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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시점으로 본 괴수들의 대난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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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질라....정말 많이 들어본 명사이지만 사실상 고질라와 관련 된 영화는 단 한 편 밖에 보지 않았죠. 바로 '인디펜던스 데이'를 감독한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의 1998년 작품 '고질라'입니다. 당시 상당한 혹평을 받은 영화인데 그 당시 중학생이었던 저는 그래도 나름 재밌게 보았습니다. '고질라'라는 괴수를 처음으로 보았으니까요.


그리고 16년이나 흘러 리메이크가 된 '고질라'는 당연하게도 과거의 '고질라'와는 완전히 다른 영화가 되었습니다. 홍보 멘트로는 '고질라' 리메이크라고 하지만 이 영화를 보면 본 작품은 1998년도 고질라의 리메이크라기보다는 1954년 이후 일본에서 제작한 오리지널 고질라의 리메이크라고 하는 것이 더 어울린다는 생각이 듭니다.


고질라에 대한 설정을 보면 그야말로 갓질라입니다. 인류가 이 괴수를 죽일 수 있는 방법은 과거에도 현재에도 미래(?)에도 없으며 자연 재해(화산 같은)로도 죽일 수 없죠. 그리고 입에서는 방사능 가스를 뿜어내는데 이건 초반에는 푸른 빛이었다가 나중에 업그레이드(?)가 되면서 붉은 색으로 바뀝니다. 이번 작품에서는 푸른 빛으로 표현되는데 그래서 더더욱 오리지널 고질라를 리메이크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고질라의 적으로 나오는 괴수도 고질라의 생명을 위협할 수준은 안 됩니다. 이런 기본 설정을 알고 나면 1998년도 고질라는 쓰레기가 됩니다. 다리에 갇혀서 미사일 몇 방에 죽는 고질라라니....게다가 불도 쏘지 않죠! (대가라만 커가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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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정 얘기는 여기까지 해보고 영화 얘기를 해 보면 영화는 '고질라'라는 괴수에 대한 인간의 시점을 보여줄 뿐입니다. 어떻게 보면 다큐스럽기도 하고 그래서 괴수 영화라기보다는 가족 영화라는 느낌이 드는 재난 영화에 가깝습니다. 고질라와 무토라는 괴수의 등장은 생각보다 빠르지만 그 괴수들을 보여주는 시간은 매번 짧습니다. 그럴 수 밖에 없죠. 인간은 도망치기 바쁘고 인간의 시점에서 고질라를 바라보고 있으니 인간이 고질라로부터 도망가면서 시야에서 사라지는 게 맞는 것이니까요. 만약 인간이 계속 그들의 모습을 보고 있다면 인간이 죽을 때까지만 시점이 계속 되겠죠. 그리고 영화의 막바지가 될 때까지 고질라를 위에서 내려다보는 장면은 거의 없습니다. 항상 인간의 시점에서 올려다보고 있죠. 그렇기에 이 영화는 철저히 인간 중심적입니다.


그래서 영화는 참 감질납니다. '우와~! 드디어?!'라는 생각이 들 때쯤이면 고질라와 무토는 시야에서 사라지니까요. 그러한 이유 때문에 영화는 지루한 느낌이 들 수도 있습니다. 특히 앞서 설명했던 고질라의 설정을 모르고 간다면 더더욱 지루할 수 밖에 없습니다. 주구장창 인간 얘기만 하고 있거든요. 그런데 희안한 것은 그렇게 발발 거리면서 돌아다니는 인간의 이야기를 들려주어도 결국에 남는 것은 짧고 굵게 치고 빠지는 고질라와 무토의 이미지만 남습니다. 영화는 고질라와 무토의 등장에 대해서 대단히 신경을 많이 썼고 그러한 노력은 스크린을 통해 느껴집니다. 임팩트가 대단하죠.


짧고 굵게만 등장하는 고질라와 무토는 마지막 대난투를 벌입니다. 그야말로 도시 하나가 완전히 초토화 되어버리는 싸움을 벌이죠. 아마 최근 이 정도로 도시를 부수는 영화는 '맨 오브 스틸' 이후에는 처음인 듯 싶은데 맨 오브 스틸보다도 더 부숩니다. 완전히 박살을 내버리죠. 당연한 얘기지만 마천루 수준의 크기를 지닌 괴수 세 마리가 싸움을 벌이는데 그 정도의 피해도 없다고 오히려 그게 더 판타지가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여튼 영화 막바지의 괴수들의 싸움은 그야말로 백미이고 하일라이트입니다. 고질라의 브레스 장면은 앞서 있었던 모든 지루함을 한 방에 날려줄 만한 장면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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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영화에서 이야기의 중요성을 따지지는 않지만 이 영화의 이야기는 나쁜 편은 아닙니다. 가족애가 중시되고 미국 중심적인 이야기를 들려주지도 않으며 그렇다고 인류가 고질라와 괴수에 맞서 싸워 이기는 내용도 아닙니다. 그냥 괴수들의 싸움에 피해를 받는 사람들과 그 사람들의 가족애만을 다루고 있죠. 고질라가 어디서 어떻게 왜 나왔느냐에 대한 질문도 던지고는 있지만 중요하지는 않습니다. 인류가 그들의 정체를 알 수도 없을 뿐더러 그들을 죽일 수도 없으니까요.


그런데 이야기가 이렇게 단조롭다 보니 오히려 더 눈에 띕니다. 이야기가 단조롭다면 눈요깃거리라도 충분히 넣어주었어야 하는데 괴수들은 감질맛 나게 등장하고 있고 이야기에서 들려주는 어떤 자극도 없으니 고질라와 괴수가 여기저기서 쌈박질을 하고 있음에도 지루할 가능성이 많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드라마 구성에 있어 좀 더 극적인 요소가 필요하지 않았나 싶더군요. 아니면 고질라를 더 많이 보여주었야 했구요.


그렇다고 아예 의미 없는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과거 일본에서 터졌던 방사능 사건이나 핵 실험 등 인류가 사용하고 있는 핵이란 부분에 대해 어쩌면 비판적인 내용을 들려주고 있죠. 하지만 역시나 크게 중요하지는 않습니다. 왜냐면 고질라라는 생명 자체도 핵으로 인해 태어난 생명체가 아니니까요. 그래서 그런 이야기 속 의미는 좀 동떨어진 느낌도 듭니다. 여튼 영화는 이야기를 통해 오히려 인간의 나약함을 절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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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영화는 정말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릴만 합니다. 이 영화를 정말로 괴수 대 괴수의 영화로 보고 간다면 100% 실망하고 나옵니다. 괴수들 간의 싸움은 정말 비중이 적거든요.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이 영화는 재난 영화에 가깝고 인간의 시점으로 괴수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래서 괴수들로 인해 피해를 받는 모습을 많이 보여주고 있지 괴수를 물리치려는 모습을 많이 보여주지 않습니다. 심심하면 도망가기 바쁜 모습을 보여주고 있죠.


하지만 혹평으로 생각하더라도 고질라와 무토의 임팩트는 대단합니다. 오히려 아이맥스로 보시라고 추천을 해주고 싶을 정도로요. 다른 거 다 떠나서 고질라의 등장과 고질라와 무토의 싸움을 아이맥스로 보는 것만으로도 영화는 볼만하다고 생각합니다. 사이즈도 정말 어마어마하게 크게 나오고 비쥬얼적으로도 대단히 사실감 있게 표현하고 있거든요. 감독은 고질라 영화를 20편 가까이 보고 이 영화를 만들었다고 하는데 여러모로 노력을 많이 한 것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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