 배우였는데도 불구하고 한 순간의 실수(?)로 나락으로 떨어진 그는 어쩌면 스스로를 낭떠러지로 몰아세우는 '랜디'라는 캐릭터를 자신이라 생각하고 연기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랬든 그렇지 않았든 이번 작품에서 보여주는 '미키 루크''랜디'라는 캐릭터에서는 그 누구도 '미키 루크'라는 배우를 찾을 수 없을 만큼 메소드 연기라고 생각 될 만큼의 대단한 연기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비록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상을 받지는 못 했지만 2009년 최고의 배우 중에 한 명이 되었죠. 이 이후로 <익스펜더블>이나 <아이언맨2> 그리고 지금 촬영 중인 <씬시티2> 등에도 캐스팅이 되었구요. 여튼 관객들이 환호 할 만한 연기를 충분히 보여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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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왠지 모르게 많은 부분이 <블랙 스완>과 닮았습니다. <블랙 스완>에서는 최고의 발레리나가 되고자 하다가 스스로를 한계까지 몰아붙였고 <더 레슬러>에서는 사람이 그리웠던 레슬러가 결국 사람에게 버림받고 링으로 돌아가 또 다시 자신을 한계로 몰아세웁니다.


<블랙 스완>에서 주인공 ‘니나’는 환상 속의 그녀와 관계를 맺게 되지만 <더 레슬러>에서 ‘랜디’는 현실 속의 그녀들에게서도 버림을 받게 되죠. 그리고 둘 다 각 분야의 최고의 정점을 찍기도 하였죠.


영화는 ‘재밌다’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이야기 자체가 흥미롭지도 않고 레슬링하는 장면이 많이 나오지도 않죠. 오히려 대사가 많은 편입니다. 딸과의 대화 쇼걸과의 대화 그리고 동료들과의 대화 등 많은 대화가 오가는데 그런 드라마 구성이 극적이지도 않아서 지루하다고 할 만한 부분도 많습니다.


그래서 무조건 추천 드리기는 힘듭니다. ‘대런 아르노프스키’ 감독의 전작들이나 최근 작품인 <노아>를 괜찮게 보셨다면 보시라고 하겠지만 그런 작품들이 별로였던 분들은 이번 작품도 큰 재미를 느끼기 힘드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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