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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미화되어진 것 같은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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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


2004년 밀양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을 모티브로 하고 있는 '한공주'는 인디 영화로서 보고 싶었지만 개봉관이 없어서 보지를 못 하고 있었죠. 그러다가 어느 정도 (인디 영화치고는) 흥행 가도를 달리기 시작하니까 무비꼴라쥬에서만 상영하던 것을 일반 상영관까지 확대해서 다행이도 극장에서 보게 되었습니다.


당시 사건은 41명의 남학생들이 2명의 자매를 집단으로 성폭행했던 사건으로서 무려 10년 전 사건이라 저는 잘 기억이 나지를 않습니다. 그래서 사건에 대한 내용을 좀 찾아보니 피의자 41명 중에서 초기에는 3명만 구속을 했다가 여론이 거세지자 추가로 9명을 구속했더군요. 그런데 기사를 좀 뒤져봐도 이들에 대해서 어떠한 처벌을 가했는지는 나오지를 않더군요. (혹시 처벌에 대해 아시는 분은 답변 좀...)


게다가 피해자를 조사하는 과정에서도 여경을 배치하지 않고 욕설을 하는 등의 인권적인 문제가 발생해서 꽤나 시끄러웠던 사건인 듯 싶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가장 눈길이 가던 부분은 '피의자 가족'이 '피해자 학생'들을 협박했다는 기사였습니다. 어처구니가 없죠. 도대체 누가 피의자이고 누가 피해자인지 애매모호했던 영화 속 분위기는 실제 현실에서도 있었던 일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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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한공주'가 전학을 오면서 시작됩니다. 그 여학생이 '왜' 전학을 오게 되었는지는 영화 막바지까지 직접적으로 얘기를 하지 않습니다. 다만 영화를 보러 간 관객들의 기본적 지식을 바탕으로 추측을 하게 만들죠. 사실 추측이라고 할 것까지도 없습니다. 왜냐면 관객들이 (대충으로라도) 알고 간 그 내용이 결국은 맞는 내용이니까요. 한공주는 전학오기 전 집단 성폭행을 당했고 그 학교에서 생활을 할 수 없게 되자 전학을 옵니다.


그렇다고 영화가 처음부터 우울하거나 어둡거나 찝찝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한공주라는 피해자가 과거에서 벗어나 일상적인 생활로 돌아가는 과정을 많이 보여주고 있죠. 그래서 처음에는 '힐링 영화'가 아닐까? 라는 생각도 했습니다. 생각보다 밝은 분위기에 한공주라는 피해자가 피해자로서 트라우마를 겪는 듯한 모습도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수영을 배우는 장면이나 자신의 모습을 촬영하는 것을 싫어하는 것 외에는 오히려 그녀는 과거를 극복하기 위해 적극적입니다.


그녀의 엄마도 찾으러 가고 자신을 맡아준 선생님의 어머니와도 관계를 좋게 하기 위해서 노력합니다. 친구들과의 관계는 처음에는 극도로 꺼리지만 그녀를 도와주는 친구로 인해 점차 마음을 열고 가수의 기질을 살려 오디션까지 보려고 하죠. 그리고 그러한 과정을 덤덤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한 편의 단편 드라마를 보여 주듯이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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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영화는 결국 성폭행 사건의 피해자에 대한 영화입니다. 그래서 앞서 언급한 밝은 이야기와 극도로 상반 된 어두운 이야기도 꾸준히 언급이 되고 있죠. 아버지는 피의자 가족들에게 돈을 받아 먹고 불리한 서류를 작성하게 하며 친구들이 올린 동영상으로 인해 (사실 직접적인 원인이 되었는지는 모릅니다.) 그녀를 찾아 온 피의자의 가족들에게 다시금 시달립니다.


이러한 구성은 과거 회상에서도 그대로 유지되는데 친구와의 즐거웠던 한 때와 성폭행을 당하는 그 순간. 그리고 경찰서에서 진술을 하는 부분까지 이 영화의 명암(明暗)은 자석의 양극만큼이나 나뉘어져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눈여겨 봐야 할 부분은 봐로 암(暗)입니다.


사회고발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는 작품인 만큼 영화는 피해자에 대한 어두운 측면을 꽤나 강렬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앞선 언급했던 내용들에 대해서 말이죠. 피해자가 피의자처럼 보이게 하는 현실의 모습을 영화는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러한 부분은 사실 공중파 막장 드라마보다 충격적이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극적으로 대립되는 명(明)이라는 부분 덕분에 지독하게 처절하게 다가옵니다.


돌파구가 없는 것처럼 보이죠. 공주를 도와주는 사람이 한 명도 없다는 것은 더 비참한 현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처음 한공주의 숙식을 해결해 주던 선생도 중후반부터는 나오지도 않습니다. 단지 아버지 일로 전화 한 번 한 것이 전부입니다. 피의자 가족들이 교무실까지 쫓아왔을 때도 그것을 막아주는 선생님은 1명도 없습니다. 심지어 교장은 내쫓을 고민을 하고 있죠.


이러한 영화 속 상황은 이 영화의 엔딩이 연출적으로 오픈엔딩에 가깝지만 베드엔딩이라 생각하게 하는 가장 큰 이유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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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째서 공주를 도와주는 사람은 단 1명은 없는지 어떻게 아버지란 작자는 자식을 팔고 돈을 받아 먹는지 그녀의 어머니는 아무리 이혼을 하고 재혼을 했다지만 자식이 전학을 갔으면 왜 갔는지 무슨 일이 있는지 물어보지도 않습니다. 어디서부터 잘 못 된 것인지 도통 감이 오지 않는 이 총체적 난국은 현실이라고 해서 크게 다르지 않는다는 것이 답답함과 갑갑함과 분통을 느끼게 합니다.


세월호 참사가 벌어진 현 상황에서 추천을 드리기 힘든 영화입니다. 더 속터지거든요. 안 그래도 분통 터지는 현 상황에서 더 속터지고 더 짜증이 납니다. 그러니 꼭 보시고 싶은 분들만 찾아 보셨으면 합니다. 아마 상영관은 조금씩 늘어날 것 같으니 상영관을 찾기 힘들지는 않을 것 같네요.



덧. 배우들의 연기가 상당히 돋보인 작품입니다. 다들 많이 보던 배우들이 아님에도 상당히 연기를 잘 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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